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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ea faa ipoipo

ⓒ Kunstmuseum Basel, Martin P. Bühler | public domain

고갱이 타히티섬의 여성들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 중 하나인 <언제 결혼하니?>는 2015년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으로 알려졌다. 경매가 아닌 개인거래로 이루어진 특성상, 정확한 낙찰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판매가격은 3억달러로 보도되었다.

고갱은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파리를 근거지로 삼아 작품활동을 이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야생의 환경과 원시적 삶에 대해 갈망했다. 그 배경으로는 고갱에게 작업적 영감을 주었던 페루에서 보냈던 부유하고 이국적인 유년시절의 기억이나 퐁타방에서 만난 야생상태의 자연을 떠올릴 수 있다. 이에 더해 고갱은 인상주의와는 다른 자신만의 빛과 자연현상에 대한 표현을 하기 원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원시성을 지닌 대상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고갱이 처한 현실은 그의 예술적 이상과 거리가 있었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파리의 부르주아로서 그에게 사회적인 요구와 책임이 주어졌고, 근대화된 사회적 관습과 예술적 자유 사이에서 자신을 저울질하는 순간이 반복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위치 사이에서 고민하던 고갱은 온전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그토록 열망하던 원시의 세계로 떠난다.

고갱이 선택한 원시의 땅은 1891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타히티였다. 타히티로 떠나기 전, 고갱은 소설 <결혼>을 접했는데 이 소설 속에서 타히티가 지상낙원으로 그려졌던 것이 그가 타히티행을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청의 문화책임자로서 타히티에 첫 발을 내디딘 고갱은 이미 유럽의 문명을 너무나 많이 받아들인 모습에 실망한다. 그는 더욱 이국적이고 낯선 모습을 찾기 위해 타히티섬 내의 곳곳을 살피면서 타히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작품을 남긴다.

<언제 결혼하니?>에는 두 명의 타히티 여성이 등장한다. 앞에 앉아 있는 여성은 타히티 전통의상을 입고 왼쪽으로 시선을 두지만, 뒤에 앉은 여성은 프랑스 복식의 영향을 받은 듯한 옷차림에 반대편을 응시하고 있다. 타히티의 전통에 따르면 귀에 꽃을 꽂는 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구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언제 결혼하니?’라는 물음은 서구의 정숙함으로 무장한 뒤의 여인이 타히티 문화에 녹아있는 앞의 여인에게 던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뒤의 여인이 오른 손을 가슴 쪽에 올리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 고갱이 불교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