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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왜 ‘자동차 메카’가 ‘가장 혐오스런 도시’가 되었을까?

디트로이트

Detroit

1701년 7월 24일 프랑스 탐험가 앙투안 캐딜락(Antoine de la Mothe Cadillac, 1658~1730)이 오늘날의 디트로이트 지역에 최초로 도착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오대호와 연결되는 강변에 있어 해협(strait)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détroit를 붙여 Fort Detroit라고 했다. 1760년 영국을 상대로 한 ‘프랑스인과 인디언의 동맹 전쟁’ 때 영국군이 장악하면서 Fort Detroit를 Detroit로 줄여 부르게 되었다. 도로와 건축 등에서 프랑스풍이 강해, 디트로이트는 19세기 말 ‘서부의 파리(Paris of the West)’로 불리기도 했다.

미시간주는 인디아나 · 오하이오주와 더불어 단단한 목재가 풍성해 마차산업의 중심지였으며, 중서부 농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가솔린 엔진의 주요 생산지였고, 또 비조직화된 풍부한 숙련 노동력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발달하기엔 적지였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Henry Ford, 1864~1947)가 1903년 디트로이트 근교에 포드자동차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1908년 제너럴모터스(GM), 1925년 크라이슬러가 디트로이트에 자리를 잡으면서 ‘빅3’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후 ‘빅3’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었고, 그 중심에 디트로이트가 있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모터시티(Motor City)’ 또는 ‘모타운(Motown)’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땐 ‘민주주의의 병기고(Arsenal of Democracy)’로 불리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병기고’는 미국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좀더 좁게는 디트로이트가 가장 대표적인 ‘병기고’로 꼽힌 셈이다. 항공모함 USS Detroit를 비롯해 6척의 전함 이름에 디트로이트가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는 한때 돈과 꿈이 넘쳐나는 도시였지만, 언젠가부터 쇠락하기 시작했고, 이는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1967년 흑인폭동으로 백인들이 도심을 떠나면서 공동화가 시작되었고, 1980년대 미국 자동차산업이 휘청이면서 공장이 문을 닫아 공동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왜 미국 자동차산업이 그렇게까지 몰락한 걸까? 그건 한마디로 ‘풍요의 저주’였다. 미국 자동차산업은 에너지 효율이나 그 밖의 다른 실질적인 기능엔 신경 쓰지 않은 채 자동차의 스타일 위주로 새로운 모델을 양산해내는 ‘고의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에만 몰두한 탓에 국제경쟁력을 잃고 만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 내부에서도 ‘빅3’가 생산한 자동차들은 ‘기름 잡아먹는 공룡들(gas-guzzling dinosaurs)’이라는 비난이 나왔겠는가.

2006년 5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간판기업인 GM을 ‘마약 장사꾼(crack dealer)’이라고까지 했다. 미국인들이 연료 소비에 중독되게 만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독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미국의 장래에 GM보다 위험한 회사가 있는가? GM이 하루라도 더 빨리 도요타에 의해 인수될수록 우리나라가 더욱 좋아질 것이다.(Is there a company more dangerous to America’s future than General Motors? Surely, the sooner this company gets taken over by Toyota, the better off our country will be.)”

2006년 미국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가 발표한 자동차 ‘베스트 10’이 모두 일본 자동차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결국 ‘빅3’는 2008년 10월 연방정부의 구제금융 250억 달러를 수혈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동차산업의 몰락은 곧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009년 세계 최대의 여행가이드북 회사인 론리 플래닛이 세계에서 가장 혐오스런 도시 순위를 발표했는데 1위가 디트로이트였다. 인구가 줄면서 유기견 수가 급증해 2만 마리에 이르렀고, 2010년 한 해에만도 유기견의 공격을 받은 우편배달부 수가 59명이나 되었다. 2011년엔 자기 재산을 가진 디트로이트 시민의 절반 이상이 세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

2013년 7월 18일 디트로이트시 정부는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접수했다. 디트로이트시의 비상관리인인 케빈 오어(Kevyn Orr) 변호사는 시의 채무가 180억 달러(약 20조 2,050억 원) 수준이며, 최대 2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전성기였던 1950년대 디트로이트 인구는 200만 명으로, 미국 4대 도시였지만, 2013년 현재 실업률은 미국 평균의 2배가 넘는 18.6퍼센트까지 치솟았고, 인구는 70만 명으로 줄었다.

이와 관련, 『한겨레』(2013년 7월 20일)는 “주민 83퍼센트가 흑인이며, 인구의 36퍼센트는 극빈층이기도 하다. 부동산 가치는 폭락했고, 시 정부의 세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재산세 수입은 5분의 1, 소득세는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시 정부의 재정 악화는 공공서비스 감축으로 이어졌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찰 인력 부족으로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신고 전화를 건 뒤 평균 58분을 기다려야 경찰을 만날 수 있다. 미국 평균 11분의 5배가 넘는다. 미국 최악의 살인률을 겪고 있지만, 해결되는 사건은 8.7퍼센트뿐이다. 전국 평균은 30.5퍼센트다. 또 디트로이트의 공원 107곳 가운데 절반은 이미 문을 닫았다. 가로수 40퍼센트는 불을 밝히지 못한 지 오래다. 주민들이 집과 건물을 버리고 떠나 8만 채가 폐가로 변했다. 유령도시의 풍경이다.”

디트로이트는 파산 1년 5개월 만인 2014년 12월에서야 파산 종료를 공식 선언하며 도시 재건 의지를 밝혔다. 디트로이트시에 놓인 문제와 과제로 ① 높은 빈곤율과 도시 범죄율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 ② 기업의 재투자(Re-investment) 증가를 위한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 ③ 디트로이트시가 속한 미시간주 내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미국 50개 주 중 35위를 기록한 점 ④ 디트로이트시뿐만 아니라 폰티액, 새기노, 플린트와 같은 미시간주 내 주요 대도시들의 지속적인 개발과 성장 등이 지적되었다.

디트로이트(Detroit)

디트로이트의 도시 풍경

ⓒ Av9/wikipedia |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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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James J. Flink, 『The Automobile Age』(Cambridge, Mass.: The MIT Press, 1990), pp.24~25; 「Detroit」, 『Wikipedia』.
  • ・ 「Georege W. Romney」, 『Wikipedia』; 「American Motors」, 『Wikipedia』; 강준만, 「obsolescence」, 『교양영어사전』(인물과사상사, 2012), 505~507쪽 참고.
  • ・ William J. Holstein, 『Why GM Matters: Inside the Race to Transform an American Icon』(New York: Walker & Co., 2009), p. 31.
  • ・ 권태호, 「얼어붙은 ‘미국 자동차 심장’···회생 안간힘: 미 ‘빅3 도시’ 가보니」, 『한겨레』, 2010년 2월 1일; 「Detroit」, 『Wikipedia』.
  • ・ 전정윤, 「재정 펑크 난 ‘자동차 메카’···디트로이트, 결국 파산선언」, 『한겨레』, 2013년 7월 20일.
  • ・ 채명석, 「파산 종료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생존법은?」, 『아주경제』, 2015년 2월 16일.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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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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