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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팽나무

다른 표기 언어 Japanese Hackberry , 彭木 , エノキ榎 동의어 달주나무, 매태나무, 평나무
요약 테이블
분류 느릅나무과
학명 Celtis sinensis

팽나무는 키 20미터, 줄기둘레가 두세 아름이 넘는 큰 나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만, 항상 소금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도 끄떡없다. 그것도 두툼한 껍질을 뒤집어쓰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이 되어도 울퉁불퉁하게 갈라지지 않는 얇고 매끄러운 껍질을 갖고 그대로 버틴다.

남부지방에서 부르는 팽나무의 다른 이름은 포구나무다. 배가 들락거리는 갯마을, 포구(浦口)에는 어김없이 팽나무 한두 그루가 서 있는 탓이다. 나무의 특성은 물론 자라는 곳을 그림처럼 떠올릴 수 있는 포구나무가 팽나무란 정식 이름보다 훨씬 더 정겹다.

팽나무는 곰솔과 함께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내륙지방에서도 자라기는 하지만 바닷가에서 심고 가꾸는데 가장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산림청의 관리를 받고 있는 고목나무 1만 3천여 그루 중 팽나무는 약 10퍼센트인 1,200본으로서 느티나무 7,100본 다음으로 많다. 이 중 대부분은 전남, 경남, 제주에서 자란다.

늦봄에 자그마한 팽나무 꽃이 지고 나면 금세 초록색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가난하던 시절의 시골 아이들은 주위의 모든 곳이 놀이터였고 장난감 재료였다. 그중에서도 팽나무는 아이들과 가장 친근한 나무였다. 초여름 날, 콩알만 한 굵기의 열매를 따다가 작은 대나무 대롱의 아래위로 한 알씩 밀어넣은 다음, 위에다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오른손으로 탁 치면 공기 압축으로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는 팽하고 멀리 날아가게 된다. 이것을 ‘팽총’이라고 하는데, 팽총의 총알인 ‘팽’이 열리는 나무란 뜻으로 팽나무란 이름이 생겼다. 팽총놀이가 끝난 팽나무 열매는 가을에 들어서면서 붉은 기가 도는 황색으로 익는다. 열매 가운데에는 단단한 씨앗이 있고, 주위는 약간 달콤한 육질로 싸여 있다. 이렇게 잘 익은 열매 역시 배고픈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았다.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만큼이나 오래 산다. 천 년을 넘긴 나무도 있으며, 남부지방의 당산나무는 흔히 팽나무인 경우가 많다. 옛날에 배를 매어두던 나무로 천연기념물 494호로 지정된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의 팽나무는 키 12미터, 줄기둘레 6.6미터, 나이 400년에 이르며, 우리나라 팽나무 중 가장 굵다. 커다란 버섯 갓을 닮은 모양새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같이 아름답다.

너무 흔하고 친근한 서민의 이미지 탓인지 우리 옛 문헌에서 팽나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산림경제》에 실린 “소나무, 팽나무(彭木), 참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독이 없다”라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백성들과 함께 자연 속에 묻혀 조용히 살아가는 팽나무는 농사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봄에 일제히 잎이 피거나 윗부분부터 싹이 트면 풍년이며, 그 반대일 때는 흉년이라는 등 기상목(氣象木)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5리마다 오리나무, 10리마다 시무나무를 심었듯이 일본에서는 이정표 나무로 팽나무를 심었다. 1604년 장군 도쿠가와각주1) 는 동경의 니혼바시(日本橋)를 기점으로 1리(4킬로미터)마다 일리총(一里塚)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지름 9미터, 높이 1.7미터 정도의 흙더미를 쌓고 가운데에다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는 길손이 거리를 알 수 있게 하고, 잠시 쉬어 가는 휴게시설이었다. 담당 실무자가 어떤 나무를 심는 것이 좋을지 묻자 도쿠가와는 좋은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그러나 관서지방 사투리를 쓰는 도쿠가와는 좋은 나무란 뜻의 일본 표준말인 ‘이이키’라 하지 않고 ‘에에키’라 했다. 이를 ‘에노키(팽나무)’로 잘못 알아들은 실무자는 일리총에다 팽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일리총은 여러 군데 남아 일본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팽나무 이외에도 느티나무, 삼나무, 소나무 등이 심어져 있으나 팽나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팽나무 무리는 풍게나무, 검팽나무, 폭나무, 산팽나무, 왕팽나무 등 한참을 헤아려 보아야 할 만큼 종류가 많다. 또 남서해안의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푸조나무도 팽나무의 사촌쯤 되는 나무로서 흔히 아름드리 당산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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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집필자 소개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펼쳐보기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우리 나무의 세계 1 | 저자박상진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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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팽나무우리 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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