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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대추나무

다른 표기 언어 Jujube , 棗木 , ナツメ棗
요약 테이블
분류 갈매나무과
학명 Zizyphus jujuba var. inermis

계획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여기저기 빚이 생기면 “대추나무 연 걸리듯 한다”라는 말을 쓴다. 연날리기는 설날에서 보름사이의 추운 날에 하는 민속놀이다. 잎이 진 겨울 대추나무는 잔가지가 많고 가시까지 달려 있어서 빚쟁이에게 줄 돈 뭉치처럼 걸핏하면 연이 잘 걸렸던 탓이다.

옛날 우리 시골 마을에는 감나무와 함께 대추나무를 마을의 대표나무로 널리 심었다. 대추는 식량으로 먹을 수 있고 약으로도 쓸 수 있어서다. 대추는 늦봄에서 초가을에 걸치는 짧은 계절 사이에 풋풋한 초록 열매로 출발하여 빨갛게 익는 장년을 거쳐, 가을이 깊어 가면서 온통 주름투성이로 생을 마감한다. 그 모습이 마치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여 보기만 해도 약이 될 것 같다.

대추는 재배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과일 중 하나다. 중국의 《시경》 〈국풍〉 편에 〈개풍(凱風)〉이란 시가 있는데, “따스한 남풍이/대추나무 새싹에 불어/파릇파릇하니/어머님의 노고가 생각나네······”라는 내용이다. 이를 미루어 보아 적어도 2~3천 년 전부터 재배한 과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들어온 것 같으나 아직 문헌이나 실물이 발굴된 예는 없다. 기록으로 처음 만나는 대추는 고려 문종 33년(1079)에 송나라에서 보내온 1백 가지의 의약품 중에 ‘산조인(酸棗仁)’이라 하여 오늘날의 묏대추가 들어 있다. 재배기록은 이보다 1백여 년 뒤인 고려 명종 18년(1188)에 “대추나무 등의 과일나무 심기를 독려했다”라는 《고려사》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대추는 ‘대조(大棗)’란 한자 이름에서 왔다. 적자색으로 익으면 그냥 먹어도 당도가 높아 과일로서 제몫을 충분히 한다. 더불어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대추만큼 널리 쓰이는 것도 없다. 《동의보감》에 보면 말린 대추, 생대추, 대추씨, 대추나무 잎까지 모두 약재로 쓰인다. “말린 대추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지라에 영양을 주며 오장을 보한다. 의지를 강하게 하고 여러 가지 약을 조화시킨다. 생대추는 쪄서 먹으면 장과 위를 보하고 살이 오르게 하며 기를 돕는다. 생것을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오르고 설사를 한다”라고 했다.

대추씨는 3년 묵힌 것을 구워서 복통과 나쁜 기운을 다스리는 것 등에 썼다. 대추나무 잎은 가루를 내어 먹으면 살이 내리고, 즙을 내어 땀띠에 문지르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묏대추씨는 속이 답답하여 잠을 못잘 때, 배꼽 아래위가 아픈 것, 피 섞인 설사, 식은땀 등을 낫게 한다. 간의 기운을 보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고려사》 지(志)의 길례대사에서 제사의식을 기록한 것을 보면, “제사상 맨 앞 일렬에는 대추, 소금, 마른 고기, 흰떡을 놓는다”라고 했다. 조선조에 들어서도 종묘에 제사를 지낼 때는 대추가 빠지지 않았고, 과일을 놓는 순서도 조율이시(棗栗梨枾), 혹은 홍동백서(紅東白西)라 하여 항상 대추가 첫 번째였다.

대추나무 목재는 치밀하고 단단하여 방망이나 떡메 등 높은 강도가 요구되는 기구 어디에나 쓸 수 있다. 목재의 색깔은 붉은빛이 강하므로 요사스런 귀신을 쫓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벽조목(霹棗木)이라 하여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부적을 만들거나 도장을 새기면 불행을 막아주고 병마가 범접할 수 없는 상서로운 힘을 갖는다고 믿었다. 《임하필기(林下筆記)》각주1) 에 보면 점을 칠 때 쓰는 12개의 바둑돌 모양의 영기(靈棋)란 도구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다고 했다.

대추나무는 전국에 걸쳐 자라는데, 특히 충북 보은 지방은 예부터 품질 좋은 대추 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키가 10여 미터까지 자란다. 싹트기가 너무 늦어 때로는 6월이나 되어야 겨우 싹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여름날 열심히 노력하여 열매는 9월이면 벌써 익기 시작한다.

대추나무와 비슷한 종류로 야생에서 자라는 묏대추는 대추나무보다 키가 훨씬 작으며, 흔히 관목상태로 턱잎이 길이 3센티미터 정도의 날카로운 가시로 변해 있다. 열매도 대추보다 작고 짧은 타원형이나 원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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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집필자 소개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펼쳐보기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우리 나무의 세계 1 | 저자박상진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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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대추나무우리 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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