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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링키

ⓒ Ramona Trusheim | CC BY-SA

실리 퍼티가 그랬듯이, 계단을 내려가는 장난감 코일인 슬링키(slinky=sleek graceful)는 한 과학자의 노력과 ‘우연’이 만나서 탄생된 것이었다. 해군 소속 엔지니어였던 리처드 제임스(Richard James)는 1940년대 초에 선박의 기관들에 들어갈 반 진동(anti-vibration)장치를 개발하는 중이었다. 그는 파도의 힘에 직접 영향을 받는 인장장치(tension)나 토션(torsion)에 스프링을 사용했다. 어느 날, 그는 다루기가 까다로운 실험용 스프링을 쳐서 넘어뜨렸다. 그러자 그 실험용 스프링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 움직임, 즉 용수철의 코일이 쓰러지면서, 책 더미 아래로, 탁자 위로,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그는 스프링이 특별히 ‘내려가는 스텝’에 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임스는 이것을 그저 지나치는 호기심 정도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그의 아내와 함께 500 달러를 빌린 다음, ‘슬링키(Slinky)’라고 이름 지은 이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를 시작했다. 그들은 25미터 정도 되는 강철 띠를 돌돌 감기 위해 직접 기계를 제작했으며, 이를 이용해서 최초의 슬링키를 생산했다. 슬링키가 장난감 코너에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는 1945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필라델피아의 짐블스 백화점(Gimbels department store)이었다. 제임스는 자신이 만든 장난감이 정말로 잘 팔릴 지 걱정이 되어서 친구 한명에게 자신의 상품을 사 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 두었다. 하지만 제임스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단, 90분 만에 400개의 슬링키가 모두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대략 3억 개 이상의 슬링키(Slinky)가 판매되었다. 비록 이 ‘퍼덕퍼덕’ 거리는 장난감이 과학적인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다양하게, 그리고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슬링키는 물리학 시간에 파동을 설명한 다음, 이를 실제로 보여주는 완벽한 도구였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전에서는 군인들이 이 물건을 라디오 안테나로 활용했으며, 무중력 상태에서 스프링의 역학(mechanics)을 시험하기 위한 우주선 실험의 일부로도 활용되었다.

한편, 슬링키를 발명한 리처드 제임스 개인의 인생은 그의 장남감과는 다른 방향으로 소용돌이 쳤다. 그는 중년의 위기에 빠져서 괴로워하다가, 1960년에 가족을 떠나 볼리비아(Bolivia)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한 사이비 종파에 가입했다. 그 사이비 종파에 기부한 금액은 거의 회사를 침몰시킬 만큼 어마어마했다. 그는 1974년 6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