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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 Jim.henderson | Public Domain

오늘날 초록빛으로 잘 정돈된 잔디밭은 흰색 말뚝이 박힌 울타리나 유명 브랜드의 새 차처럼 미국인의 안정된 삶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한때는 넓은 잔디밭이 유치한 취미라거나 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미국의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채소밭, 쌓인 먼지, 또는 별채로 가는 길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수의 미국인들이 과거 영국에서 볼 수 있었던 완만하게 펼쳐진 들과 잔디밭을 동경했지만, 신대륙의 기후는 잔디를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잔디를 기르기 위해 영국 잔디의 씨를 가져다 뿌리는 시도를 거듭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1915년까지는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골프협회(U.S. Golf Association)가 창립되자, 미국골프협회는 미국정부와 협력하여 미국 땅에 맞는 잔디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골프라는 종목의 특성상 고른 잔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골프협회와 미국 정부의 협력과 노력의 결과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영국의 잔디밭은 습기와 비가 많은 날씨로 인해 물을 따로 줄 필요가 없었지만, 미국의 잔디밭은 대부분이 규칙적으로, 심지어 가뭄기간에는 항상 물을 뿌려줘야만 했다. 게다가 당시 영국에서는 잔디를 낫으로 고르거나 잔디밭에 가축을 풀어 놓음으로써 잔디의 길이를 유지했다. (윌슨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양떼를 기른 것이 이런 연유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정원에 있는 작은 정자(garden house)와 회전식 잔디 깎는 기계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잔디밭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잔디밭이 미국 주택의 일반적인 특징이 되었다.

잔디밭이 항상 장식적인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잔디밭은 어린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잔디밭은 크로켓, 공굴리기, 축구 같은 야외 스포츠가 펼쳐지는 ‘전용구장’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사교 행사(social event)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잔디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을 소비해야 하며, 이웃들로부터 집 앞을 깔끔하게 정돈하라는 압력도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오늘날의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자원을 고갈시키는 잔디 대신, 집이나 기타 건물의 주위에 가뭄에 강한 지역 토종식물을 심는 건식조경(xeriscaping)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