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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테크놀로지에 생물학 용어를 가져다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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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ve(진화하다)는 ‘앞으로 나아가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지만, 원래 의미는 ‘밖을 향해 회전하다, 전개하다’다. evolution(진화)도 이미 일어난 일, 곧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으로 이미 있는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핵심 의미이므로 ‘앞으로 나아간다’보다는 ‘환경 안에서 변화하다’는 뜻이다. 진화는 ‘계획 없는 진보(progress)’라고 할 수 있다.

evolutionary psychology(진화심리학)는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이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간의 사회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던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을 주창한 이후 급격히 발전한 학문으로, 진화론으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관련 연구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발표되기 시작했으나, 인류학자 제롬 바코(Jerome Barkow), 존 투비(John Tooby), 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데스(Leda Cosmides)가 공동 저술한 『적응하는 마음(The Adapted Mind)』이 출간된 1992년을 진화심리학의 원년으로 삼는다.

coevolution은 ‘공진화(共進化)’로, 상호 영향을 미치는 두 종 이상의 진화를 말한다. 예컨대, 많은 꽃식물 종과 그들의 꽃가루를 매개하는 곤충은 상호 관계가 더 효율적이 되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 분야에선, 기업 생태계에 속한 모든 개체가 다 같이 진화하고 발전해야 그 기업도 산다는 뜻으로 쓰인다. 제임스 무어(James F. Moore)가 『경쟁의 종언(The Death of Competition)』(1996)에서 주장한 개념이다.

진화는 생물학 밖의 영역에서 비유적으로 쓰이면서 원래의 뜻과는 달리 급격한 변화라고 하는 뉘앙스로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IT(정보기술) 업계는 자신들의 새로운 기술을 과시할 목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진화’라는 생물학적 용어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단어가 바로 LTE(Long Term Evolution)다.

LTE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3세대 이동통신보다 무선인터넷 속도가 5~7배 이상 빠른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3세 대 기술에서 장기간에 걸쳐 진화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져 스마트폰, 태블릿 PC로 고화질 영화를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고, 원격진료, 실시간 온라인 교육 등의 영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2004년 일본의 NTT 도코모(DoCoMo)가 처음 제안한 이후 미국 ·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LTE를 한국보다 먼저 서비스했지만, 통신망 구축 속도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11년 7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2012년 3월 말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로 LTE 전국망을 개통했다. 미국의 주니퍼 네트웍스(Juniper Networks)가 201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TE 보급률(침투율) 세계 상위 10개국은 한국 62.0퍼센트, 일본 21.3퍼센트, 호주 21.1퍼센트, 미국 19.0퍼센트, 스웨덴 14.0퍼센트, 캐나다 8.0퍼센트, 영국 5.0퍼센트, 독일 3.0퍼센트, 러시아 2.0퍼센트, 필리핀 1.0퍼센트 등이다.

스마트폰 광고에 보면 4G나 LTE란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 둘은 같은 뜻인가? 또 3G와는 어떻게 다른가? 『중앙일보』(2013년 6월 19일)는 “일반적으로 2G · 3G · 4G를 우리말로는 2세대 · 3세대 · 4세대로 읽습니다. G는 세대를 의미하는 ‘Generation’의 약자입니다. 예를 들어 3G 휴대전화는 3세대 휴대전화라는 뜻이죠. 세대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때를 기준으로 구분해요. 요즘에는 많은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따라 세대 구분을 합니다. LTE를 영어 그대로 해석하면 ‘오랫동안 진화한 것’, 즉 기존 시스템에서 시작해 장기간에 걸쳐 발전을 거듭한 기술을 말해요. 단순하게 말하면 ‘LTE=4G’예요”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G 이동통신은 음성 통화만 가능한 아날로그 통신 시대를 말해요. ······2G는 디지털 방식의 시스템입니다. 아날로그 음성을 쪼개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거나 디지털 신호 자체를 전송하거나 수신하는 방식입니다. ······3G 이동통신은 음성 데이터와 비음성 데이터(데이터 다운로드, 메일 주고받기, 메시지 보내기 등)를 모두 전송할 수 있게 한 방식입니다. ······4G에서는 음성 · 화상전화 · 멀티미디어 · 인터넷 · 음성메일 · 인스턴트메시지 등의 모든 서비스가 단말기 하나로 가능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속도입니다. ······4G로 넘어오면서 이통 3사 모두 서비스 품질에서는 격차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4G에서는 유난히 요금 경쟁이 치열합니다.”

2013년 6월 26일 세계 최초로 가장 빠른 이동통신 시대가 국내에서 열렸다. 현재 4세대 이동통신 방식인 LTE보다 두 배 빠른 LTE-A(Long Term Evolution Advanced)를 국내 회사가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SK텔레콤은 이날 LTE-A 서비스를 개시했고, 삼성전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갤럭시S4 LTE-A’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2013년 6월 27일)는 “그러나 데이터 속도가 빨라지면 통신비 부담은 자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0.7퍼센트에 불과했던 2007년(1분기 기준)에는 가구당(2인 이상 가구) 월평균 통신요금이 12만 원대에 머물렀지만, 국민 3명 중 두 명은 스마트폰을 쓰는 지난해에는 월 통신비가 15만 원대로 껑충 뛰었다. 특히 LTE가 보편화되기 전인 2011년까지 13만 원대에 머무르던 통신 요금이 이듬해에는 15만 원대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LTE-A 서비스 자체에 대한 회의도 나온다. 지금도 LTE 속도가 만족스러운데 굳이 더 빠른 서비스가 필요하냐는 의문이다.”

‘LTE 광고 전쟁’을 다룬 『한겨레』(2013년 8월 24일) 기사는 “3,000만 명이 넘는 2, 3세대 가입자는 종종 ‘유령’ 취급을 당한다. 현재 한창인 엘티이-에이 광고 전쟁에서 3세대(3G)는 아예 몹쓸 것으로 묘사되고 있기조차 하다. 엘티이는 기본이고 엘티이-에이는 옵션이라는 게 사회적 대세인 양 얘기되고 있다. 하지만 엘티이-에이(의 속도)에 걸맞은 서비스나 콘텐츠는 전무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퇴근용 자동차가 필요한데 모두가 시속 200~300㎞짜리 스포츠카만 바라보고 있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통신사들도 이상하긴 하다. 이미 시속 200㎞짜리 자동차를 만들어놓고도, 계속 속도를 높이는 연구 ·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싼값에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연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치열한 ‘LTE 광고 전쟁’ 덕분에 LTE는 어느덧 우리의 생활 용어로까지 자리 잡았다. 전광석화(電光石火)란 번개가 치거나 부싯돌이 부딪칠 때의 번쩍이는 빛이라는 뜻으로, 매우 짧은 시간이나 재빠른 동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LTE가 이 말을 대체한 건 아닐까? “LTE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이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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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케다 준이치, 서라미 옮김,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 히피의 창조력에서 실리콘밸리까지』(메디치, 2011/2013), 191쪽.
  • ・ 피터 틸(Peter Thiel) · 블레이크 매스터스(Blake Masters), 이지연 옮김,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 2014), 57쪽.
  • ・ 강현식,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소울메이트, 2010), 433~434쪽.
  • ・ 김병준,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깨어 있는 시민이 던져야 할 7가지 질문』(개마고원, 2012), 224쪽.
  • ・ 설성인, 「전국 곳곳 ‘LTE 꽃’이 피었습니다」, 『조선일보』, 2012년 4월 13일; 「LTE(telecommunication)」, 『Wikipedia』.
  • ・ 고란, 「[틴틴경제] 휴대전화 4G · LTE와 3G는 어떻게 다른가요」, 『중앙일보』, 2013년 6월 19일.
  • ・ 고란, 「PC 광랜은 조깅 수준···LTE-A 오늘부터 ‘볼트급 스피드’」, 『중앙일보』, 2013년 6월 27일.
  • ・ 이순혁, 「3G 사용자는 몹쓸 루저라고? 리얼리?: LTE 광고 전쟁」, 『한겨레』, 2013년 8월 24일.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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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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