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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족심리백과

학교를 안 다니겠다며 고집을 부려요

중고생자녀 심리상담 : 친구관계와 학교 적응

청소년 부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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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문의내용
고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인 우리 애가, 갑자기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공부도 잘해서 전교에서도 수위권에 들었는데, 친구를 잘 만들지 못하면서 학교적응이 힘들다고 하더니 검정고시로 공부하겠다고 하네요. 지금 하지 않으면 자기 인생을 망칠 것 같다고 합니다. 당연히 아이의 자퇴 결정은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아이가 너무 고집을 부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자퇴요구는 앞서 살펴보았던 전학요구와 맞물려 있습니다. 전학을 자주 요구하다가 자퇴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자퇴요구는 전학요구와 달리, 대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1학년, 조금 늦게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 나타납니다. 중학교 1, 2학년의 경우 아직 학교에 적응이 되지도 않은 데다 자신도 벌써부터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난다는 데 불안을 느끼는 편이고,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넘어가면 굳이 자퇴를 하는 것보다 그냥 다니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자꾸 전학시켜 달라고 해요 참조)

전학문제에서는 대인관계가 힘들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지만, 자퇴문제는 이미 대인관계는 부정적인 쪽으로 고정이 된 상태라 볼 수 있습니다. 전학이 나름대로 개선을 하려는 자구책이라면, 자퇴는 자신감의 결여로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시도인 것입니다.

이들은 3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타입은 역시 대인관계가 문제입니다. 따돌림이나 폭력의 피해자라거나, 반대로 자신의 충동성을 이기지 못해 자퇴를 원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맞는 아이도 때리는 아이도 모두 ‘저 자신도 어쩔 수 없어요. 내가 적응 못 하는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어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부정적인 마음의 깊이가 상당하죠.

먼저 피해청소년은 성격적으로도 소심하고 성적이 낮거나, 부족한 외모나 체형 등으로 또래에게 인정받지 못한 기간이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오래된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청소년도 신체적으로 우위에 있을 뿐 분노가 크고, 사회나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여 자존감이 바닥인 것은 같습니다. 둘 다 안정된 대인관계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주어야 하는데, 이는 병원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자존감이 많이 저하된 학생들입니다. 집안환경이 불우하거나,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고,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니라 ‘학교에서 기대할 것이 별로 없는’ 상태인 것이죠. 이런 학생들은 고등학교는 마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빨리 돈이나 벌어서 가족에게도 인정받고 친구들에게도 인정받고 싶다’라는 욕구가 있습니다. 부모가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면 자퇴를 생각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런 경우 자퇴를 하게 되더라도 사회에 적응할 때까지 주변사람 중에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학교도 그만 둔 채 외톨이가 되어버렸어요 참조)

세 번째는 최근 들어 급증한 케이스로, 학교수준이나 성적이 본인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입니다. 앞의 경우들과 달리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외고, 과학고, 평판이 좋은 학교 등에 진학하고 싶은데 원하던 학교가 아닐 때 실망하거나, 외고 등에 진학했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원래 전교 10등 안에 들던 아이가 전교 100등이 되어 우울하다는 식이라, 남들이 보기엔 배부른 소리로 보이지만 당사자에겐 심각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상담을 해보면 관심사가 성적과 주변의 평가밖에 없는 듯 보이곤 합니다. 학교를 쉴 때 쉬더라도 취미, 놀이, 친구관계 등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빨리 학교를 그만두고 나갈 생각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원래 자신감이 넘치던 학생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터라 매우 고집스러워 때로는 건방지게 보이기도 하고, 부모들도 아이에게 동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설득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 학습방식을 바꾸거나, 목표 대학이나 진로에 대해 세심하게 논의를 하여 자신의 기대와 현실 간 조정이 잘 이루어지면 다시 학교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자퇴를 한 학생들이 장기적으로 겪는 문제점은, 첫째로 대인관계가 소멸되어버린다는 것이고, 둘째로 다시 주류의 삶으로 들어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지금 옆에 있는 친구들이 계속 같이 있어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상을 같이하지 않기 때문에 1년 안에 사이가 멀어지게 됩니다.

일반적인 아이인 경우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인간관계의 변화가 크게 온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또 학교를 떠나면 시간이 여유로우니까 마음만 먹으면 공부나 시험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자퇴를 원하는 학생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학교를 그만둔 뒤 무엇이 가장 기분 좋고,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 하는 것입니다. “시원하다” “마음이 편안할 것 같다”라고는 하지만, 무엇이 아쉬워질지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현실적으로는 중간단계로 대안학교나 학원에 적응할 것을 권유할 수 있습니다. 대안학교의 경우 학생과 잘 맞으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으나, 입학절차가 까다롭기도 하고 특히 최근에는 공부나 종교적 목적을 갖고 설립된 학교가 많아져 선택지가 복잡한 편입니다. 또 내부에서 다시 발생되는 부정적 인간관계로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잦죠.

검정고시 학원이나 입시학원의 경우, 학습에만 몰두하는 등 분위기가 기존 학교와 다르고 대인관계가 그다지 없다는 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경우든지 해당 청소년의 심리적 치료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른 자퇴는 경험적으로 볼 때 좋은 결과보다는 나쁜 결과가 많아서, 웬만하면 못 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퇴 이후의 자기가 어떻게 될지 혹은 이후 1~2년간 어떻게 할지 학생 스스로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는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자퇴를 하고 싶은 이유가 음악을 하기 위해서인데 자기 스스로 학원등록도 마쳤고 매일 연습도 빼먹지 않는다거나, 지금 학교를 그만두면 아마 많이 외로울 것이고 까딱 잘못하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릴까 봐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독서실에 나간다고 하는 학생이라면, 치료자는 오히려 부모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하고 독립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믿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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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심리백과
가족심리백과 | 저자송형석 외 4인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전체목차
2부. 가족심리백과 1장. 어린아이와 부모의 문제
2장. 초등학생자녀의 문제
3장. 중고생 자녀의 문제
4장. 청년의 문제 5장. 중장년의 문제
6장. 노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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