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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호모 케미쿠

50년 후 석유가 고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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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석유를 캘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일주일 안에 각종 석유 관련 제품의 가격이 급등하고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서서히 마비될 것이다.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각 도시는 생필품이 부족해지고 곳곳에서 약탈과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한 달이 지나면 전기 공급원의 40퍼센트가 끊기고, 각 국가는 공황 상태로 인해 주식 거래가 중단되며, 유조선과 화물의 이동도 어려워진다. 또한 전 세계의 화학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게 되면서 실직자가 늘어나고 파업이 발생할 것이다.

석 달이 지나면서 각 나라가 보유했던 비축유(備蓄油)마저 바닥을 드러낸다. 군사력 유지, 공공기관과 병원 등 필수적인 곳에만 부족한 석유가 일부 공급되고, 도시는 어둠의 거리로 전락한다.

다섯 달이 지나면서 농업용 경작지는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한 경작지를 제외하고는 식량과 바이오 연료 추출을 위한 콩과 옥수수 재배지로 바뀐다. 길거리에는 간혹 국유화된 전기차만이 통행할 뿐이다. 도시 간 이동은 단절되고,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날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핵전쟁 후 황폐화된 지구의 모습이 될 것이다. 석유가 없는 지구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렇다면 현재 지구상에는 얼마만큼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까? 영국의 석유 화학 전문 회사인 브리티시 퍼트롤리엄의 2014년 6월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세계 원유 추정 매장량은 1조 6,879억 배럴이다. 이는 현재와 같이 하루 8,675만 4,000배럴씩 캐내면 앞으로 약 53년을 뽑아낼 수 있는 양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2070년이면 지구상의 석유는 고갈된다는 의미다.

‘석유 매장량’이란 유층 내에 집적되어 있는 석유를 지표로 끌어올렸을 때 1기압 15도 표준 상태에서 석유의 용적을 뜻한다. 석유의 매장량은 원시 매장량과 가채 매장량으로 대별된다. 원시 매장량이란 유층 내에 있는 석유의 총량을 말하며, 가채 매장량이란 유층 내의 석유 중 지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석유의 양을 말한다. 원시 매장량에 대한 가채 매장량의 비율을 회수율이라고 하는데 회수율은 기술이 발달하고, 유가가 올라갈수록 더욱 높아진다. 매장량의 개념 중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이 확인 매장량이다. 확인 매장량은 이미 발견된 유정의 매장량 중 현재의 기술과 자금으로 회수 가능한 추정 유량을 뜻한다.

석유 산업 전문가들은 “적어도 앞으로 100년 이상은 석유 고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100년이란 기간은 어떻게 계산된 것일까?

석유는 유한 자원이긴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확인 매장량을 예상하여 ‘산정’한다. 따라서 향후의 기술 발전에 따라 확인 매장량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기술력 부족과 경제성 문제 때문에 손대지 못했던 심해와 오지에서 새로운 석유 물질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특히 오일 샌드, 초중질 원유, 타이트 오일(셰일 오일) 개발 등으로 확인 매장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 기존의 석유 생산 방식인 시추 및 자연 압력과 물, 가스 주입을 통한 전통 생산에서 최근에는 비전통 방식의 생산도 크게 늘고 있다.

원유의 추정 매장량 가운데 47.9퍼센트가 중동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이른바 빅 파이브(Big5)가 모두 중동 국가며, 이들은 전 세계 추정 매장량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인 45.8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OPEC은 세계 추정 매장량의 72퍼센트를 점유해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국제 석유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5개국이 전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9,133만 1,000배럴)의 약 43.7퍼센트를 소비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석유 매장량은 소비량에 훨씬 못 미쳐 세계 총 매장량의 약 29퍼센트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석유는 산유국이 아닌 곳에서 더 많이 소비되고 있으며, 석유 확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매달 서울 월드컵 경기장 네 개 규모 이상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10월까지 소비한 석유 소비량은 6억 7,853만 배럴로 이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1,500만 배럴) 40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용량이다. 만약 이를 드럼통에 넣어 일렬로 늘어놓는다면 서울-부산을 약 600번 왕복할 수 있다. 또한 가정용 소비량은 연간 약 1,700만 배럴로, 국민 1인당(2013년 남한 인구 5,022만 명 기준) 하루 석유 소비량은 5.9리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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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문 집필자 소개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화학경제연구원, 《에너지경제신문》 등을 거쳐 인터넷 산업경제미디어 《EBN》에서 기자로 재직 중이다. 에너지, 석유화학, 화학섬유, 산업 소재 분야를 주력으로 ..펼쳐보기

강한기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여 년간 기업 경영활동, 한국 산업사, 다큐멘터리 및 논픽션 분야에서 기획 및 저술활동을 해왔다.

출처

호모 케미쿠스
호모 케미쿠스 | 저자손병문 외 | cp명RHK, 알에이치코리아 도서 소개

학문으로서의 화학이 아닌, 실생활에 밀접한 분야로서의 화학을 만나보자. 인류가 얼마나 화학제품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지, 화학산업이 지구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은 어떠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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