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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족심리백과

자꾸 전학시켜달라고 해요

중고생자녀 심리상담 : 친구관계와 학교 적응

왕따(out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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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문의내용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친구들이 마음에 안 든다며 자꾸 전학시켜달라고 해서 무리를 해가며 전학을 시켜줬는데, 일주일도 안 되어 다시 원래 학교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차라리 전 학교가 나았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생활을 중단하고 싶은 아이들과는 긴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우선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전학하고 싶습니다”이고, 두 번째가 “자퇴하고 싶습니다. 빨리 사회에 나가서 돈을 벌겠습니다” 혹은 “자퇴해서 검정고시를 보고 빨리 대학에 가겠습니다”입니다. 세 번째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 만나기가 싫습니다”입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이에 해당하죠.

청소년 문제의 최고봉은 따돌림이나 폭력보다도 전학, 자퇴, 은둔형 외톨이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이런 아이들은 치료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부모와 아이와의 잠재적 문제, 부모 자신들의 문제, 아이 자체의 성격적 문제, 사춘기 때의 충동성이 어우러져 웬만한 치료자들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경우 단순한 학교적응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빠른 시간 내에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권유합니다. 어설프게 보고만 있다가 너무 많은 세월을 허비하여 상처만 깊어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아이들의 전학 요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되는데,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이 그러한 요구를 더 많이 하는 듯합니다. 여자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대인관계가 좋지 못하던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 여자아이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더는 견디지 못하고 전학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죠. 또 초등학교 때는 다소 독선적으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중학교 이후 아이들이 자신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자 학교를 옮겨서 새로 시작하려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전자의 경우는 아이의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자신감이 부족하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부모가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아이들과 관계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본인도 자기가 소심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적절한 조언자만 있다면 협조도 잘 되는 편입니다.

문제는 후자로, 중학교 이후 달라진 대인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성격적으로 미성숙한 경우가 많아 본인 위주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관계가 잘 되질 않습니다. 흔히 “애들이 내 말을 안 들어”라든가 “아, 몰라, 몰라. 그냥 전학시켜달란 말이야” 같은 말을 하죠. 이런 경우 자기 자신도 변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좋지 못한 결과로 가기가 쉽습니다. 이때는 부모와 치료자 모두 힘을 합쳐 아이를 잘 통제해가면서 정신적 발달을 유도하는 수밖에 없으며, 여기에는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두 번 정도의 전학은 각오해야 합니다.

흔히 전학시켜달라는 요구는 중학교 1, 2학년 때 최고조에 이르고,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줄어듭니다. 그리고 다시 고등학교 1학년 때 증가하게 되고, 고등학교 2학년 이상이 되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2학년의 경우 이미 학교에 적응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알아서 무리한 전학요구는 잘 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남자아이들이 전학, 자퇴요구를 더 많이 하는데, 이는 남녀 간의 인성발달이 2년 정도 차이가 나는 데서 기인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학요구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중학교 때 만들어진 인간관계 스타일을 발달시키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학교 때 최고학년을 맛보고 중2병 같은 과대한 자아를 가진 채 고등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당황하게 됩니다. 학업량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선생님들은 중학교 때처럼 봐주지도 않고, 학교에서는 선배들에게 ‘밟히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탈출구를 찾기 위해 중학교 때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요구하기도 하고, 무작정 학교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만두겠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이 무렵이 되면 전학보다도 자퇴요구가 더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어떤 경우든 전학은 처음부터 쉽게 허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바꿔서 새로운 출발을 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대개 그 근거는 “그 동네 애들은 착하대”라든가 “나랑 친한 ○○이 그 학교 갔으니까 걔랑 놀면 돼” 같은 것들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다, 초등학교 때의 인간관계가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도 아직 이해하지 못합니다. 전학해봐야 같은 문제가 반복되거나, 옛 친구들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학을 요구하기 쉽습니다.

특별한 사유 없이는 같은 교육청 소속 내에서 전학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학군을 바꾸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서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부모의 입장을 고려하는 성숙함은 대개 아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식의 전학요구가 3회 정도 반복되면 학생 스스로 ‘학교에서는 답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고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자퇴를 요구하곤 합니다.

그런데 왜 그 ‘착하고 말 잘 듣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모를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우선 아이가 초등학교 때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정신적 발달을 이루지 못하고 유아적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몸만 자라고 있는데, 부모가 보기에 큰일 없이 무난하게 지내면 그냥 넘어갔던 탓도 있죠. 아이가 변해갈 때 부모의 정신적 발달도 동시에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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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심리백과
가족심리백과 | 저자송형석 외 4인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전체목차
2부. 가족심리백과 1장. 어린아이와 부모의 문제
2장. 초등학생자녀의 문제
3장. 중고생 자녀의 문제
4장. 청년의 문제 5장. 중장년의 문제
6장. 노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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