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일러 ‘요리의 역설’이라고 한다. 『요리를 욕망하다』의 저자 마이클 폴란이 만든 말이다. 폴란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주방을 포기하고 식사 준비를 식품산업에 넘겨준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는 왜 많은 시간을 들여 텔레비전에서 다른 사람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음식에 대해 말하며 생각하게 된 걸까?”

그런 의문을 가질 만도 한다. 오늘날 미국 가정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1960년대보다 절반 이상 줄어서 하루 평균 27분밖에 되질 않으니 말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즉석식품이나 배달요리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며 ‘먹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되었다. 유명 요리사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왕상한은 “누구나 신선하고 몸에 좋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주방 일에 몇 시간을 투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요리의 역설’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요리의 역설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폴란은 요리의 역설로 인한 폐해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요리행위 자체가 기업으로 위탁돼 ‘산업적 요리’가 등장, 인간의 건강에 상당한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폴란은 또 “산업적 요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설탕과 지방, 소금을 사람들이 요리할 때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집에서 거의 쓰지 않는 새로운 화학재료를 사용해 식품보존 기간을 늘리고 실제보다 훨씬 신선해 보이도록 해 비만이 증가하고, 식단과 연관된 만성질병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폴란은 “우리는 스크린 앞에서 삶을 낭비하고 있다”면서 직접 요리를 하자고 제안한다. “요리는 산만한 삶에 해독제(antidote)와 같다. 왜냐고? 요리는 일과 여가 활동에서조차 사용하지 않는 감각에 우리를 연결한다.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고. 요리를 하는 동안 손은 바쁘고 하루의 근심은 사라진다.” 그는 또 손수 요리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향해선 “식당까지 가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 또는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는 시간을 따져보라”며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직접 요리한 음식을 가족이 나눠 먹는 게 외식이나 냉동식품 섭취보다 여러모로 낫다.”

요리의 역설

ⓒ Kzenon/Shutterstock.com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