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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흥재사

막사발을 닮은 건축

요약 테이블
소재지 경상북도 안동시 와룡면 중가구리 535(남흥길 100)
이용 시간 09:00~18:00
남흥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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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齋舍)는 조선 시대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가문을 중시하는 양반 사회가 낳은 건축이지만 형식에 있어 비교적 자유롭다. 완성도 높은 재사는 양반 문화가 발달한 안동 지방에 주로 몰려 있는데, 경북 민속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남흥재사(南興齋舍)가 그중 으뜸이다. 비록 지방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재사만의 특유한 생명력과 리듬감을 잘 살려 내고 있어 어떤 국가 문화재보다 건축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도산서원이 가까워 퇴계의 건축 세계를 읽어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1박 2일의 주말여행이라면, 새롭게 안동의 명소로 등장한 허브 공원 온뜨레피움에 들러 다채로운 안동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 보자.

막사발의 감흥을 담은 건축

재사가 자리를 잡아 가던 17세기, 조선 막사발에 대한 일본인의 평가는 대단했다. 당시 일본 도공들 중에는 죽기 전에 막사발 같은 도자기를 하나라도 만든다면 원이 없겠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 차를 즐기는 다도가(茶道家)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개중에는 막사발을 한 번 만져 보는 것이 소원이라든가, 한 번 만져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든가 하는, 언뜻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소망을 품고는 했다. 우리 기물(器物)을 보는 일본인의 눈에서는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서는 경외감 같은 것이 엿보인다. 우리는 바라보는 대상에서 어떤 측량할 수 없는 힘을 느낄 때 숭고미를 느낀다. 엄청난 양으로 쏟아지는 폭포를 보았을 때의 경외감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일본인들은 우리의 작은 기물에서 발견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무한한 외부의 힘이 도공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게 한 것이다'라는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1889~1961)의 말은 일본인이 우리 막사발에 대해 가졌던 경외감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조선 예술을 처음으로 평가한 외국인이다. 그를 포함한 일본인들은 우리의 작은 막사발에서 거대한 자연을 본 것이다. 일본인들이 막사발에서 보고 느낀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전통 건축물이 지금 방문하는 남흥재사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남안동IC에서 도산서원 쪽으로 약 20여 킬로미터를 달리다 보면 길 오른편에 남흥재사로 유도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안내판을 따라 5분여를 들어가면 집 십여 채가 어우러진 영양 남씨 씨족 마을이 나타난다. 남흥재사는 마을 안쪽 산 중턱에 있는데, 멀리서 보면 일본인이 지은 건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이가 강조된 건물이다. 마을이 품은 가을 들판은 건물과 무관하게 그저 유쾌하게 바람을 탄다. 그 들판을 가로질러 마을의 좁은 언덕길을 휘감아 올라가면 높은 기단에 하늘로 솟구치듯 솟아오른 2층짜리 재사 건물이 나타난다. 건물을 보는 순간 유쾌함은 잦아든다.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크고 위압적인 느낌 때문에 남흥재사라는 현판을 확인하고서도 여전히 저어하는 마음이 남는다. 다행히 누마루에서 낙차를 두고 뚝 떨어진 문간채 높이가 적당해서 겨우 주춤거리던 마음을 추스르지만, 선뜻 건물 안으로 들어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2층 누마루를 온통 판재로 두른 폐쇄성이 주는 일종의 두려움 때문이다.

조금 지루할 수 있지만, 재사 건축을 감상하자면 약간 설명이 필요하다. 묘에 가서 지내는 제사를 묘제(墓祭)라고 하는데, 이 묘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이 재사다. 이 건축 양식의 유래가 어디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묘소 가까이 죽은 이를 위해 지은 절집을 원찰 또는 원당이라 하는데, 이것이 유학의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이 재사라는 의견이 하나 있고, 왕실이 산릉에 丁(정)자 형태로 짓던 건물인 정자각에서 재사의 기원을 찾는 또 다른 의견도 있다. 어느 의견을 취하든, 재사 건물은 살림집인 한옥을 기본으로 응용한 건축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형성되어 있다.

남흥재사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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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치듯 올라간 누마루를 보고 놀란 가슴은 바깥마당으로 올라서면 낮아지는 지붕 선으로 안도감을 얻는다. 오른쪽은 누마루고 왼쪽의 낮은 지붕은 날개채로 부엌과 방이 있다. 건축이 가지는 강약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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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으로 집안의 위세를 드러내다

고택을 다니다 보면 명망 있는 집의 종손(宗孫)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종종 가지는데, 조상의 묘소가 전국에 걸쳐 있어 관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과거 묏자리를 잘 쓰면 집안이 번성한다는 굳건한 풍수적 신념이 낳은 결과다. 이렇게 풍수를 좇다 보면 자기들의 본거지에서 먼 지방에 묏자리를 쓰는 일이 불가피한데, 이곳에서 묘제를 지내기 위해 만든 거처가 재사다. 그런데 재사가 하나의 건축 양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마을과 가까운 곳에 묘소가 있어도 재사를 짓는 일이 생겼다. 자신과 가문을 동일시하는 당시의 양반 문화가 가문의 영광을 통해 가문을 결속하려 했기 때문이다. 양반 문화가 발달한 안동에 완성도 높은 재사가 모여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때문에 재사 건축은 집안의 위세를 드러내기 위해 위압적이고, 타인에게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남흥재사 역시 건물의 가장 웅장한 부분을 방문객에게 드러내 직설적으로 집안의 영광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남흥재사는 고려 공민왕 때 판서를 지낸 남휘주(南暉珠, 1326~1372)와 그의 아들 민생(敏生)의 묘제를 지내기 위한 곳이다. 16세기경 이곳에 있던 절집 남흥사(南興寺)를 개조해서 지었다고 하니, 17~18세기에 지어진 다른 재사에 비하면 그 역사가 유구하다. 누마루 기둥 위에서 들보를 이고 있는 고려 말 조선 초 양식의 익공이 건물의 유구한 역사를 확인해 준다.

재사 건물로 들어서는 계단

높은 기단을 오르며 마음을 추스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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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을 고조시키던 수직적인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날개채 모습

계단식으로 이어진 방들을 누마루에서 바라보면 리듬감이 느껴진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묵는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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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선다. 제례 건물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어느 정도는 높은 기단과 기단을 가르고 오르게 된 계단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는 후손에게 마음 추스를 시간을 제공하려는 건축적 배려일 것이다. 당시 묘제에 참여하던 후손의 마음이 되어 계단을 오른다. 선조의 삶을 생각하며 추스른 마음은 대문을 들어서서 바짝 긴장하게 된다. 한옥은 단층 건물이어서 건축 공간이 수평적으로 전개되는 개방감이 특징이지만, 재사는 좁은 중정을 둘러싼 높은 건물 때문에 강한 수직적 공간감을 형성한다. 마치 유럽 여행에서 만나는 높은 돌집의 중정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낯설고 긴장된다. 문을 들어서면 아래채 앞으로 난 계단을 통해 대청으로 오르게 되어 있는데, 입구 쪽에는 평상시 재사 건물을 관리하는 고지기의 방과 외양간들이 몰려 있어 공간의 밀도가 조밀하다. 대청에 오르기 위해 계단에 발을 놓을 때도 긴장감은 계속된다. 건물 높이에 비해 좁은 계단 때문이다. 양반가의 널찍하고 시원한 문이 없는 것도 긴장감을 유발한다. 작은 창과 문은 심리적인 압박을 유도하는데, 문을 들어설 때도 허리를 숙일 수밖에 없어 몸가짐이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진다. 물론 문을 작게 만든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묘제를 지내는 3월이나 10월은 시기적으로 추운 때여서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청에 다 오를 때까지도 건축적인 요소들이 만드는 긴장감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그러나 긴장감을 도무지 견디기 힘들 때쯤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건축적인 환호성이라고 할까?

익공은 고려 말 조선 초에 나타나기 시작한 한옥 고유의 부재다. 이곳의 익공은 조선 초의 것이어서 건물의 유구함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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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으로 쓰이는 누마루 아래 공간의 닫힘은 누마루와 대문의 열림이 있어 답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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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을 타고 흐르는 대청과 누마루

대청에서 옆으로 난 쪽마루를 지나 누마루로 발을 옮기는 순간 공간의 이미지가 뒤집힌다. 대청과 누마루의 높이 차이는 아이 손 한 뼘이 채 안 된다. 눈곱만큼 낮은 누마루가 만드는 놀랄 만한 건축적 효과다. 마을 언덕 아래에서 바깥마당을 거쳐 대청에 이르기까지 줄곧 위로 올라오기만 했다는 것을 깨닫는 지점도 그곳이다. 그 작은 내려섬이 심리적인 이완을 만들다니! 이 소소한 차이가 그토록 차오르던 긴장감을 순식간에 날려 보내고 드라마틱한 건축적 경험을 이끌어 낸 것이다.

물론 극적인 반전이 작은 높낮이 차 때문만은 아니다. 넓은 누마루가 주는 확장감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마루에 내려서는 순간 누마루와 대청이 이어지면서 만들어진 넓은 수평선이 앞뒤로 놓이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던 수직적 건축 요소를 한꺼번에 무너뜨린다. 그 높던 지붕의 처마까지 눈높이에 맞춰지면서, 집 안의 모든 공간이 일제히 제 몸을 열어젖힌다. 그토록 폐쇄적이고 답답하던 공간이 마치 요술이라도 부린 듯 열린 공간이 된다. 밖에서는 폐쇄적이고 위압적으로 보이는 누마루지만, 내부에서 개방감과 안도감을 만드는 것도 누마루다. 따라서 누마루가 건축적 긴장과 이완을 일으키는 중심 공간이다.

누마루에서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본다. 자기를 돌아보고, 조상을 회상하기 좋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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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에 속한 쪽마루가 누마루로 이어지는 마루보다 아이 손 한 뼘 정도 높다. 저 작은 턱을 내려서면 수직의 세계가 수평의 세계로 변한다. 누마루에 휘청 올라선 기둥은 개방된 공간에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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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마루만으로는 이런 건축적 감동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가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심리적 변곡점에는 대청이 있다. 그리하여 대청은 건물의 중심성을 확보한다. 시각적으로는 누마루보다 약간 높을 뿐이지만, 분명 제일 높은 곳을 차지한 것도 대청이다. 대청을 건물의 중심에 놓으려는 건축적 의지가 관철된 모습이다. 대청을 중심 공간으로 삼은 것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누마루 중심의 재사와 비교할 때 남흥재사가 가진 유구한 역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다른 재사의 경우 누마루가 대청 맞은편에 자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에서는 대청과 누마루가 직각으로 만난다. 물론 이런 구조는 절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반영한 것이지만, 긴장감을 조절하여 건축적인 환호성을 만들어 내고, 유사(有司)가 전체 상황을 파악하면서 제사를 준비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즉 대청을 차지한 유사가 재사 내부는 물론이고 마을과 이어지는 골목까지 모두 시야에 둠으로 해서 제사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 종손이 제사를 집전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면, 유사는 실질적으로 제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책임자다. 종손은 한 명이지만, 유사는 규모에 따라서 숫자가 바뀔 수 있다.

누마루가 가진 수평 구조는 폐쇄적인 재사를 개방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여기에 창까지 열어 놓으면 시원함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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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루에 앉자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마음을 태운 시선이 누마루에서 쪽마루를 지나 대청으로, 대청에서 계단을 내려가 마당으로 파도를 탄다. 동선을 거꾸로 흐르는 눈길이 리듬을 타 신바람 난다. 긴장감 때문에 건축적 리듬을 의식하지 못했지만, 몸은 이미 그 리듬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몸을 일으키니 수직적인 압박에 숨죽이고 있던 흥이 주변의 작은 소품들이 돋우는 장단에 춤추기 시작했다. 외양간과 부엌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 좁은 마당에서 힘껏 솟구쳐 오르는 건물, 그 건물 사이로 굴곡 있게 움직이는 길, 울퉁불퉁한 주춧돌과 댓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마룻바닥의 질감, 휘어져 올라간 기둥, 지붕을 짊어진 대들보, 그리고 유난히 화창한 하늘의 뭉게구름까지. 모두가 홀연히 리듬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골목길을 올라왔을 때 사람을 주눅 들게 하던 커다란 지붕 선은 어느새 눈앞에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다 내려가고 그러다 다시 올라가고, 너무 높이 올랐다 싶으면 아래로 뚝 떨어져 단아한 지붕 선을 만든다.

형(形)을 파괴하고 상(象)에 이르다

지붕 선의 리듬을 타던 눈길이 아래로 뚝 떨어져 흡사 막사발을 연상시키는 주춧돌을 보는 순간, 숭고미가 떠올랐다. 칸트(Immanuel Kant)가 미학을 종합하여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을 쓰기 전까지 서양인들은 아름다움을 오로지 대상에서 찾았다. 그러나 칸트는 아름다움을 대상에서 독립시켜 개인이 대상에서 느끼는 주관적인 아름다움으로 전환시켰다. 이런 주관적인 아름다움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주의가 태동하는 기반이 되었고, 칸트는 이전의 미학과 현대 미학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작가의 천재성에 의지하는 현대 예술의 단초가 거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우리는 남흥재사에서 이를 지은 장인들의 손길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기우뚱하게 올라간 기둥, 분위기를 돋우는 대들보의 움직임. 한옥을 지은 목수는 꼭 저렇게 생긴 기둥과 대들보를 작정하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탁 보니 기둥감이고 탁 보니 대들보감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제 흥에 맞추어 기둥을 세우고 들보를 세웠을 것이다. 자연이 그 숭고함을 드러내게 한 경유지는 목수의 흥이다. 그것이 이 답답한 공간에 해방감을 주고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결국 긴장감을 해소하면서 건물의 완성도를 이룬 것은 조선 목수에게 내재된 우리의 리듬, 흥이 아니었을까?

목수들의 흥이 살아 있는 기둥은 누마루에 리듬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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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가 대들보를 저 모습 그대로 만들자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들보는 자연이 건축에 직접 개입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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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들어섰을 때 만나는 복잡한 입구는 재사에 들어선 이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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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흥재사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지어졌지만 한옥이 가져야 할 미덕을 너무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 흥은 묘제를 지내는 이들에게 집안의 축제에 참여하는 영광을 새기게 했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묘소에 오를 수 없는 후손들은 비가 긋기를 기다리다 이곳에서 묘제를 지냈을 것이다. 누마루는 선산의 위치와 깊은 관계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누마루에서 보이는 산 쪽에 영양 남씨의 묘소가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치밀하게 고려한 것이다.

유사와 종손의 방이 누마루와 함께 나란히 있다. 종손이 머무는 방 뒤쪽 으로는 커다란 방이 있어서 일시에 여러 사람이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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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형상(形象)은 형과 상으로 이루어진다. 전통미는 단순히 밖으로 보이는 형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 안에 숨은 상을 찾아 드러낸다. 엄숙한 부처의 형을 파괴하여 나타난 우스꽝스러운 부처의 상을 통해 부처의 자애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의 마애불이 아니겠는가? 저 부재 하나하나에 정확한 수직과 수평을 주었다면, 지금의 흥을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저 큰 들보며 기둥을 들어 올리고 세우던 사내들의 건강한 근육미를 바로 그 들보와 기둥에서 읽어 낼 수 있지 않은가? 살림집도 아니고 무덤도 아닌 재사는 어차피 삶과 죽음 그 사이 어디쯤 세워진 우리의 흥일지 모른다. 묘제를 위해 이곳에 모여든 후손들은 생명력이 충만한 이곳에서 죽은 자들과 한바탕 축제를 벌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재사가 가지는 엄밀한 계획성과 자연적인 리듬감을 매우 성공적으로 융화시킨 건물이 남흥재사다. 마애불을 보고 편안함을 느꼈던 이라면, 그 감동을 좀 더 극적으로 느끼고 싶은 이라면 한번 다녀올 만하다. 황홀한 석양 밑에서 묵묵히 그물코를 꿰는 어부의 모습처럼 그렇게 조선 목수는 묵묵히 자연이 주는 리듬감에 따라 집을 올렸을 것이다. 정교한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이라면 일본인이 그랬듯 우리보다 더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남흥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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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흥재사 → (43분) → 도산서원 → (49분) → 온뜨레피움

남흥재사 인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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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집필자 소개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들어가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빠져들었다. 현재 한옥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활동으로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출처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 저자이상현 | cp명시공아트 도서 소개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살림집 한옥 17곳과 성당, 절집, 서원 등 24곳의 개성 넘치는 전통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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