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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3

고의적 진부화

다른 표기 언어 Built-in Obsolescence

특정 제품이 시장에서 포화 상태가 되는 걸 타개하기 위해 기업이 미리 쓰는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물건의 소비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정책을 전개하면서 기능이나 스타일 등 일부만을 변형시킨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방식을 통해, 이전의 제품을 일부러 구식으로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의도적으로 물건에 결함을 만들어 제품 수명을 단축시키는 게 대표적인 경우다.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라고도 한다.

1920년대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을 이끌었던 앨프리드 슬론은 고의적 진부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진행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소비자들이 이미 구매한 자동차에 대해서 계속 불만족스럽게 느끼게끔 새로운 모델을 끊임없이 내놓았는데, 이런 그의 전략으로 작은 독립 자동차 회사들과 자동차 액세서리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몰락했다. 슬론이 진행했던 고의적 진부화 전략에는 '슬로니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앨프리드 슬론 (Alfred Pritchard Sloan)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을 이끌었던 앨프리드 슬론은 고의적 진부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진행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 프랑스 국립 도서관/위키피디아 | Public Domain

고의적 진부화는 담합 형식으로도 나타난다. 예컨대 1924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을 비롯한 전구 업체들은 전구 수명을 1,000시간 이하로 만들자고 담합해 품질이 좋은 동독 제품이 수입되지 못하도록 했고, 수명이 긴 전구 제작과 관련된 특허는 모두 매장되도록 만들었다. 칩이 삽입되어 있어 인쇄 매수가 1만 8,000장이 넘으면 자동으로 멈추는 프린터, 수시로 올이 나가서 새로 사야 하는 스타킹, 수명이 18개월로 제한되어 있는 아이팟 배터리도 고의적 진부화의 한 사례다.

『낭비 사회를 넘어서』의 저자 세르주 라투슈는 고의적 진부화는 성장 중심 패러다임이 낳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일회용품을 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휴대전화와 컴퓨터의 수명이 2~3년에 불과한 것에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는 등 낭비에 가까운 소비 생활에 중독되어 있는데, 그게 다 고의적 진부화 전략에 포섭당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라투슈는 고의적 진부화가 인간성마저 진부하게 만들고 생태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자원과 소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순환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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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네이버 지식백과, 「obsolescence」 (『교양영어사전1』, 2012년 10월 22일, 인물과사상사)
  • ・ 강준만,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인가?: 앨프리드 슬론의 'GM 제국'」,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인물과사상, 2013), 130~131쪽.
  • ・ 이향휘, 「스타킹·전구…자주 사게 하려고 수명 줄였다」, 『매일경제』, 2014년 4월 18일.
  • ・ 도재기, 「휴대전화의 수명은 왜 2~3년밖에 안될까」, 『경향신문』, 2014년 4월 18일; 임종업, 「'계획적 진부화' 자본주의의 체계적 사기 행각」, 『한겨레』, 2014년 4월 20일.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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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지식사전3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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