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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임신 중에 발생하는 각종 질환에 대해 한약을 써서 매우 효과적으로 치료해 왔다. 또한 독성이 있는 한약재들은 임신 금기약이라 하여 산모에게는 처방하지 않는 등 최대한의 안전을 고려하고 있다.

자주 쓰이는 한약재는 대략 3백 가지 정도인데, 그중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이 무려 백 가지 정도나 된다. 대표적인 것들만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ㆍ복숭아, 귤, 밀감, 산딸기, 살구 등의 상큼한 과일
ㆍ대한민국 대표 먹거리, 메주
ㆍ삼계탕의 터줏대감, 인삼과 대추
ㆍ고추장 양념구이의 최고봉, 더덕
ㆍ아삭하게 졸여 먹는 연뿌리와 우엉
ㆍ상큼하게 무쳐 먹는 도라지, 달래, 쇠비름, 부추
ㆍ삼겹살의 영원한 연인, 깻잎
ㆍ육수의 왕자, 다시마
ㆍ삼선짬뽕의 백미, 갑오징어
ㆍ단군신화에도 나오는 쑥
ㆍ생식계의 블랙콤비, 검정콩과 검정깨
ㆍ동지팥죽의 주인공, 팥
ㆍ영양돌솥밥의 고명, 밤과 호두
ㆍ차로 마시는 율무, 결명자, 구기자, 오미자, 오가피, 벌꿀, 모과, 매실, 둥굴레, 두충
ㆍ수정과의 꽃, 계피, 식혜의 시작, 엿기름
ㆍ사탕에 들어가는 박하
ㆍ추어탕의 오랜 친구, 산초와 방아
ㆍ오이피클의 에센스, 정향
ㆍ물냉면의 동반자, 겨자
ㆍ무, 감초, 대나무, 마, 누룩, 으름덩굴, 산사과, 생강, 후추, 대파, 밀, 옥수수수염, 치자···

ⓒ 시공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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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의 밥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음식 재료들이다. 그러므로 임신 중이나 모유 수유 중에 한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조금만 과장되게 표현하면, 산모는 밥도 먹어선 안 되고, 차도 마시면 안 되고, 과일도 먹으면 안 된다는 말과 같다.

한국식 산후조리법, 과연 과학적인 걸까?

왜 유독 우리나라만 산모들을 삼칠일 동안 못 씻게 하고, 뜨거운 온돌방에서 지내게 하며,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못 먹게 할까? 미국에선 아기를 낳으면 바로 샤워도 하고 일상생활에 제약도 없는데 말이다. 산부인과나 조리원에선 다 해도 된다는 것들을 할머니나 한의사들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의문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동서양의 산모들이 유전자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술 많이 마신 다음날 미국인은 햄버거를, 영국인은 베이컨에 달걀프라이를 먹으니까 한국인도 그렇게 먹으면 해장이 될까? 암치료만 보더라도, 동일한 암에 같은 항암제를 사용해도 결과는 동서양에 따라 매우 다르다. 단일염기다형성(SNP)이라는 각 민족간, 개인간의 유전적 차이 때문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 전 세계에서 오직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화병’이 등재된 것도 다양성의 차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서양 산모들을 대상으로 한 서양 산부인과학 교과서에 ‘산후조리’, ‘산후풍’이란 단어가 없다고 한국 산모들을 미국 기준에 맞추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또한 문화인류학적인 차이도 있다. 추위에 대한 내성은 각 민족마다 다르다. 이동성 유목민족들이 정착성 농경민족보다는, 비온돌문화권 농경민족이 온돌문화권 농경민족보다는 추위에 대한 내성이 더 강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유일의 온돌 문화에서 생활해 온 한국의 어머니들은 다른 나라 산모들보다 찬 자극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산후조리법을 택했고,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