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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족심리백과

아이가 눈치가 없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자녀 심리상담 : 대인관계

심리상담 문의내용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접기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이와 관련된 상도 많이 받고 똘똘하다는 이야기도 듣긴 하지만, 친구들과는 항상 부딪히고 자기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해요. 융통성도 없고요. 왜 그런 걸까요?

아이들 중 유달리 눈치가 없고, 문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죠. 이 아이들은 흔히 사람 간의 상호작용보다는 기계나 물리적 현상에 더 관심을 보이고,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거나 그 마음상태를 짐작하는 데는 약합니다. 역지사지가 어려운 것이죠. 사회성은 좀 부족하지만 공부를 곧잘 하던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또래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워 진료실을 찾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아이가 눈치가 없고 사회성이 유달리 부족해 보일 때 생각해볼 수 있는 몇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환경적인 스트레스나 우울 같은 정서문제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날이 서 있는 아이들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양육문제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해보지 못해 독불장군처럼 행동을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문제들은 주변의 관심이나 엄격한 훈육으로 조절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가진 기질적 문제로 인해 사회적인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 진보된 생물학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2013년에 새로 개정된,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행하는 에는 ‘사회적 의사소통장애(Social Communication Disorder)각주1) ’라는 진단명이 처음으로 추가됐습니다. 이는 인사나 감정공유 같은 사회적 목적의 의사소통을 맥락에 맞게 사용하지 못하고,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안녕히 주무셨어요?” 라는 인사가 잘 잤는지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는 질문이 아니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또한 의례적인 인사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이죠. 또한 듣는 사람이 어른인지 아이인지에 맞추어 의사소통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명백하지 않은 추론이나 관용어, 유머, 비유 등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도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돌발행동을 하거나, 분위기에 맞지 않음에도 본인 위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아스퍼거증후군은 그 극단에 있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상황을 살펴봅시다. 아이가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고려의 성립부터 태조 이성계 이야기, 당시 중국의 상황 등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친구는 쉬는 시간에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처음에는 귀를 기울여주죠. 아이는 친구가 어떤 마음인지, 친구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이 없는 채로 역사 설명을 계속합니다. 친구 입장에서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하니 할 수 없이 일방적으로 말을 끊고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시작해버립니다. 그럼 아이는 시무룩해지죠.

이런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사회적응력 부족,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의 부족, 그리고 특정 사안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신체언어(Body Language)를 알아채지 못하고,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대로 다른 아이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여러 능력들이 들쭉날쭉하여, 관심사를 다룰 때는 특출한 집중력을 보이지만, 교실의 다른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개그 프로그램이나 아이돌 가수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할 수 있으며, 운동신경이 미숙한 경우도 있습니다. 평상시 대화할 때도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고 이야기한다든지, 표정이 다양하지 않아 감정을 파악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평범하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가,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또래아이에게 기대되는 수준만큼의 이해력을 지니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대개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렇게 사회적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는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가 어설프게 말하거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도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사회적 소통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효과적인 표현을 못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말을 똑바로 하라’는 식으로 대한다면, 아이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부정적인 정서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의사소통에 있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우선돼야 합니다. 꼭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올바른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거나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무시되는 집안 분위기가 있다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의사소통의 문제를 겪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정리하여 어떤 상황에서 이러한 단어들을 사용하는지 연습해야 합니다. 예컨대 일상생활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자주 활용하거나 아이에게 이런 상황에 적합한 단어는 무엇인지 물어보며 그 단어에 익숙해지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친구를 밀치면 안 되지만 자기 자리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친구와 몸이 닿는 정도는 괜찮다는 차이를 자세히 설명해주거나, 그래도 잘 이해하지 못할 때는 다른 친구들이 하는 행동 중 기분 나쁘지 않아 보이는 걸 따라 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습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떠할지 공감하고 이해시키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습니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대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주인공의 감정이 어떨지 이야기하고 왜 이런 감정일까 의견을 나누는 것입니다.

특히 부모는 아이에게 “너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매우 매력적인 장점이 있어”라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너희 반에 친구 ○○가 읽기는 잘 못하지만 수학은 잘하고 친구도 많은 것처럼, 너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아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하지만 너는 좋은 기억력을 가졌고, 컴퓨터를 잘하고, 특정 주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잖아”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어려움으로, 비언어성 학습장애 문제를 가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비언어성 학습장애란 지능검사에서 시지각 또는 시공간적 정보를 입력하고 분석하는 인지기능인 동작성 지능(Performance IQ)이 언어적 정보를 다루고 대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인지기능인 언어성 지능(Verbal IQ)보다 15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시각적으로 입력된 정보를 대뇌에서 지각하여 정보를 처리하는 시 / 공간 지각 능력(Visual-Spatial Perceptual Capacity),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시각-운동 협응 능력(Visual-Motor Integration), 학습을 하거나 과제를 수행할 때 얼마나 빨리 정보를 처리하는가를 판단하는 정신-운동 속도(Psycho-Motor Speed) 등에서 현저한 저하를 보입니다. 이로 인해 주어진 상황을 조직화하고 계획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능동적으로 상황을 파악하여 문제를 대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이런 아이들은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고, 사회적 맥락에서 상황을 연결하여 파악하고 인과관계를 이해하여 결과를 예견하는 등의 상황판단력이 떨어져서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이 떨어집니다. 운동신경이 떨어져서 일반적인 체육이나 스포츠 활동을 싫어하여 회피하는 학생들도 꽤 있습니다.

또한 손의 소근육 운동기능(Fine Motor Skills)이 떨어져 젓가락질이나,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거나 모사하는 능력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이는 ADHD 아이들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뇌 기능을 발달시키는 놀이로, 종이접기, 보드게임, 소근육 운동(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실로 구슬꿰기)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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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심리백과
가족심리백과 | 저자송형석 외 4인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전체목차
2부. 가족심리백과 1장. 어린아이와 부모의 문제
2장. 초등학생자녀의 문제
3장. 중고생 자녀의 문제
4장. 청년의 문제 5장. 중장년의 문제
6장. 노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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