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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겨우살이

다른 표기 언어 Korean Mistletoe , 冬靑 , ヤドリキ宿木
요약 테이블
분류 겨우살이과
학명 Viscum album var. coloratum

남의 눈치 안 보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흔히 얌체라고 한다. 인간사회의 얌체족이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을 속여먹듯이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멍청한 박새가 한 계절 내내 헛수고하게 만드는 새 나라의 얌체다. 그렇다면 나무 나라의 제일 얌체는 누구일까? 나무의 생태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오래 생각할 것 없이 ‘겨우살이’라고 할 것이다.

겨우겨우 간신히 살아간다 하여 겨우살이, 또는 겨울에도 푸르다고 하여 겨울살이라고 불리다가 겨우살이로 되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한자로 ‘동청(凍靑)’이라고 하니, 겨울살이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더 신빙성이 있다. 겨우살이는 주로 참나무 종류의 큰 나무 위 높다란 가지에 붙어서 자라는 ‘나무 위의 작은 나무’로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까치집이다. 모양은 풀 같지만 겨울에 어미나무의 잎이 다 떨어져도 혼자 진한 초록빛을 자랑하기 때문에 늘푸른나무로 분류된다. 가을이면 굵은 콩알만 한 노란 열매가 열린다. 맑은 날 햇살에 비치는 반투명 열매는 영롱한 수정처럼 아름답다.

열매는 속에 파란 씨앗이 들어 있고 끈적끈적하며, 말랑말랑한 육질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 열매는 산새와 들새가 숨넘어가게 좋아하는 먹이다. 배불리 열매를 따먹은 산새가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 ‘실례’를 하면 육질의 일부와 씨앗은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된다. 이것이 마르면서 마치 방수성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처럼 단단하게 가지에 달라붙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고 끄떡없이 씨앗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둔 것이다. 알맞은 환경이 되면 싹이 트고 뿌리가 돋아나면서 나무껍질을 뚫고 살 속을 파고들어가 어미나무의 수분과 필수 영양소를 빨아먹고 산다. 그래도 한 가닥 양심은 있었던지, 잎에서는 광합성을 조금씩 하여 모자라는 영양분을 보충하며 삶의 여유를 즐긴다.

사시사철 놀아도 물 걱정, 양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새찬 겨울바람이 아무리 몰아쳐도 겨우살이는 흔들흔들 그네를 타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다. 땅에 뿌리를 박고 다른 나무들과 필사적인 경쟁을 하는 어미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분통 터질 노릇이다. 뽑아내버릴 수도 없고 어디다 하소연할 아무런 수단도 방법도 없으니, 고스란히 당하면서 운명이겠거니 하고 살아간다.

이런 얌체 나무를 서양 사람들은 특별히 소원을 들어주는 좋은 나무로 생각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축하파티가 열리는 방 문간에 겨울살이를 걸어 놓고 이 아래를 지나가면 행운이 온다고 알려져 있다. 또 마력과 병을 치료하는 약효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믿었으며, 겨우살이가 붙은 나무 밑에서 입맞춤을 하면 반드시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겨우살이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가지는 Y자처럼 두 갈래로 계속 갈라지고, 끝에서 두 개의 잎이 마주나기하며, 가지는 둥글고 황록색이다. 키가 1미터에 이르기도 하나 대체로 50~60센티미터 정도이며, 가지는 얼기설기 뻗어 동그란 까치집 모양을 하고 있다. 잎은 피뢰침처럼 생겼고 진한 초록빛으로 도톰하고 육질이 많으나, 다른 상록수처럼 윤기가 자르르 하지는 않다. 암수 딴 나무로 이른 봄 가지 끝에 연한 황색의 작은 꽃이 핀다.

겨우살이 종류에는 이외에도 남쪽 섬의 동백나무에 주로 기생하는 동백나무겨우살이와 난대림에서 매우 드물게 만나게 되는 참나무겨우살이각주1) 를 비롯하여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는 갈잎의 꼬리겨우살이 등이 있다. 특히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상상기생(桑上寄生)이라고 하여 옛사람들은 귀중한 약재로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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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집필자 소개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펼쳐보기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우리 나무의 세계 1 | 저자박상진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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