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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반지와 결혼반지

ⓒ Orientalist1979 | CC BY-SA

요즘은 절차에 따라 결혼반지보다 약혼반지를 먼저 끼지만, 역사적으로는 결혼반지가 먼저 존재했다. 이 두 반지의 역사에는 여성의 지위, 남성의 태도, 문화적 우선순위, 그리고 종교적 교리가 연관되어 있다. 일부의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최초의 결혼반지’는 남성이 풀로 여성의 손가락을 묶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는 과거에 남자가 여자를 생포해서 손과 발을 묶었던 ‘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고대 이집트와 고대 로마에서 반지는 소유권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또한 이 두 국가에서 결혼반지를 사용했다는 최초의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로마시대에는 결혼한 여인이 보통 반지를 2개씩 지니고 있었는데, 하나는 금반지였고 다른 하나는 쇠로 만든 반지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보통 금반지는 사람들 앞에서, 그리고 쇠로 만든 반지는 집에서 꼈다고 한다. 그리고 이집트와 로마인들은 왼쪽 가운데 손가락이 심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베나 아모리스(vena amoris)’, 즉 사랑의 혈관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반지를 그 손가락에 끼었다.

약혼반지와 결혼반지는 고대 그리스와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켈트족은 머리카락을 엮어서 반지를 만들었으며, 유럽인들은 하나의 반지가 둘이나 그 이상으로 쪼개지는 ‘기멜(gimel)’이라는 반지를 좋아했다. 12세기에는 교황 인노첸시오 3세(Innocentius III)가 결혼식은 교회에서 거행되어야 하며, 또한 결혼식에는 신부를 위한 반지가 있어야 한다는 법령을 반포했다. 교황 인노첸시오 3세의 칙령에 따라 약혼과 결혼사이의 기간이 길어졌고, 이로 인해 약혼반지가 생기게 되었다. 귀족들은 보석으로 치장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다이아몬드 약혼반지가 등장하기까지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1477년 오스트리아 대공 막시밀리안 1세가 브루고뉴의 여 공작 마리에게 준 것이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다이아몬드 약혼반지였다. 19세기까지는 다이아몬드가 약혼반지에 쓰이는 많은 보석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드비어스 다이아몬드(DeBeers Diamond Mines)사가 20세기 중반에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라는 광고를 시작한 후부터는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약혼반지의 보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결혼반지도 다이아몬드 약혼반지에 맞추어서 다이아몬드로 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