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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고욤나무

다른 표기 언어 Date Plum , 小枾 , マメガキ豆柿
요약 테이블
분류 감나무과
학명 Diospyros lotus

우리 속담에 “고욤 일흔이 감 하나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자질구레한 것이 아무리 많아도 큰 것 하나를 못 당한다는 뜻이다.

고욤은 감처럼 생겼으나 훨씬 작고, 가을이면 구슬 크기의 황갈색 열매가 나무 가득히 열린다. 하지만 너무 떫고 온통 씨투성이라 먹기가 거북하다. 서리를 맞히고 흑자색으로 완전히 익혀서 반죽처럼 으깨어 놓으면 떫은맛이 가시고 겨우 먹을 만하다. 그래도 배고픈 시절을 보낸 세대들은 오지그릇에다 고욤을 잔뜩 넣어 두었다가 숙성시킨 후 동지섣달 추운 밤에 숟가락으로 퍼 먹던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구황촬요(救荒撮要)》각주1) 에 보면 “고욤을 푹 쪄서 씨를 발라내고, 대추도 씨를 빼낸 다음 한데 넣고 찧어서 먹으면 식량을 대신할 수 있다”라고 했다.

고욤나무는 동아시아에서부터 중동을 거쳐 스페인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자란다. 우리나라는 고려 명종 때 흑조(黑棗)란 이름으로 처음 문헌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고려 때 중국을 통해 감나무가 들어올 때 같이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산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 지표조사각주2) 를 해본 결과 약 3천 년 전 지층에서 나온 목재가 고욤나무로 추정되므로 자생종일 가능성도 크다.

자생종인지 수입종인지는 앞으로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감나무는 고욤나무를 대리모로 고용하지 않으면 대를 이어갈 수 없다. 물론 감 씨를 심으면 감나무가 되기는 하지만, 어미보다 훨씬 못한 땡감이 달릴 따름이다. 이런 현상은 사과와 배, 복숭아 등 대부분의 과일이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욤나무를 밑나무로 하고 감나무 가지를 잘라다 접붙이기로 대를 잇는다. 자신은 어두운 땅속을 헤매면서 고생스럽게 양분을 모아 남의 자식을 열심히 키워주는 고욤나무는 마음씨 착한 감나무의 새엄마로 평생을 보낸다.

고욤나무는 중부 이남의 햇빛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나 마을의 뒷산에서 만날 수 있으며, 키 10여 미터, 지름이 한 아름에 이른다. 충북 보은군 회인면 용곡3리에는 나이 300년, 키 18미터, 지름이 두 아름이나 되는 고욤나무가 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욤나무다. 고욤나무 줄기는 나이를 먹으면 감나무나 말채나무와 마찬가지로 흑갈색에 거북이 등처럼 깊게 갈라지는 독특한 모양이라 금방 찾아낼 수 있다.

손바닥만 한 잎은 감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더 부드러운 질감을 준다. 초여름 한창 녹음이 짙어갈 즈음에 연노랑 꽃이 핀다. 낮은 항아리 모양의 작은 꽃은 끝이 네 개로 갈라져 뒤로 젖혀진다. 암수가 다른 나무이며, 감나무나 수 고욤나무가 근처에 없으면 열매를 잘 맺지 못한다고 한다. 한자로는 감보다 작다 하여 우리는 소시(小枾)라고 하고, 일본인들은 콩감(豆枾)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 우내시(牛奶枾)가 있는데, ‘소젖꼭지 감’이란 뜻으로 굵기나 모양은 물론 분홍빛 젖꼭지까지 마치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면서 흑갈색으로 변해가는 소의 모습과 고욤열매의 일생은 그대로 닮아 있다. 《동의보감》에는 “감과 같이 약으로 쓰인다”라고 하였으며, “고욤의 꼭지는 특별히 딸꾹질을 멎게 한다”라고 했다.

옛날 일본에서는 고욤이 약간 덜 익었을 때 따다가 고욤 즙을 내어, 방수·방부제로서 종이우산에 바르거나 칠기의 애벌칠 등에 널리 이용했다고 한다. 고욤나무 목재는 감나무와 마찬가지로 고급 가구재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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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집필자 소개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펼쳐보기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우리 나무의 세계 1 | 저자박상진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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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고욤나무우리 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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