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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족심리백과

아이가 저한테서 떨어지려 하질 않아 너무 힘들어요

인간심리의 발달

분리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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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1단계. 신뢰(Basic Trust) vs. 불신(Basic Mistrust) 단계각주1)

기본신뢰는 아이와 양육자 간의 초기경험에서 시작된다. 정서적으로 따뜻한 엄마가 일관되고 안정된 환경 속에서 양질의 양육을 제공할 때, 아이는 엄마를 신뢰하게 된다. 이렇게 기본신뢰를 갖게 된 아이는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져도 불안해하거나 화내지 않으며, 긍정적인 태도와 자기확신을 갖는다.

심리상담 사례

문의내용
아이가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엄마인 저에게서 도통 떨어지려 하질 않네요.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는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이 시기는 에릭슨의 발달단계 제1단계에 해당하는데요. 아기가 세상을 향한 신뢰의 싹을 틔우는 시기로, 아이의 기본적인 신뢰 발달은 엄마와의 초기경험에서 출발합니다. 부모가 양육과정에서 친밀한 태도로 일관된 양육을 제공해 아이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었을 때 아이는 자신과 주변환경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됩니다. 그 결과, 아이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희망적인 태도, 자기확신 등을 발전시키게 되죠. 반면 기본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 불신감이 생기며, 일단 형성된 불신감은 평생 남아 이후의 발달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매우 여리고 무력해서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기에, 부모와 분리될 때 불안을 느끼는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각주2) 이 나타나는 게 정상입니다. 커가면서 아이는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좌절, 즉 잠시 부모와 떨어져 있더라도 곧 부모가 다시 나타나 자신을 위로하고 돌봐주는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부모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고, 차츰 두려워하지 않고 부모와의 분리를 견딜 수 있게 되면서 결국 분리불안을 극복하게 됩니다.

프로이트는 출생 이후부터 1살 반까지를 구강기(Oral Phase)라고 명명했는데요. 에릭슨의 제1단계와 일치하는 시기입니다. 아기의 모든 관심이 빨거나 깨무는 것과 같은 입의 감각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죠. 이 감각이 충분히 만족되면 다음 단계로 가기 쉬워지지만, 지나치게 구강기적 만족에 집중하거나, 혹은 젖을 물리지 않는 등의 문제로 충분한 만족이 주어지지 않으면, 구강기 고착으로 이상성격이 발생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의존적인 성향이나 먹는 것, 술과 담배에 대한 집착 등이 그것입니다. 최근에는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가 뇌에 영향을 미쳐 이런 경향을 나타낼 수 있다고도 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기의 기질(Temperament)입니다. 아기마다 조금씩 행동양상이나 정서상태가 다르고, 심지어는 체질이나 신체적 반응도 다릅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비슷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각기 다르게 반응합니다. 이런 타고난 기질 차이로 인해 아기가 부모와 분리되었을 때 반응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기질에 관한 연구로는 A. 토머스(A.Thomas) 등이 133명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뉴욕종단연구(New York Longitudinal Study, NYLS)를 시작한 이래 많은 연구가 이어져왔습니다. 연구자들은 아기들의 여러 가지 행동차원을 분석해 3가지 기질유형을 찾아냈죠. 바로 순한 아이(Easy Child), 까다로운 아이(Difficult Child), 느린 아이(Slow To Warm Up Child)로 나눈 것인데요. 순한 아이는 일상생활이 규칙적이고, 외부자극에 보통 정도로 반응하며, 긍정적인 정서를 많이 보이고, 낯선 환경에도 잘 적응합니다. 약 40퍼센트의 아이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까다로운 아이는 순한 아이와 반대특성을 보이는데, 일상생활이 불규칙적이고,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보입니다. 약 10퍼센트의 아이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느린 아이는 대체로 낯선 환경에 느리게 적응하고, 외부자극에 보통으로 반응합니다. 약 15퍼센트의 아이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아이를 키울 때 기질을 고려한다면,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까다로운 편이어서 불규칙적인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면, 그에 맞는 양육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기질적으로 까다로운 아이는 키우기 어렵고, 커서 문제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아이에게 잘 맞는 양육을 제공했을 때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단계의 심리발달에서 고려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애착(Attachment) 개념입니다. 애착이론은 1960년대에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J. 볼비(J. Bowlby)에 의해 처음 발표되었고, 이후 발달심리학 등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습니다. 애착은 한 사람이 누군가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는 것인데, 아기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엄마나 다른 양육자에게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최초의 시작이 됩니다. 아이는 엄마를 안전기지(Secure Base)로 삼아 험한 세상을 탐험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미소를 짓고 안기며 매달리는 등 애착행동을 해서 엄마가 떠나지 않고 자신을 돌보게 만들죠. 엄마는 아이의 욕구를 민감하게 알아채서 반응하는데, 이런 민감성(Sensitivity)이 애착의 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앞 사례의 아기 역시 엄마가 민감하게 아이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충족시켜주어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고 나면,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견디는 힘이 자연스레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엄마에게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애착 형성에 큰 문제가 생기죠. 예를 들어, 엄마가 사고로 죽고 대신 돌봐줄 사람도 없어 아이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없으면, 아이의 애착 형성에 위기가 옵니다. 일단 형성된 애착 형태는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기까지 친구, 연인, 배우자, 자녀 등 소중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M. 아인스워스(M. Ainsworth) 등은 낯선상황절차(Strange Situation Procedure)각주3) 실험을 통해 아이가 엄마와 떨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가 가지고 있는 애착의 형태를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안정된 애착을 보이는 아이는 엄마와 떨어질 때 싫어하고 두려워하지만, 다시 만났을 때는 위로를 받고 금방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양가적 애착의 아동은 떨어졌다가 다시 만난 엄마가 달래려고 할 때 화를 내고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죠. 회피적 애착을 보이는 아동은 엄마와 떨어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다시 만났을 때도 엄마에게 매달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외에 분리와 재회 시에 일관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비구조화된 애착을 보이는 아동도 있는데, 이는 가장 좋지 못한 경우입니다.

한편 M. 메인(M. Main) 등은 성인이 된 부모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어린 시절에 부모와 어떤 애착을 경험했는지 분류하는 연구를 했고,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부모가 가진 애착 형태와 자녀가 가진 애착 형태를 비교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애착 형태가 일치하는 비율이 70퍼센트에 이른다고 하니, 애착이 대물림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애착 형태가 불안정해서 자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두려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애착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새로운 정서적 경험을 통해 일생에 걸쳐 변화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애착에 관한 또 다른 연구로 H. 할로(H. Harlow)가 시행한 원숭이 실험이 있는데요. 이 실험을 통해 사회적 고립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할로는 어미와 격리된 새끼원숭이를 키우며 수유 등 생리적인 측면을 만족시킨 그룹과 신체접촉 같은 정서적 측면을 만족시킨 그룹으로 나누어 애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생리적 측면만 만족시켜주고 완전히 격리되어 어미나 동료 원숭이들과 접촉이 없던 그룹은 사망률이 높았고, 이상행동을 많이 보였으며, 성장해서 새끼를 낳아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습니다. 또한 가짜어미 실험도 했는데요. 철사로 만든 가짜어미에는 젖이 나오는 젖꼭지를 달고, 헝겊으로 만든 부드러운 가짜어미에는 달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새끼원숭이들은 먹이를 제공하는 철사 가짜어미보다 부드러운 신체적 접촉을 할 수 있는 헝겊 가짜어미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착에서 접촉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죠.

심리적 발달과정을 인지적 측면에서 자세히 연구한 학자인 J. 피아제(J. Piaget)는 자신의 세 자녀를 면밀히 관찰해 아동의 인지발달과정에 관한 이론을 수립했습니다. 지적인 능력은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으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해나갑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출생부터 2세까지를 감각운동기(Sensorymotor Period)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각주4) 이 발달합니다.

4개월 이전의 아기는 장난감을 이불 밑에 숨기면 없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데 반해, 12개월 무렵의 아기는 이불을 제치고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까꿍놀이는 아이가 대상영속성을 획득하도록 돕는 훈련입니다. 눈앞에서 엄마 얼굴이 없어지니 깜짝 놀랐다가 다시 나타나니 반가운 겁니다. 여러 차례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엄마가 잠시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곧 돌아와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 믿게 되죠. 이 사례의 아기도 아직 어려서 당장 엄마가 눈앞에 안 보이면 세상에서 사라진 듯 느껴지고 불안하겠지만, 대상영속성을 획득하고 나면 엄마를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잠시의 분리를 견디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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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심리백과
가족심리백과 | 저자송형석 외 4인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정신과의사 10명이 수십 년간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내담자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생애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걱정..펼쳐보기

전체목차
2부. 가족심리백과 1장. 어린아이와 부모의 문제
2장. 초등학생자녀의 문제
3장. 중고생 자녀의 문제
4장. 청년의 문제 5장. 중장년의 문제
6장. 노인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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