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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이 발달에 있어 본격적으로 아버지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기는 초등학생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발달적으로 남녀 특성이 좀 더 구체화됩니다. 성의 구별이 더 분명해지고 같은 성끼리의 결집력이 강화되면서, 남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끼리, 여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끼리 다른 종류의 관심사를 갖게 되고 다른 종류의 놀이를 하게 됩니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가 성적으로는 비교적 ‘고요한 잠복기’로 성에 대한 관심이 없을 때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이 시기에 아이들은 이성끼리 서로 부끄러워하며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런 발달과제와 관련해 남자아이는 아버지, 여자아이는 어머니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가 더 강력하게 일어나는데요. 그런 면에서 동성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이 시기의 발달단계를 거치며 남자아이는 아버지를 무서운 존재로 여기기도 하지만, 적절한 권위 상(Authority Figure)이 형성되지 못하면 아버지를 만만하게 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양육참여가 아이의 사회성, 정서 및 성격발달, 인지발달과 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아버지의 심리적 성숙과 조화로운 부부관계 및 친밀한 아버지-자녀 관계형성에 긍정적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보스턴대학 M. 코텔처크(M. Kotelchuck)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맡겨졌을 때 불안감을 덜 보였다고 합니다. 반면 아빠의 손길을 덜 탄 아이는 활동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아빠와 접촉이 많은 아이일수록 낯선 상황에 더 잘 대처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낯선 상황에서 엄마는 아이를 감싸지만, 아빠는 아이에게서 조금 떨어져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엄마가 안전기지라면, 아빠는 아이가 활동할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의 울타리인 것이죠.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친구일 수만은 없습니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자녀를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부모가 되라는 것이지, 진짜로 아이의 친구처럼 행동하면서 아이를 친구인 양 대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부모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게 보호하고, 가르치고, 사랑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적절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잘못된 행동은 제지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상벌도 내려야 합니다.

유아기를 거치며 아이가 부모에게 얻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어떠한 순간에도 엄마 아빠는 내 편’이라는 믿음과 애착이라면, 그 이후 부모는 아이가 ‘이 세상을 독립적으로 잘 살아가도록’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아버지가 해주어야 합니다. 자상하고 격 없는 부모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떨어져 아이를 지켜보면서 아이가 잘할 때는 격려하고 아이가 잘못했을 때에는 야단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초등학생 자녀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는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한데요. 이때 소통방식은 신체적ㆍ비언어적 요소로도 얼마든 가능합니다. 시간을 쪼개 학교행사에 참석해 아이의 모습을 지켜봐주거나, 아이의 친구가 누구이고 아이 의견은 어떤지 관심을 표하는 것도 좋습니다. 목욕탕이나 이발소를 가는 등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데, 남자들은 대개 관심 있는 일 외엔 서툰 편이므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캠핑이나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의사소통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