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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릴레이’를 영어로 뭐라고 할까?

pay it forward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얼음물 끼얹기’로 나눔의 새 유행을 창조한 미국에서 이번에는 4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연속 생면부지인 뒷사람의 커피 값을 대신 내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2014년 8월) 21일(현지시간) 일간지 USA 투데이와 지역 신문 탬파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한 스타벅스 커피 매장 드라이브 스루(차를 타고 주문하는 곳) 코너를 방문한 378명의 고객이 11시간 가까이 차례로 뒷사람의 커피 값을 대신 내줬다.”

이와 같은 ‘선행 릴레이’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 게 가장 적합할까? 바로 “pay it forward”다. pay it forward는 자신이 누군가에게서 받은 혜택을 그 사람에게 갚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갚는 것을 말한다. 그 기원은 오래되었지만 이 말은 릴리 하디 해먼드(Lily Hardy Hammond)가 1916년에 출간한 『기쁨의 정원(In the Garden of Delight)』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다.

미국 소설가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Catherine Ryan Hyde, 1955~)가 1999년에 출간한 소설 『Pay It Forward』를 원작으로 해서 2000년에 개봉한 영화 〈Pay It Forward〉는 국내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하이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도 2007년에 이어 2011년 국내에서 공연되었다. 이런 내용이다.

“한 아이가 세 사람을 돕는다. 그러면 그 세 사람이 또 다른 세 사람을 돕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 세 사람을 돕다 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다. 단순하고 황당해 보이지만 그럴듯하기도 하다. 이 도움주기 프로젝트를 다루는 뮤지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가 4년 만에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11월 12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재공연된다. ······국내 공연에서는 12살 어린이 지홍이로부터 시작되는 다단계식 도움릴레이가 전개된다.”

pay it forward와 비슷한 뜻의 말로 ‘우연한 친절(RAK · Random Acts of Kindness)’이 있다. 오다가다 만난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 친절을 말한다. 미국 작가 앤 허버트(Anne Herbert, 1952~)가 1982년에 만든 말이다. 미국엔 ‘RAK재단’과 더불어 ‘페이 잇 포워드 재단’이 있어 작은 친절로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pay it forward는 미국의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개방적이고 서로 돕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로 장려되고 있다. 즉, pay it forward는 협업 시스템의 구축에 필요한 사원들의 행동 양식인 셈이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리는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는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문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이유로 ‘페이 잇 포워드’ 문화를 들었다. 그는 “안면도 없는 사람에게서 도움을 청하는 연락을 받고 도와주는 것을 사회적 책무라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산업이 태동할 때 실패를 경험하는 기업이 허다했다. 그때 페어차일드를 비롯하여 60여 개 기업 엔지니어들이 같이 점심을 먹으며 자신들의 경험과 시행착오, 노하우를 나누는 문화가 생겼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도, 중국, 러시아 출신 등 인종적 장벽을 경험한 기업인들도 연합을 결성해 서로 돕기 시작했다. 그 문화가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졌다. 몇몇 기업 간부가 1주일에 한 시간씩 시간을 내 엔지니어들을 만나 조언을 주기도 했는데, 장발의 20대 청년이 당시 55세였던 인텔 창업자 로버트 노이스 연락처를 전화번호부에서 찾아 조언이 필요하다고 면담을 청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젊은이가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지식은 유전을 통해 자동으로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실리콘밸리는 그런 의미에서 학교였다. 혁신을 원한다면 다음 세대에게 페이 잇 포워드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

남자들 사이에선 페이 잇 포워드 문화가 제법 작동하는지 몰라도 여성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여성으로서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오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1969~)는 2013년 3월에 출간한 『린 인(Lean In)』이라는 책에서 직장 내 여성 차별을 넘어서기 위해 여성들 간 선행 릴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샌드버그는 “여성끼리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는 ‘다른 여성을 돕지 않은 여성에게는 지옥에서도 특별한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했다. 여성끼리 돕지 않는 행동에 따른 결과는 개인이 고통을 겪는 수준을 넘어선다. 여성 동료에게 여성이 품는 부정적 견해는 종종 객관적인 평가로 받아들여지고, 남성의 견해보다 믿을 만하다고 여겨진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성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여성을 경시하는 문화를 내면화해서 다시 내보낸다. 결과적으로 여성은 성차별주의의 피해자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도 될 수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런 태도는 변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핵심 여성 인재’는 ‘선행 릴레이(pay it forward)’를 하고 싶어 하고, 그중 73퍼센트는 다른 여성이 재능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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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장현구, 「‘얼음물 샤워’에 이어 이번엔 뒷사람 커피 사주기」, 『연합뉴스』, 2014년 8월 22일.
  • ・ 「Pay it forward」, 『Wikipedia』.
  • ・ 김금영, 「피라미드식으로 돕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CNB저널』, 제250호(2011년 11월 28일).
  • ・ 「Random act of kindness」, 『Wikipedia』; 박희준, 「눈 속에 나타난 ‘스노 에인절’」, 『세계일보』, 2014년 3월 31일.
  • ・ 샬린 리(Charlene Li), 정지훈 옮김, 『오픈 리더십: 공유하고 소통하고 개방하라』(한국경제신문, 2010/2011), 117~119쪽.
  • ・ 이위재, 「[Weekly BIZ] “스타트업은 빠른 실행이 생명···일단 제품 내놓고 市場 반응 살펴야”: ‘기업 창업가 매뉴얼’ 쓴 실리콘밸리의 代父 스티브 블랭크」, 『조선일보』, 2014년 7월 12일.
  • ・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안기순 옮김, 『린 인』(와이즈베리, 2013), 246~247쪽.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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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경쟁용 수단으로 배우는 영어! 재미있게 공부할 순 없을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상식 등 테마별로 단어의 유래를 살펴보고, 인류학적·인문학적 지식으로 영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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