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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가노그래피 (Steganography)

요하네스 트리 토미 우스의 차트

ⓒ John Dee/wikipedia | CC0

제3자의 의심을 사지 않고 수신자만 내용을 알아볼 수 있도록 은밀히 정보를 숨기는 기술을 이르는 말이다. Steganos(숨겨진)와 graphos (글·문서)의 합성어로, 그리스어로 "숨겨진 글"이라는 뜻이다. 투명 잉크를 활용한 문서, 쇼핑 리스트, 마이크로 점, 평범한 이미지나 영상, MP3 음악 파일 등에 비밀 정보를 숨기는 것도 스테가노그래피에 해당한다. 인류 최초로 스테가노그래피를 사용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왕 요하네스 트리테미우스(Johannes Trithemius)다. 타국에 인질로 잡혀 있던 트리테미우스는 고국의 양아들에게 밀서를 전달하기 위해 노예의 머리를 깎고 그 두피에 글을 쓴 후, 노예의 머리카락이 자라서 메시지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노예를 자신의 양아들에게 보냈다.

2013년 미국 NSA가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암호화 기술을 풀고 이메일로 오가는 내용을 모두 알아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테가노그래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미국의 『포브스』는 스테가노그래피가 NSA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는데, NSA는 이메일 중에 암호화된 내용이 있으면 관심을 보이지만 스테가노그래피로 된 암호 파일은 알아채기 힘들다는 것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인순은 "스테가노그래피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제대로 스테가노그래피되었다면 기존 암호화보다 훨씬 더 안전한 것은 틀림없다. 정부 기관이나 해커가 이메일로 보내는 모든 사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핸드폰으로 전송되는 사진 파일을 모두 일일이 해독할 수 없다. 만약 그렇게 하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스테가노그래피는 테러 조직이나 군대의 중요한 군사 내용, 비밀 작전 등을 전송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적인 테러 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으로, 그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모나리자 사진에 비행기 도면을 숨겨 알카에다에 메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차원의 정보 보안을 위해서 스테가노그래피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형중은 스테가노그래피는 "간첩들끼리만 쓰는 기술이 아니다. 테러리스트들만 쓰는 것도 아니다"라며 "극비를 요하는 중요한 정보에는 반드시 당장 적용해야 하는 기술이다. 우선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극비 문서나 통화부터 당장 적용해야 한다. 산업 비밀 보호에도 말이다"라고 했다.

스테가노그래피는 악성코드를 퍼뜨릴 때 이용되기도 한다. 다른 평범한 파일 안에 악성코드를 숨겨 퍼뜨리는 식으로, 겉보기에 평범해보이는 파일이지만 좀비처럼 지내다가 정보를 탈취하고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테가노그래피를 가장 가공할 만한 사이버 무기 기술 가운데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 스테가노그래피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멀티미디어 데이터에 제작자나 저작권 관련 정보를 숨겨놓는 식인데, 네트워크상의 콘텐츠에 대한 지적 저작권이 확대되면서 스테가노그래피가 더욱 활발히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