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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들은 어떻게 미국의 심장부를 장악했는가?

캔자스

Kansas
캔자스(Kansas)

캔자스 시티의 도시 전경

ⓒ Americasroof/위키피디아 | CC BY-SA 2.5

Kansas(캔자스)는 미국의 중서부(Midwest)에 있는 주(州) 이름이다. 물론 동부 기준으로 중서부일 뿐, 캔자스는 지리적으로 미국의 한복판에 있다. 북쪽으로 네브래스카주, 동쪽으로 미주리주, 남쪽으로 오클라호마주, 서쪽으로 콜로라도주와 접한다.

Kansas는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인데, 그 뜻은 ‘바람의 사람들(people of the wind)’ 또는 ‘남풍의 사람들(people of the south wind)’이었다고 한다. 1830년대부터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캔자스는 1861년 미국의 34번째 주가 되었다.

캔자스주는 밀 농업이 발달해 ‘The Wheat State(밀 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공식 별명은 ‘The Sunflower State(해바라기 주)’다. 가장 큰 도시는 위치타(Wichita(인구 38만 명)), 주도(州都)는 토피카(Topeka(인구 13만 명))다. 캔자스주의 면적은 21만 3,096제곱킬로미터(가로 최장 645킬로미터, 세로 최장 340킬로미터)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15위, 인구는 290만 4,021명(2014년)으로 34위, 인구밀도는 1제곱킬로미터당 35.1명으로 34위다.

Jayhawker는 캔자스주 사람의 별명이다. 캔자스주 사람들은 오늘날 이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지만, 그 역사는 결코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것은 아니다. 캔자스 피바람의 와중에서 탄생한 말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jayhawk는 “습격해서 약탈하다”, jayhawker는 “약탈자”를 뜻한다. 1850년대에 jayhawker는 노예해방 게릴라대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는데, 당시 jayhawk는 다른 새들의 둥지를 빼앗는 새로 알려져 있었다. 유명한 스페인 조류학자가 현장 답사 후 붙여준 이름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과연 이 새가 어떤 새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오늘날 아무도 모른다.

캔자스 피바람이란 무엇인가? 1856년 캔자스가 노예제 갈등의 격전지로 변해 ‘피 흘리는 캔자스(Bleeding Kansas)’라는 별명을 얻은 걸 말한다. 캔자스와 네브래스카는 1820년의 미주리 타협(Missouri Compromise)에서 정한 북위 36도 30분선 북쪽에 있으므로 당연히 노예제는 금지되어야 했지만, 1854년 5월에 제정된 캔자스-네브래스카법(The Kansas-Nebraska Act)은 캔자스와 네브래스카 영토가 장차 자유주가 될 것인지, 아니면 노예주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지역 주민들의 의사에 따르도록 했다.

그러자 캔자스에는 북부와 남부 양쪽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들었다. 노예제 확대를 반대하는 북부인들은 캔자스가 노예주가 되지 못하도록 반대표를 던지게 할 생각으로 노예제 폐지론자들을 캔자스로 이주시켰다. 노예제 찬성론자들도 그런 정치적 목적으로 이주를 했다. 불법과 부정으로 얼룩진 선거는 노예제 찬성론자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토피카에 자유주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1856년 5월 노예제 찬성론자 군대가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본거지인 로렌스 마을을 약탈하는 과정에서 노예제 폐지론자 5명이 사망했다. 사흘 동안 계속된 이 복수가 끝나자 존 브라운(John Brown, 1800~1859)이라는 노예 폐지론자가 야밤에 포타와토미(Pottawatomie) 강가에 있는 한 노예제 찬성파 마을을 공격해 똑같이 이주민 5명을 살해하는 보복을 저질렀다. 그는 다른 노예제 지지자들이 캔자스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살해한 사람들의 절단된 몸을 남겨두었다. 이른바 ‘포타와토미 학살(Pottawatomie massacre)’로 알려진 사건이다. 이 공격으로 캔자스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뉴잉글랜드의 일부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브라운에게 자금과 무기를 대주었다. 1856년 10월이 되자 이런 싸움으로 죽어간 사람은 200여 명에 이르렀다. 이제 곧 다가올 남북전쟁(1861~1865)의 사실상 첫 싸움이 시작된 셈이었다.

그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캔자스는 지리적 중심은 물론 사회문화적으로도 미국의 평균을 대변했다. 1947년 저널리스트 존 건서(John Gunther, 1901~1970)는 『미국 탐방(Inside U.S.A.)』에서 “캔자스 사람들은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는 가장 보통 사람들이며 미 대륙 전역의 공통분모”라고 썼다.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문화의 아이콘 ‘슈퍼맨(Superman)’과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의 주인공 ‘도로시(Dorothy)’가 자란 곳이 캔자스로 설정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토머스 프랭크(Thomas Frank)는 2004년에 출간한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보수주의자들은 어떻게 미국의 심장부를 장악했는가(What’s the Matter with Kansas?: How Conservatives Won the Heart of America)』에서 “캔자스는 미합중국 그 자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곳을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느낀다. 캔자스는 선호하는 여행지로는 전국에서 하위를 면치 못하지만 온갖 제품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시제품을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캔자스는 모든 것이 평균인 땅이지만 그 평균의 특성은 일탈과 호전성, 분노다. 오늘날 캔자스는 일상생활의 구석구석까지 반동의 선전으로 점철된 보수주의의 성소다.”

프랭크가 보기에 캔자스는 한때 미국 진보 세력의 산실이었지만, 이젠 보수 그것도 극우 지역으로 변하고 말았다. 전통적인 문화 가치와 도덕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 낙태 문제 등 종교적인 원인, 민주당의 위선에 대한 분노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2004년 대선이 끝난 후 4일 동안 「도덕적 가치가 선거의 결정적 이슈」라는 분석 기사를 포함해 프랭크가 제기한 주제에 대해 6개나 되는 기사를 실었다. 프랭크의 책을 ‘2014년 최고의 정치 서적’이라고 칭찬한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민주당 지도자들은 교외에 사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표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노동자들과의 접점을 잃어버렸다”는 프랭크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동의를 표했다. 크리스토프는 “민주당은 밀 농사를 짓고, 총을 쏘고, 스페인어를 말하며, 맥주를 들이키고, 『성경』을 들고 다니는 중부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더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참가했던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1953~)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이 끊임없이 저지른 죄악은 속물근성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선 자유주의자들 가운데 43퍼센트가 ‘남에게 과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인정했으며,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자유주의자들 가운데 75퍼센트가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런 조사결과를 제시하면서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1961~)도 민주당의 몰락을 그들의 속물근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이 주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물건을 살 때는 진정한 미국을 대표하는 소매상인 월마트가 아니라 괜히 있어 보이는 것 같은 작은 상점을 간다고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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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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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Charles Earle Funk & Charles Earle Funk, Jr., 『Horsefeathers and Other Curious Words』(New York: Quill, 1958/2002), pp.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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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토머스 프랭크(Thomas Frank), 김병순 옮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갈라파고스, 2004/2012).
  • ・ 빌 브라이슨(Bill Bryson), 권상미 옮김,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세계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21세기북스, 1989/2009), 259~260쪽.
  • ・ 래리 M. 바텔스(Larry M. Bartels), 위선주 옮김, 『불평등 민주주의: 자유에 가려진 진실』(21세기북스, 2008/2012), 102~104쪽.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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