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가족심리백과

정신결정론

제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심리학(psychology)

ⓒ Max4e Photo/Shutterstock.com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심리상담 참고사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제 친구들은 다 별로래요. 저와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조건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거죠. 그런 얘기들이 일리가 있긴 한데, 저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드네요.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때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합니다. 그러면 분명히 안 될 것 같은데도 고집을 부리죠.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계속해서 좋아하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주변사람들이 그 사람은 너와 맞지 않는다고 충고해줘도 당사자만은 애써 무시하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이런 점은 자기 자신의 행동을 곰곰이 되짚어볼 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나도 그 사람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집착하고 미련을 갖습니다.

사람의 심리는 이성적인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의 심리가 전혀 합리적이지 않게 무작위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심리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고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그 규칙과 이유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는 나의 완전한 자유의지에 의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실은 어떤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개념을 정신분석학에서는 ‘정신결정론(Psychic Determinism)’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 데는 감춰진 무의식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물론 본인은 그런 무의식적인 동기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죠. 즉 자각하지 못한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정신을 결정짓는 무의식적 원인의 상당 부분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릴 때 처했던 환경과 자라오면서 겪은 경험들이 심리의 커다란 밑바탕을 이루죠. 어른이 되어선 그 시절 일들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지만, 물밑에 감추어진 빙산의 커다란 밑바닥은 수면 위 의식세계에 영향을 끼치기에 충분합니다.

그래서 심리학적으로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은 ‘마음 속 아이(Child-Within)’이며, 어른의 심리 속에는 여전히 아이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그 사람에게 자꾸 끌리는 데는 어떤 무의식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며, 대개 그 이유는 어린 시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이 그 사람에게서 은연중에 느껴졌기 때문에 그토록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의식적 소망을 알면, 모든 생각과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될까요? 답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심리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죠. 사람의 마음을 의식과 무의식, 두 가지로만 나누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좀 역동적이고 복잡한 구조가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프로이트는 이드와 자아, 초자아라는 3가지 힘의 상호작용을 가정하여 심리를 분석했습니다.

특히 프로이트의 후학들은 자아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래서 이들의 이론을 ‘자아심리학(Ego-Psychology)’이라고 부릅니다(이 이론은 나중에 ‘대상’과의 관계를 강조한 대상관계이론이나 자기심리학과 대조되어 흔히 이렇게 불립니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의 딸인 A. 프로이트(A. Freud)는 아버지의 이론을 발전시키면서 자아의 핵심적인 기능인 방어기제에 대한 이론을 체계적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자아는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담당합니다. 자아는 아래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이드의 에너지와 위에서 억누르는 초자아의 힘을 적절히 타협시켜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능적인 욕구를 좀 더 현실에 적합한 방식으로 충족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죠. 이때 자아가 작동하는 방식이 바로 방어기제입니다. 방어기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억압(Repression)’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드는 생존본능과 관련된 힘이다 보니 늘 수면 위로 떠오르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초자아는 위험한 본능이 떠오르는 것을 경계하는데, 이때 울리는 경고메시지가 바로 불안(Anxiety)입니다. 나쁜 짓을 하려 할 때 괜히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하지만 이드는 언제라도 위로 솟구치려 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불안해질 수 있으며, 이런 상태로는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자아는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해 이드의 충동을 일정 수준으로 항상 억누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억압은 방어기제의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간혹 억압만으로 이드의 충동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드가 너무 강한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고, 반대로 초자아가 너무 약해진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억압 이외의 다른 방어기제들이 작동됩니다. 자신에게 그런 충동이 있음을 부정(Denial)할 수도 있고, 상대방 탓으로 돌릴 수도 있으며(Projection), 그 충동에 대해 나름대로 합리화(Rationalization)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방식이 달라집니다. 부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면 뻔뻔한 사람으로 보이고, 투사를 사용하면 남 탓이 많은 사람처럼 행동할 것이며, 합리화를 많이 쓴다면 핑계를 많이 대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위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누군가에게 자꾸 끌리는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그 사람에게 전치가 되어서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단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정의 심리 때문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의 심리에 대한 피학적인 반동형성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여러 가지 방어기제들은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단서들을 줍니다. 무의식적 동기, 즉 이드를 알아내고 그 이드에 반응하여 작동되는 자아의 대응방식, 즉 방어기제들을 분석해보면,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G. 베일런트(G. Vaillant)는 방어기제를 정신병적 방어, 미성숙한 방어, 신경증적 방어, 성숙한 방어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성숙한 방어인 승화나 이타주의, 유머, 억제 등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인격적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는지 곰곰이 되짚어본다면, 자기 자신이 얼마나 인격적으로 성숙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가족심리백과
가족심리백과 | 저자송형석 외 4인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전체목차
2부. 가족심리백과 1장. 어린아이와 부모의 문제
2장. 초등학생자녀의 문제
3장. 중고생 자녀의 문제
4장. 청년의 문제 5장. 중장년의 문제
6장. 노인의 문제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Daum백과] 정신결정론가족심리백과, 송형석 외 4인, 시공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