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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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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멘(FEMEN)

피멘의 로고

ⓒ fr:FEMEN/wikipedia | Public Domain

종교적 여성 억압과 강요된 매춘 반대, 독재자에 대한 저항, 여성의 권리 향상과 기회균등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페미니스트 단체다. 성매매, 섹스 산업, 인신매매, 국제결혼 알선 업체와 독재·부패·교회 등을 반대하고 동성 결혼과 좌파적 경제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2008년 4월 우크라이나에서 설립되었으며, 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캐나다·브라질 등 미주 지역에도 피멘 해외 지부가 속속 결성될 만큼 빠른 속도로 글로벌 단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의회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피멘의 무기는 섹스트리미즘(Sextremism, 성 극단주의)이다. Sex와 extremism(극단주의)을 합친 말인데, 피멘이 가슴을 드러내는 등 극단적 행동을 통해 여성의 몸을 운동의 도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피멘은 "성(性)을 자동차나 쿠키를 팔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처럼, 사회적·정치적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성을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섹스트리미즘이 여성의 권리를 추구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를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예컨대 시위에 나선 피멘 활동가들의 가슴엔 '도덕 따위는 던져라' 같은 메시지가 적혀 있으며, 양손으로는 "왔노라, 벗었노라, 정복했노라" 같은 구호의 배너를 하늘을 향해 치켜든다. 그러니까 섹스트리미즘을 통해 가부장제의 통제 대상인 여성의 몸을 오히려 정치적 시위에 활용해서 '남성 지배 시스템'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게 피멘의 전략인 셈이다.

섹스트리미즘 전략을 구사하면서 피멘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우선 피멘이 서구 중심주의와 신(新)식민주의 시각에 물들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피멘은 이슬람 여성들을 향해서도 "무슬림들이여, 같이 벗자!", "우리의 신(神)은 여성이다", "우리의 젖통은 당신네들의 돌보다 더 치명적이다"라며 함께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운동 방식에는 문화상대주의를 고려하지 않은 오만함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피멘의 활동을 새로운 형태의 문화제국주의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온건한 페미니스트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피멘이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벗는 데만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물론 이런 시각에 대해 피멘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피멘의 창시자 안나 헛솔은 "부당한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회라면 우리는 벗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처한 부당한 상황에 대해 몸으로 저항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피멘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지만, 반라 시위를 중심으로 한 피멘의 섹스트리미즘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주목 투쟁에 성공함으로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한 사진 기자는 톱뉴스가 되기 때문에 "피멘이 시위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국내외 통신사는 물론이고 아마추어 사진가들까지 총출동한다"고 말한다.

피멘이 던지는 질문을 한국 사회가 되새겨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선희는 "여러 비난을 떠나 눈여겨보게 되는 건 이렇게 옷까지 벗고 나설 정도의 극단적 페미니즘이 19~20세기도 아닌 21세기에도 존재하는 현실이다"라며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 문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딸들도 웃통 벗고 '여성 생존권'을 외치며 투쟁 대열에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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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김환영, 「상반신 누드 시위로 주목 받는 여성단체 피멘(FEMEN)」, 『중앙일보』, 2013년 4월 27일.
  • ・ 김영미, 「가슴과 억압을 풀어헤치는 여자들」, 『시사인』, 제300호(2013년 6월 19일).
  • ・ 김영미, 「"웃지 마라, 동물처럼 절규하라"」, 『시사인』, 제300호(2013년 6월 19일).
  • ・ 양선희, 「웃통까지 벗고 나선 그녀들이 외치는 것은」, 『중앙일보』, 2013년 5월 8일.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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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지식사전3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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