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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족심리백과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려니 두려움이 앞서네요

청년 심리상담 : 친구관계

부모로부터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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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문의내용
이제 곧 결혼하면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게 될 텐데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아요. 혼자서 살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 또 제가 없으면 엄마는 또 얼마나 쓸쓸해하실까도 걱정되고요.

인간은 너무나도 나약한 상태로 태어납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그래서 신생아 시기에는 한시도 빠짐없이 돌봐줄 보호자, 즉 엄마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신생아는 자신을 돌봐주는 엄마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엄마의 자궁에서 세상으로 나와 숨 쉬고 배고픔을 해소하는 자기 자신의 존재감에만 몰입되는데, 이 시기를 정신분석가 말러는 ‘정상자폐기’라고 이름 붙였습니다.(대상관계이론 참조)

아기는 배가 고파서 울면 먹을 것이 입으로 들어오고, 엉덩이가 찝찝해서 울면 금방 뽀송뽀송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 아닌 누군가(즉, 엄마)가 그렇게 해주는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죠. 아기가 자신과 엄마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 시기를 ‘공생기’라고 부릅니다.

그러다가 점차 먹을 것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누군가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만은 없는 타자(他者)임을 깨닫고는 실망하고 분노하는 때가 옵니다. 엄마는 나와 별개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뒤, 대신 엄마에 대한 영원한 이미지를 마음속에 간직하죠. 마음속의 엄마는 내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달려와줄 것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이 시기를 ‘분리개별화기’라고 하는데, 이런 첫 번째 개별화기는 만 3세까지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건이 성인 초기에 한 번 더 일어납니다. 어른이 되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시기가 바로 그때인 것입니다. 첫 번째 개별화기 때는 단지 마음속으로만 엄마와의 분리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맞게 되는 두 번째 개별화기 때는 실제로 몸까지 분리가 되어 진짜로 독립을 완성하게 됩니다. 성인으로서의 정체감을 공고히 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두 번째 개별화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의 도움을 받으려 하고, 부모와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결혼을 망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애초에 첫 번째 개별화기 때부터 분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엄마가 너무 노심초사해서 아이를 곁에서 떼어놓지 못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진정한 심리적 자아를 찾지 못하고 자율성이 없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므로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런 유형의 ‘캥거루족’들은 말러의 표현대로라면 공생기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에는 심리적인 요인 외에도 사회경제적인 요인 또한 크게 작용합니다.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상승 같은 요인들 때문에 부모의 도움 없이 온전한 독립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은 퇴행심리가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간혹 편모슬하에서 성장한 경우나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라난 젊은이들이 ‘내가 떠나고 나면 엄마가 많이 외로워하실 텐데’ 같은 걱정을 하는데, 대개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들이 ‘둥지를 떠나는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원래 속했던 가족의 문제는 그 안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밖에서 충분히 독립한 후에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걱정된다고 자신의 삶을 유예시키지는 말아야 합니다.

반대로 불안감 때문에 자식을 독립시키지 못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경우로, 적정한 나이에도 자식의 독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라면 어떻게 하더라도 안심시켜주기는 힘듭니다. 부모의 불안감은 과감히 그들 몫으로 남겨놓고 예정대로 독립을 진행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독립’은 말 그대로 상대방과 나는 다른 사람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빨리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성의 삶에 대해 장기간 추적관찰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젊은 여성들이 부모의 집을 떠나서 자신의 독립된 본거지를 형성하기까지는 보통 5~1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따로 집을 얻어 나간다고 해서 순식간에 독립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보다는 긴 기간에 걸쳐 서서히 아동기보다 어른다운 형태로 변형시켜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부모의 집에 살면서 취해왔던 부모와의 관계와 어린 아들/딸로서의 역할들 중 버릴 것은 버리고 유지할 것은 유지하면서, 그 자리를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 세대주로서의 책임감 같은 자질로 채워야 합니다. 함께 살던 부모는 이제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든든한 후원자의 역할만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자기심리학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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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심리백과
가족심리백과 | 저자송형석 외 4인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전체목차
2부. 가족심리백과 1장. 어린아이와 부모의 문제
2장. 초등학생자녀의 문제
3장. 중고생 자녀의 문제
4장. 청년의 문제 5장. 중장년의 문제
6장. 노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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