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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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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국에서는 10년간 31만 여명이 총기로 사망했으며 개인이 보유한 총기 수는 2억 7000만 정에 이른다. 그러나 '무기 소지의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와 강력한 로비단체 미국총기협회의 반대로 총기규제정책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총기 사망자 연간 3만 명

ⓒ zgmorris13 | Public Domain

미국에서 총기 사건·사고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총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31만 6545명에 달한다. 연간 3만 명 이상이 총기로 인해 사망하고있는 셈이다. 총기 사고는 교통사고에 이어 미국인의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며, 2015년에는 1위가 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CNN방송은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 통계자료를 들어 이같이 전하면서, 테러로 인한 사망자보다 120배 많은 수치라고도 분석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부터 2013년까지 테러로 미국 안팎에서 사망한 희생자가 3380명인데 반해 같은 기간 총기 사고로 미국 내에서 사망한 이는 40만 6496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많은 까닭은 여타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총기 보유량과 깊은 연관이 있다. CNN방송은 총기 관련 단체인 '스몰암스서베이(Small Arms Survey)'의 2007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인이 보유한 총기는 2억 7000만 정에 이른다고 전했다. 미국 인구를 3억 2000만 명으로 추산하면 전체 인구의 84%가 총기를 집에 소유한 셈이 된다.

'무기를 소장할 권리' 수정헌법 2조

미국에 총기가 많은 것은 총기 구입이 아주 쉽기 때문이다. 총기 소지에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주는 워싱턴을 포함해 20개 주로, 뉴욕주에서는 16세, 몬태나 주에서는 15세가 되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 그 외에 나이제한을 두지 않는 30개주에서는 초등학생 조차 총기를 보유해도 법률적 문제가 없다.

총기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연방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의 양식을 작성하고 'NICS'라는 신원조회 과정만 거치면 된다. 신원조회 과정에서 범죄, 가정폭력, 마약복용, 정신병력 여부에 조사하지만 사실상 형식적인 조사다. 게다가 연방정부의 인가를 받은 공식 딜러 매장에서만 실시하도록 해 총기 유통의 다수가 이뤄지는 총기 전시회, 인터넷 거래 등에서는 신분조회가 이뤄지지 않는다.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들이 총기를 구입한 후 타인에게 선물하거나 판매하는 경우에는 미국내 10개주와 워싱턴 DC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상조회를 비롯해 총기 등록 요건 강화 정책 조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무기를 휴대·보유할 권리에 관한 미국의 수정헌법 제 2조를 근거로 내세운다. 1791년에 제정된 이 조항은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를 받아서는 안된다"각주1) 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출발해 서부 개척과 독립전쟁을 거친 미국의 역사에 따라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은 내가 지킨다'는 미국인 특유의 인식이 깔려있다. 미국 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은 이 조항을 들어 총기 보유는 미국인으로서 당연한 헌법적 권리로 주장한다. 반면 총기 소유 반대자들은 '훈련된 민병대'라는 구절에 근거해 개인이 아니라 무장이 필요한 군대에만 해당하는 권리로 해석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1934년에는 "미국 헌법 수정 2조는 민병대가 무기를 지니도록 하는 원래 의도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이후에는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쪽의 논리를 들어왔다. 2008년에는 "수정헌법 2조에 의해 적어도 자택 안에서는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고 판단했고, 2010년에는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하는 권리는 '질서잡힌 자유'라는 미국의 이념에서 근본적인 것"이라고 판시했다.

미국총기협회(NRA)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아닌 총기 등록 강화 정책조차 쉽지 않은 것은 미국 총기협회(NRA) 때문이다. 미국총기협회는 1999년 콜롬바인 고교 총기 난사사건,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등 각종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 규제를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자 강력한 반대운동과 로비로 총기 규제를 좌절시켜왔다.

미국총기협회는 1871년 설립된 조직으로 남북전쟁 뒤 북부군 병사들의 사격술을 훈련하기 위한 단체였으나 1970년대 중반 이후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로비를 펼치는 이익단체로 변모했다. 총기협회는 128년 역사에 5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총기 소유자들의 이익과 권리를 대변할 뿐 아니라 총기 훈련과 교육을 주도한다.

또한 미국 최대의 로비단체로서 정계에 가장 많은 정치 헌금을 퍼붓는 막강한 단체다. 가디언에 따르면 NRA는 2014년 로비에만 300만 달러를 쓰고 2800만 달러를 대외지출에 쏟아붓는 미국 최고의 정치 자금원이다. 싱크탱크인 선라이트 파운데이션의 선임 정치학자 리 드루트먼에 2012년 미국 공화당 의원의 88%와 민주당 의원의 11%가 미국총기협회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호주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

이 때문에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당선될 때마다 총기규제 정책을 추진했지만, 잇단 사고에도 미국의 총기규제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호주 정부는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강력한 총기 규제 정책을 펴 대조를 이뤘다. 호주는 1996년 4월 마틴 브라이언트가 남부 타즈마니아섬 관광지의 한 카페에서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35명이 사망하고 28명이 다치는 참사를 겪고 나서 강력한 총기 대책을 세웠다.

존 하워드 당시 총리는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국가 내 모든 총기를 등록하고 △총기 구입 시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으며 △반자동 총기 매매를 금지하고 △정부가 전국적인 총기 회수 활동을 벌이는 등 강력한 총기대책을 벌였다. 호주 정부는 이를 통해 총기 65만정을 수거해 파기했다. 정책 시행 이후 7년 간 호주에서 총기를 이용한 자살은 그 이전과 비교해 평균 57% 감소했고, 총기를 이용한 살인도 약 42%나 줄었다.

대표적인 총기 난사 사건

미국 내 총기 사건은 학교에서부터 흑인교회, 해군시설,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에릭 해리스(18)와 딜런 클리볼드(17)라는 두 10대 소년이총기를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숨졌고 20명 이상이 다쳤다. 범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총기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사건이 됐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 사건을 소재로 <볼링 포 컬럼바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미국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쳤다.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의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계 이민 1.5세대 학생 조승희가 2시간 30분동안 총기를 난사했다. 웨스턴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와 노리스홀을 오가며 벌인 총격으로 32명을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조승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인 총기 공격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난 참사였다.

2009년 11월 텍사스 포트후드 군 기지에서 미 육군 소령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1년 1월에는 애리조나 주 쇼핑센터에서 20대 남성이 기퍼즈 하원의원을 겨냥해 총격을 벌여 연방판사 등 6명이 숨지고 기퍼즈 등 19명이 부상당했다.

2012년 7월에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상영중이던 콜로라도 주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서 제임스 홈스가 영화의 악당 조커를 흉내내며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숨지고 70명이 다쳤다.

2012년 12월 14일에는 코네티컷주의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세 청년 애덤 란자가 아프간 미군이 썼던 AR15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5분 만에 6~7세 어린이 20명과 학교 직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란자는 범행 전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총을 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란자는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 6월 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지역의 흑인교회인 엠마뉴엘 교회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딜란 스톰 루프가 총을 난사해 수요 성경공부에 참석 중이던 9명이 숨졌다. 당시 21살인 루프는 앞서 무단침입 혐의나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바 있으나 이들 혐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경범죄로 분류되어 루프는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는 다음날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7월 26일 버지니아 주에서 지역 방송사 WDBJ의 앨리슨 파커(24)기자와 애덤 워드(27) 카메라 기자가 오전 6시 45분 브리지워터 플라자에서 생방송 도중 전 동료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범인은 같은 방송국의 전직 앵커인 베스터 리 플래너건(41)으로 사건 발생 4시간 뒤 자살했다. 이 사건은 생방송 도중 고스란히 중계되어 전 미국인에게 충격을 안겼다.

2015년에는 오리건주 로즈버그의 엄프콰 칼리지에서 10월 1일 오전 10시 30분께 총격 사건이 발생해 15명이 숨지고 약 20명이 다쳤다. 범인은 크리스 하퍼 머서라는 이름의 26살 이 학교 학생으로, 범인은 경찰과의 총격전 중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총격 현장에서는 총기 6정이 회수됐고, 그는 최근 3년 사이 총기를 13정이나 손쉽게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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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하 집필자 소개

전 프레시안 기자. 프레시안에서 7년 동안 정치, 미디어, 환경 등의 분야를 취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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