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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유럽에 들어간 차는 중국의 가장 일반적인 차인 녹차였다. 초창기에 수입된 녹차는 품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상태에서 도착했다. 세련된 입맛의 왕족과 귀족을 포함한 최상류층의 관심을 끌어야 했고 물량도 적어 고가였기 때문에 도자기에 넣어 밀봉하는 등 보관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물량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품질에 문제가, 더 정확히는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된 녹차가 유럽에 도착하는 데는 중국 내륙에서 항구로 이동하는 시간, 배로 유럽에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18개월에서 24개월 정도 걸렸다. 요즘과 같은 포장 수준도 아닌 열악한 상태에서 보관되어 18개월 이상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유럽인이 마신 녹차가 어떤 수준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녹차 수입 물량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홍차도 같이 들어왔다.(정산소종과 랍상소우총 참조) 제조 과정에서 이미 산화가 된 홍차는 산화 안 된 녹차보다 차의 성질상 좋은 품질 상태가 오래 유지되고, 따라서 맛도 상대적으로 더 좋았을 것이다. 여기에 런던의 물 특성이 홍차에 더 적합했다는 주장까지 더해졌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녹차보다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홍차 품질에는 비할 수 없는 그 당시의 홍차는 쓰고 떫었을 것이다. 마침 당시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설탕을 넣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유까지 넣어 홍차는 훨씬 더 부드럽고 맛있어졌으며, 더구나 설탕과 우유는 당분과 단백질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의 역할도 하게 된다.

이렇게 설탕과 우유를 넣었을 때는 녹차보다 홍차가 훨씬 더 영국인의 취향에 맞아 점점 더 홍차로 전환하게 되었다. 물론 그 당시 매우 비싼 차 가격으로 인해 가짜 차가 많이 제조되었고, 홍차보다 가짜 녹차를 만들기가 더 쉬워 소비자들이 홍차를 선택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