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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및 정유, 석유화학 산업이 생존을 위해 정보 통신 기술(ICT) 등 지식 기반 기술과 융복합화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화학 산업은 태양광, 2차 전지, 바이오시밀러, 나노 등 첨단 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화석 에너지 의존도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효율화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기업의 지식 기반 강화와 더불어 합리적 에너지 정책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원자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한계에 부딪혔고, 신재생 에너지도 경제성과 발전 속도의 한계로 인해 화석 연료를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대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화석 연료는 기술 발달로 가채 생산 기간이 연장되고 있고, 셰일가스, 타이트 오일, 가스 하이드레이트 등 기술 발전으로 향후 화석 연료 공급 능력이 증가해 그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화석 연료는 온실가스 배출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존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효율 향상을 위한 수요 측면의 대안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수요 관리는 수급 안정과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이는 고효율 기기 개발과 생산 공정의 획기적인 효율화 과정을 거쳐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면, 환경 규제 측면에서 정부가 대기 배출 허용 기준을 정해 이를 충족하는 방안을 시장 자율에 맡길 경우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 · 개발(R&D)이 촉진되고 기업의 기술 개발로 인해 국가 경쟁력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화학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논리다.

바야흐로 지식이 지배하는 사회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무형적 ‘지식’을 산업적 측면에서 구체화하려면 ‘기술’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술 발전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신기술 개발, 사회 정책적 지원, 산업의 동향(메가트렌드), 소비자 요구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화학 산업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환경 보전’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소비자의 요구, 그리고 화학 산업 원료의 유한성, 즉 ‘석유 · 석탄 등 화석 연료의 고갈’이 될 것이다.

현재 수준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석유와 천연가스는 대체로 50~60년, 석탄은 200년 정도 후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적어도 향후 30~40년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고갈 문제로 인해 에너지 산업이 크게 변모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 기간 중에는 환경 보존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요인이 지배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환경 오염은 화석 연료의 이용에 있어 에너지 고갈, 지역적 편재, 공급 불안정 등 기존의 제약 요인과는 다른 새로운 이슈가 대두될 것이다. 이미 지구 온난화의 주요 요인인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화석 연료에 대해 그 사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든가 에너지의 이용 효율을 높여야 한다. 석유 제품의 저공해화와 더불어 천연가스의 이용이 확대될 것이며, 가스 열병합 발전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전기 에너지는 석유나 가스에 비해 사용 편의성이 높아 가스 열병합 발전은 이미 유력한 에너지 가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선진 각국에서, 범국가적 차원에서 대체 에너지를 꾸준히 개발함으로써 변환 효율이 높아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는 연료 전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태양열 냉난방, 태양 전지와 태양광 발전 시스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고효율 2차 전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메탄올 연료 제조 기술 등이 2014년 상업화 초기 단계를 거쳐 2015~2016년 상용화 단계, 그리고 2017년 이후 보편화 단계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의 진보와 환경 이슈로 인해 ‘화석 에너지’는 점차 ‘청정한 연료’에 자리를 물려주게 될 것이다.

화학 산업도 에너지 산업과 마찬가지로 향후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위 녹색 상품의 개발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녹색 상품이란 기존의 제품과 그 성능은 유사하지만 환경에 대한 유해성이 적은 새로운 상품, 즉 환경친화적 제품 및 서비스로서 땅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프레온 가스 대체 물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이미 기술 개발을 마친 상태로 상용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생명공학은 2020년대를 이끌 주요 기술로 인류의 질병과 식량 그리고 환경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생명공학에 의해 출현하는 새로운 식품과 약품이 기존 제품을 대체할 것이다. 또 식품의 수송과 저장을 개선하고, 난치병을 치료하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합성 세포나 장기가 바이오 및 나노 기술과의 융합으로 탄생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래의 화학, 혹은 화학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