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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함께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흙’이다. 대지가 없다면 인간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구할 수가 없다. 흙 속에도 화학적인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번개와 비에 관한 이야기다. 지구 탄생 초기에 천둥 번개가 없었다면 농경을 바탕으로 먹을거리를 구했던 태초의 인류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뙈기의 땅에 전에는 하나밖에 자라지 못하던 것을 두 자루의 옥수수나 두 포기의 농작물을 자라게 한다면 누구라도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하며 그런 사람은 정치인 전부를 합친 것보다 그 나라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이다.”

1726년 출판된 《걸리버 여행기》에서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는 위와 같이 썼다. 그로부터 250년이 지난 후 지구상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상 농부들은 전에는 한 자루의 옥수수밖에 자라지 못하던 곳에서 두 자루가 아니라 네 자루, 심지어 여섯 자루까지 자라게 할 수 있다. 이런 기적은 더 좋은 옥수수 종자를 키운 덕분이기도 하지만 주로 비료를 사용하면서부터, 특히 질소 비료를 사용하면서부터 가능해졌다.

비 오는 날 천둥 번개가 치면 약 30만 볼트의 전류가 흐른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산화질소를 만든다. 이 산화질소는 비에 녹아 땅속에 스며들어 식물을 자라게 하는데 요즘 말하는 질소 비료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지구상의 인구는 6억 명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한 세기 동안 인구가 무려 70억 명으로 증가했다. 인구 증가는 식량의 생산과 비례하고, 식량은 비료의 생산과 비례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100년을 넘지 않는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의 식량 생산 증가량으로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인구 증가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가 《인구론》에서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관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였다. 1915년 독일의 노벨화학상(1918년 수상) 수상자인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가 질소 비료(암모니아 합성법)의 화학적 합성법을 개발했다. 식량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토대로 19세기 말 농업 발전에 획기적인 발견들이 이루어졌다. 유스투스 리비히(Justus von Liebig, 1803~1873)에 의한 비료의 3요소 발견이 그것이다. 질소(N), 칼륨(K), 인(P)이 발견되면서 인간은 자연에 의존하지 않고 식물(곡물)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화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비료 산업이 번창하면서 인간은 과거와 달리 식량 걱정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천연비료(번개와 비)에 의존하던 시절에는 많은 인구가 농업에 종사해야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인공 비료를 생산하게 되면서 농업 종사자 수의 감소를 불러왔다. 농업에서 떠난 사람들은 다른 산업으로 이전해야만 했고, 이것은 전체 산업의 동반 발전을 일으키는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이렇듯 현대인은 지식 축적과 경험을 통해 화학을 학문으로 인식했고, 화학의 유용성에 주목해 그것을 산업으로 발전시켜왔다. 우리가 화학 산업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천둥 번개가 무섭지만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것처럼 화학과 화학 산업도 필히 주목해야 할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