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복사나무

다른 표기 언어 peach tree , , モモ桃 동의어 복숭아나무
요약 테이블
분류 장미과
학명 Prunus persica

복사나무는 중국 서북부의 황하 상류 고산지대가 원산지로 아주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이 재배한 과일나무로 자리를 잡았다. 복숭아라는 맛있는 과일은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차츰 신선이 먹는 선과(仙果)로 품격이 올라갔다. 복사나무에 대한 수많은 전설이 만들어지고 민속이 얽혀 들었으며, 병마를 쫓아내는 선약(仙藥)의 나무가 되기도 했다.

고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서왕모(西王母)는 곤륜산에 사는 신선인데, 어느 날 한무제를 만나게 된다. 서왕모는 3천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천도복숭아 일곱 개를 선물로 가져가 서로 나누어 먹는다. 복숭아를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과일로 받아들이게 된 시발점이다.

이런 복사나무와 여기에 얽힌 설화가 중국에서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삼국사기》에 벌써 그 기록이 나온다. 거의 2천 년 전인 백제 온조왕 3년(15)에 “겨울이 가까워 오는 10월에 벼락이 치고 복사나무와 자두나무 꽃이 피었다”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이상 기후의 상징으로 예를 들 정도이니, 이미 이보다 훨씬 전에 들어와 당시에는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삼국시대와 고려 및 조선왕조를 거치는 동안 복사나무는 우리의 재래 과일나무로 갈수록 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더 맛있고 굵은 품종을 골라 키우는 안목도 있었을 터이나 기록으로는 반도(蟠桃), 홍도(紅桃), 벽도(碧桃) 등의 이름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1910년경 경기도에서 조사한 자료에는 10종의 품종 이름이 나온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먹는 개량 복숭아는 1906년 뚝섬에 원예시험장이 설치되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새 품종을 들여온 것들이다.

복사나무는 복숭아라는 과일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봄날을 화사하고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복사꽃을 선사한다. 연분홍의 아름다운 꽃이 핀 복사 밭은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桃花源記)》각주1) 에서도 그렸듯이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향을 대신했다.

복사나무가 갖는 또 다른 상징성은 못된 귀신을 쫓아내고 요사스러운 기운을 없애주는 주술적인 징표이다. 옛날 중국에는 동해 가운데 도삭산이 있고, 거기에 큰 복사나무가 3천 리에 걸쳐 뻗쳐 있었다고 한다. 가지가 뻗은 동북쪽의 작은 귀문(鬼門)을 통해 모든 귀신들이 출입했다. 문지기 귀신인 울루(鬱壘)와 신다(神茶)는 악독한 귀신이 들어오면 꽁꽁 묶어서 호랑이에게 바로 넘겨주었다. 이후 중국에서는 설날 아침, 마귀를 쫓기 위하여 문짝에 복사나무로 만든 도부(桃符), 혹은 도판(桃板)이라는 작은 나뭇조각에 울루와 신다의 이름을 적어서 걸어두기 시작했다. 이 풍속은 우리나라에 전해져 설날, 입춘, 단오에 도부를 걸거나 복사나무 그림을 그려 붙였다.각주2) 도삭산의 복사나무처럼 아무 귀신이나 출입할 수 있으므로 울루와 신다가 지키지 않는 복사나무는 자칫 못된 귀신의 소굴이 된다. 그래서 옛 풍습으로 집 안에는 복사나무를 심지 않았다.

복사나무는 키가 6미터 정도까지 자라기도 하지만 복사 밭에서 만나는 재배품종은 3미터 남짓이다. 나무줄기나 가지에 수지(樹脂)가 들어 있어서 상처가 나면 맑은 생고무처럼 덮어준다. 잎은 손가락 한두 개 길이로 긴 타원형이다. 꽃은 4월 중순경 잎보다 먼저 피는데, 대부분 분홍색이지만 품종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산에서 흔히 만나는 ‘개복숭아’는 재배 복숭아의 씨앗이 떨어져 자란 것이다.

복사나무는 잎, 꽃, 열매 모두 약재로 쓰인다. 특히 동쪽으로 뻗은 가지와 뿌리, 열매의 약효가 뛰어나다고 믿는다. 《동의보감》에는 복숭아씨, 꽃, 나무에 달린 채 마른 건조 복숭아, 복숭아 털, 복사나무 벌레, 복사나무 속껍질, 잎, 나무진, 열매는 물론이고 도부에 써 붙인 부적 글까지 모두 질병 치료에 쓴다고 했다. 꽃잎이 여러 겹으로 중첩된 만첩백도와 만첩홍도는 꽃을 보기 위해 심는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박상진 집필자 소개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펼쳐보기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우리 나무의 세계 1 | 저자박상진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전체목차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장미과 식물

추천항목


[Daum백과] 복사나무우리 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