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Vogue)』에 비속어 ‘병신’을 합한 말로, 패션 잡지에서 한글 대신 영어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쓰고 조사만 갖다 붙인 문체를 일컫는다. 비판론자들은 주변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패션업계가 이른바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보그 병신체는 패션 잡지에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정연은 2013년 3월 “이젠 패션 잡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케이블 방송에서 만드는 패션 관련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정보전달 프로그램의 어법도 패션 잡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일상화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다. 패션 정보를 온라인에 올려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기를 바라는 블로거들의 글을 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했다.

법률 영역은 물론이고 의학·건축 등 소위 ‘전문가’들이 있는 영역에서도 보그 병신체류의 표현은 다수 발견된다. 인문학자들마저 보그 병신체류의 문체를 쓴다는 지적도 있다. 『동아일보』 2013년 10월 9일자에 따르면, “일상 업무에서도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가 언어 건강을 해치고 있다.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은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오퍼레이션 로스의 파서빌리티가 있으니까 리포트해(운영자의 손실이 생길 수 있으니 점검해서 보고해).’ 이른바 ‘은행 외계어’는 이렇다. ‘익영업일에 불입한 당발송금은 기설정된 계좌에 산입돼 처리됩니다(다음 영업일에 낸 외화송금은 이미 설정된 계좌에 포함해 처리합니다).’ 인문학자들이 쓰는 ‘인문학 외계어’는 그 뜻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나의 텔로스는 리좀처럼 뻗어나가는 나의 시니피앙이 그 시니피에와 디페랑스 되지 않게 함으로써 그것을 주이상스의 대상이 되지 않게 컨트롤하는 것이다.’”

보그 병신체가 한글을 파괴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2013년 10월 민간업체가 분양하는 아파트의 80퍼센트가 보그 병신체 식의 이름을 붙였다는 지적이 일었는데,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마케팅 수요 조사 등을 통해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며 수요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외래어 이름이 고급스럽다는 소비자의 생각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보그 병신체라는 이름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인 만큼 다른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우규는 보그 병신체는 “‘병신’이라는 단어는 ‘불구, 무능, 부족, 불편, 편향’ 등의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다. 이런 올바르지 않은 태도 때문에, 병신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게 맞다”고 했다. 이정연 역시 “특정 매체의 이름과 장애인 비하 표현이 들어간 ‘보그 병신체’라는 표현부터 먼저 바꿔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