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커넥티드 이동형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IT가 아닌 문화다

1994년 처음 인터넷이라는 것을 접했을 때 항상 들었던 이야기는 '가자! 정보의 바다로'였다. 인터넷은 마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광활한 바다와 같다고 늘 들어왔다. 지금까지 17년 동안 인터넷에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인터넷은 실제로 '사람의 바다'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매일 인터넷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굉장히 수다스럽다. 자신이 어디에 갔었는지, 뭘 먹었는지 계속 이야기한다. 특별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본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한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실제로 새로 만들어진 서비스가 아니라 과거 오프라인에 있던 사교모임의 연장이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듣고 하던 과정을 빠르고 손쉽게 만들어준 것이다. 패스트푸드나 패스트패션 같이, '패스트서비스'라 할 만하다. 아마 사람들이 원치 않으면 그런 것이 인터넷 공간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노출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싸이월드가 처음 꾸었던 꿈은 북한의 김정일 주석과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부시를 일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싸이'코리아'가 아니라 싸이'월드'였다.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언젠가 다른 사람이 이뤄줄 거라고 믿는다.

이동형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세상을 바꾼다."

ⓒ 시공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살던 고향에서 자주 듣는 말이 "우리가 남이가"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알려주지 않고 감추려든다. 반면에 인터넷은 실제로 자신을 많이 알려서 우리가 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혈연이나 지연이나 학연처럼 강하고 끈끈한 관계는 인터넷에서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찾고, 만들어지는 관계에서 네트워크의 연은 느슨하다. 오늘도 만날 수 있고, 내일도 만날 수 있는 패스트푸드처럼 가벼운 사회일지도 모른다.

서로 잘 알게 되면 어느 순간까지 자기를 노출할까, 사실 나는 인터넷에서 SNS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우리의 타깃이 아니다.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는 사람이 타깃이다. 싸이월드가 2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했던 것도 20~30대 남자들은 자신에 관해 보여줄 것이 별로 없고, 사진을 올려도 그 사람의 사진을 누가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20대 여성이 싸이월드에 발을 들이고 나서 한국의 2,500만 명이 다 싸이월드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 앞으로는 어떤 대상을 타깃으로 할 것인가? 싸이월드와 같은 초창기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컴퓨터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24시간 어떤 장소에서도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컴퓨터가 있는 방에 가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브라우저를 켜는 시간이 주어져야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싸이월드에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올라왔다. 일주일 전에 했던 일, 1년 전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 트위터와 미투데이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과 같은, 실제로 '들고 다니는 컴퓨터'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수다스러웠던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다, 지금 무엇을 보았다, 누구를 만났다, 하는 현재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상황을 바꾸고 SNS의 특징 자체를 바꾸어놓았다.

더 나아가 SNS '런파이프'가 목표하는 타깃은 미래일 것이다. 미래에 내가 뭘 할 건가, 친구들이 미래에 뭘 할 건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현재의 이야기는 이미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가 공유되면 훨씬 더 예측 가능한 내일을 만들 수 있고, 사람들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17년 동안 SNS 관련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은 원래 하나'였던 것 같다는 것이다. 하나가 60억 명으로 복제되어 분할되었는데 본능은 다시 연결되어 하나가 되기를 꿈꾸는 듯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경쟁사회에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나를 많이 알리는 사람'이 유리하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는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내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친구들이 나에게 "인터넷 시대에는 사람들이 과연 행복할까?" 하고 많이 묻는다. 아마도 계속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라고 하니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지는 않을 듯하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기 때문에 자신을 감추면서 이기는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위협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자기를 노출하고 투명하게 내보이면서 경쟁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Q&A

다음은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각 연사의 연설 후 진행된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입니다.

Q. 국내 시장에서 어떤 소셜네트워킹서비스가 대표 서비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소셜네트워킹서비스라는 것은 실제로 기술처럼 보이지만 '문화의 변화'입니다. 만약에 1990년 중반에 인터넷을 시작했을 때 지금처럼 페이스북이 시작됐다면 장담컨대 망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 공간에 참여하겠다, 안 하겠다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에 그 공간에 간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는 코드, 즉 하버드, 미국, 글로벌, 최근 트렌드에 끌려서 가보는 것입니다. 한국의 젊은이들 80퍼센트 이상이 싸이월드를 했던 것도 사실 그때로서는 어려운 서비스였으나 코드가 맞았던 것입니다. 자기의 정보를 일정 부분 가까운 친구들과 나누고 보여주는 것이 매력적이었던 것이죠. 페이스북과 싸이월드의 근본적인 차이는 프라이버시 레벨의 차이입니다. 페이스북이 훨씬 공개적이고 대신 훨씬 위험합니다. 한국 사회가 그 코드를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개인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페이스북 가입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최근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서비스들의 경쟁력은 기술력에도 있지만 사람들이 가진 정보를 얼마나 두려움 없이 얼마나 오픈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과 관련해서 1년 후에는 어떤 소셜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칠까요?

제 경우 이메일을 주고받던 친구들이 SNS의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최근의 카카오톡도 그렇고 스마트폰에서 시작하는 친구 관계는 기존의 연락처를 기준으로 확장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은 들고 다니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자기 위치와 같은 과거에 사용하지 못했던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공유하는 대상도 달라질 수 있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점이 기존 SNS 시장에 가장 큰 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1년 후에는 좀 더 공개적인 성향의 SNS 공간에 다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동형(LEE Dong-Hyung)
싸이월드 공동창업자

이동형은 SNS 분야 벤처기업인으로 나우프로필 대표이사다. 일정을 공유하는 소셜스케쥴링 서비스 'Runpipe.com'을 운영하고 있다. LG-CNS에서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 LG전자 국내영업지원, 국세청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1999년 '싸이월드'를 공동창업해 2,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로 키웠다. 2008년부터는 런파이프, 런파파 등 참여로 만들어지는 소셜서비스를 기획해 개발, 운영하고 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SBS 서울디지털포럼 사무국 집필자 소개

SBS가 2004년부터 개최해온 서울디지털포럼은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혁신을 이뤄낼 영감을 공유하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비영리 목적의 국제 포럼이다.

출처

커넥티드
커넥티드 | 저자양윤선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지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커넥티드, 즉 연결된 세상이 가져올 미래 사회상을 전망한다. 초연결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기술의 진보를 넘어 사회와의 ..펼쳐보기

전체목차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사회문화/현상

사회문화/현상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Daum백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IT가 아닌 문화다커넥티드, 양윤선, 시공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