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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운향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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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 Euodia daniellii |
옛날 서울 지방의 풍속으로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는 남산이나 북악산에 올라가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를 즐겁게 놀았다. 이를 등고(登高)각주1) 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의 풍습을 따른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후한(後漢) 때 앞날을 잘 맞히는 도인 비장방(費長房)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환경이란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9월 9일 너의 집에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니, 급히 가서 집안사람들에게 각각 붉은 주머니에 쉬나무 열매를 담아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게 하면 재앙을 면할 것이다.” 환경은 그의 말에 따라 온 가족을 거느리고 산에 올라갔다가 저물녘에 내려와 보니, 집에 키우던 가축이 모두 죽어 있었다고 한다. 또 《동사록》각주2) 에 보면 “쉬나무 꽃을 꺾어 머리에 꽂고 재앙의 기운을 물리치고 첫 추위를 막아달라”고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쉬나무 열매는 이렇게 벽사(辟邪)의 상징성을 비롯하여 약재와 등유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쉬나무란 이름은 수유(茱萸)나무에서 발음이 편한 쉬나무로 변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그대로 수유나무라고 쓴다. 키 10여 미터, 줄기둘레가 한 아름에 이를 수 있는 쉬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마을 근처에 심거나 뒷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서울 남산의 가장 높은 곳인 옛 봉화대 옆에는 한 아름이나 되는 세 그루의 쉬나무가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옛 선비들은 집 근처에 쉬나무를 꼭 심었다. 주경야독이란 말이 있듯이 밤에 책을 읽으려면 불을 밝힐 기름은 필수였다. 하지만 석유가 들어오기 전, 등유는 동식물에서 얻을 수밖에 없었다. 유채, 해바라기, 아주까리, 들깨를 비롯하여 목화씨에서 얻는 면실유 등 옛사람들이 이용한 등유는 초본식물에서 흔히 얻었다. 그러나 곡물을 생산해야 할 경작지에 심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쉬나무는 동백나무와 함께 산에 심어서 비교적 손쉽게 기름을 얻을 수 있는 유지(油脂)자원이었다.
꽃은 여름에 피는데, 황록색으로 거의 흰빛에 가깝고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작은 꽃이 무더기로 핀다. 꽃이 피는 기간도 한 달이 넘게 이어지며, 많은 꿀을 가지고 있어서 밀원식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꿀 따기로 유명한 아까시나무가 원인 모를 황화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서 대체 수종으로 쉬나무가 거론될 정도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10월경이면 꽃자리마다 잔 콩알만 한 붉은색 쉬나무 열매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열린다. 이것을 수확하여 마당에 놓고 싸리가지로 두들기면 쌀알 굵기의 새까맣고 반질거리는 씨앗이 떨어진다. 30년 이상 된 큰 쉬나무 한 그루에서 15킬로그램이 넘는 씨앗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각주3) 《성호사설》 〈만물문〉에 보면 “호남 지방에서는 들깨 대신 쉬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등불을 켰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처럼 쉬나무 열매는 등유 재료로 인기품목이었다. 쉬나무 등유는 불이 맑고 밝으며, 그을음이 적어서 책 읽는 공부방에서는 더욱 인기가 높았다.
쉬나무는 암수가 다른 나무이므로 암나무를 심어야만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쉬나무는 고목이 되어도 나무껍질이 갈라지지 않고 회갈색으로 매끈하여 다른 나무와 잘 구별된다. 잎은 마주나기로 달리며 새 날개모양의 깃꼴 겹잎으로 7~11개의 달걀 크기만 한 잎으로 이루어진다.
쉬나무 종류는 우리나라에서 원래부터 자라는 쉬나무와 중국 원산의 오수유(吳茱萸)가 있다. 오수유는 쉬나무와 모양새가 거의 같으나 작은 잎의 개수가 약간 많고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며, 열매가 둥근 것이 차이점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쉬나무에 대한 설명은 없고, 오수유(吳茱萸)만 처방이 들어 있다. 쉬나무와 오수유는 서로 매우 닮았으나 약으로 쓸 때는 중국 원산인 오수유만 골라 썼다. 우리나라에는 오직 경주에만 오수유가 있고 다른 곳에는 없다고 하나 꼭 경주에서만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중부 이남 여기저기에 심어서 약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오수유는 통증과 냉기를 낫게 하는 등 신경계통의 약으로 이용되었고, 열매 이외에 잎과 뿌리도 약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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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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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쉬나무 – 우리 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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