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가족심리백과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노인 심리상담 : 노화와 죽음

심리상담 문의내용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평소 아버지를 무척 미워하는 아들이었는데, 막상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니 너무 죄스럽고 황망합니다.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계속 힘들어하고 있는데요. 주변에서는 처음엔 이해를 해줬지만, 제가 3개월이 지나도 상태가 좋아지질 않자 우울증 치료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합니다.

우리 삶은 상실에서 시작해 상실로 끝난다고들 합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던 아기가 태어나는 것부터가 상실입니다. 이때 최초의 상실을 경험하는 것이죠. 그러다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의 품과 젖가슴과 이별하고, 내 자리를 동생에게 빼앗기기도 합니다. 유치원과 학교에 가면 집과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해마다 같은 반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지는 경험도 합니다. 사춘기가 되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면서 부모를 떠나 심리적인 독립을 하죠. 나이가 들면, 친한 친구와의 이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질병이나 사고에 의한 신체기능의 상실 등을 겪습니다. 특히 중년기에는 부모나 선후배, 친구들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반응을 우리는 ‘애도’라고 표현합니다.

소중한 누군가가 죽었을 때 우리는 애도 과정을 경험합니다. 애도 과정의 첫 번째 반응은 ‘충격’입니다. 소중한 사람이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과도한 부담에 목 놓아 울거나 신음하는 등 불안 혹은 공황반응을 나타내죠. 이런 쇼크단계는 일반적으로 짧지만, 회복기의 반응이 잘못될 경우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애도의 두 번째 단계는 ‘슬픔’입니다. 슬픔에 잠겨 죽음을 되돌릴 수 없다고 느낄 때 무력감으로 손을 비튼다든지, 목적 없이 이리저리 걷는다든지, 옷이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들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깊은 절망과 슬픔이 뒤따르면서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축 늘어져 보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죽은 사람과 갈등이 있었거나 그에게 양가감정 혹은 죽기를 바랄 정도의 증오가 있었던 경우에는 자신의 미움이 그 죽음의 원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큰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자기비난이 심해지고 민감한 사람들은 우울증이 옵니다. 때때로 정신증까지 병세가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분리’에 대한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 반응은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지는데요. 초기에는 그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중요한 대상과 영원히 이별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불안과 분노를 느낍니다. 자신을 혼자 남겨두고 간 것에 대한 분노가 죽은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갈 수 있는데, 그로 인해서 의사나 병원관계자, 간병인 등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까운 친척을 비난하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이 했어야 할 혹은 하지 말았어야 할 일로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노가 만성적으로 이어지면 슬픔과 결합해 우울증이 발생하거나, 죄책감을 속죄하는 행동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런 애도반응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점차 강도가 약해집니다. 문득 떠오르는 작은 추억으로 다시 눈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반응들도 점차 희미해져 더는 그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죠.

애도 과정이 오래가고 우울증까지 오는 사람들 중에는 부모와 관계가 너무 밀접했거나, 죽음이나 상실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가 들어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머니에게 너무 의존하던 40~50대 자녀들의 경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특히 갑자기 돌아가시면) 우울증에 걸리는 일이 흔합니다. 의존할 곳 없이 혼자가 된 느낌에 힘들고, 차라리 부모를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미 사춘기에 이루어져야 했던 자신의 정체성 확립과 부모로부터의 심리적인 독립을 갑작스럽게 이뤄나가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애도기간은 3~6개월가량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심하게 우울하거나, 6개월 이전이라 해도 돌아가신 분에 대한 심한 죄책감, 자책감이 지속될 경우에는 우울증을 비롯해 다른 문제는 없는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심하면 우울증에 준해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가족심리백과
가족심리백과 | 저자송형석 외 4인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전체목차
2부. 가족심리백과 1장. 어린아이와 부모의 문제
2장. 초등학생자녀의 문제
3장. 중고생 자녀의 문제
4장. 청년의 문제 5장. 중장년의 문제
6장. 노인의 문제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Daum백과]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가족심리백과, 송형석 외 4인, 시공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