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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족심리백과

고소공포증이 너무 심해 불편합니다

중장년 심리상담 : 불안

고소공포증(acropho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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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문의내용
저는 27살 남자인데 고소공포증이 유독 심합니다.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기구 타는 것은 당연히 질색이고요. 평상시 육교도 피해 다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취업한 회사가 말썽이에요. 출근길에는 항상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10층 높이 사무실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고개를 돌리기가 무섭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입니다.

어린 시절엔 누구나 어둠을 무서워했던 것처럼 상황과 나이에 맞게 약간의 두려움을 갖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두려움의 수준을 넘어 유달리 특정 대상과 상황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특정 공포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의 경우, 공포감의 정도가 심하고, 비합리적이며, 특정 대상과 상황에 대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비슷한 공포심을 갖습니다. 당연히 이를 피하려 노력하지만, 회피가 실패로 돌아가면 극심한 공포감과 불안, 심지어는 공황발작(Panic Attack)각주1) 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경험이 저마다 다르고, 살고 있는 환경도 다르지만 사람들이 공포증을 느끼는 특정 대상과 상황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특정 동물을 두려워하는 동물형 공포증의 경우 그 대상이 거미, 곤충, 개, 뱀 등입니다. 그다음 앞 사례의 주인공과 같은 고공, 폭풍, 물을 두려워하는 자연환경형 공포증도 있고, 병원에서 주사를 맞거나 피검사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혈액-주사-손상형 공포증, 비행기나 엘리베이터, 밀폐된 장소에서 심각한 공포를 경험하는 상황형 공포증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공포대상과 연관된 심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것이 공포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 옆집 강아지에게 물렸다거나, 동생과 장난치며 놀다가 장롱에 갇힌 기억이 있거나, 누군가가 익사하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비행기 추락에 관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를 접했다면, 그와 관계 있는 공포증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누구나 다시는 그 상황을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그 대상과 상황이 예측된다면 의식적으로 피하려 할 것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은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 거세공포가 내적 갈등을 유발해 이에 대한 경고로서 공포증이 나타난다고 보았고, 학습이론에서는 다른 사람에게서 공포반응 행동을 보고 배우거나, 부모가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이 학습되어 공포증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공포증들이 의외로 충격적인 외상의 기억이 없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공통으로 공포증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것도 같은 형태의 공포증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인간의 공포증이 유전적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무섭고 사고가 빈번한 것이 교통사고지만, 자동차공포증이란 병은 없습니다. 대신 평소 뱀을 구경하지 못한 사람도 뱀공포증을 가질 수 있죠.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 중 하나가 뱀이었고, 이런 뱀에 대한 공포는 생존을 위해 후세에게 전해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이 특정 공포증을 가지는 대상과 상황은 현대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원시시대 인간의 생존에는 치명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미, 곤충, 개, 높은 장소, 물, 폭풍, 뾰족한 것, 쉽게 도망치기 힘든 좁고 갇힌 장소 모두 원시시대 인간에게는 생존에 위협이 되는 꼭 피해야 할 것들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공포증이 있는 환자들은 생존에 유리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공포는 쓸모없는 해로운 감정이자 스트레스로만 생각되기 쉽지만, 사람에게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생물학적으로 공포는 뇌에서 정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아몬드 모양으로 생긴 편도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동물에게서 편도체를 제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편도체를 제거한 쥐나 사슴은 공포를 못 느끼기에 용감해지겠지만,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고 사슴은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기에 살아남지 못하게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포가 없다면 높은 데서 뛰어내리고, 뜨거운 불에 손을 넣고, 차들이 넘쳐나는 도로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넘쳐날 것입니다.

실제로 편도체가 손상된 후, 위와 같은 이상증세를 보이는 임상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40대 한 여성은 편도체가 손상되기 전인 어린 시절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공포감을 경험했었습니다. 하지만 희귀질환으로 인해 편도체가 손상되자 공포영화를 봐도 전혀 겁에 질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타도 공포지수가 0이었으며, 뱀이나 거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만지더라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죠. 이와 비슷하게 난치성 간질로 좌측 편도체 제거 수술을 받은 남성이 의도치 않게 거미공포증에서 벗어난 임상보고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공포감이 있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앞 사례의 주인공처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부적응을 초래하는 지나친 공포감이 문제인 것이죠. 이런 경우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사회공포증과 비슷한 처방을 하게 되고, 치료반응도 좋습니다. 일시적으로 공포반응을 차단하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그 대상과 상황을 피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는 것입니다. 어느덧 스스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쌓이고 신경이 무뎌지면 약물 복용을 그만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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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심리백과
가족심리백과 | 저자송형석 외 4인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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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가족심리백과 1장. 어린아이와 부모의 문제
2장. 초등학생자녀의 문제
3장. 중고생 자녀의 문제
4장. 청년의 문제 5장. 중장년의 문제
6장. 노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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