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플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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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플러시

다른 표기 언어 first flush 동의어 다르질링 홍차, 첫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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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마루, 깊은 계곡 등으로 인한 미세한 날씨 변화뿐만 아니라 다르질링을 찾아오는 뚜렷한 계절적 변화는 다원을 통해 최종적인 차의 맛과 향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계절별로 수확되는 차의 맛과 향의 독특함이 다르질링 홍차의 명성을 더욱더 높이고 있다.

추운 겨울은 11월 하순부터 3월 초까지 이어져 차나무에 동면 시간을 준다. 그러다가 봄비와 함께 2월 말에서 3월 초에 부드러운 싹이 고개를 내민다. 이것이 다르질링 퍼스트 플러시로 알려진 햇차다. 이 차는 가벼운 바디감으로 산뜻하면서도 약한 꽃향을 풍긴다. 조금 얼얼한 맛도 느껴지는데, 달콤함이 함께하는 얼얼함이 매우 귀족적인 뉘앙스를 준다. 마시고 난 뒤 입안에 오래 남는 기분 좋은 후미는 다르질링 퍼스트 플러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찻잎의 외형은 연푸른색, 연갈색, 진갈색이 조화되어 컬러의 배합이 절묘한 티베트 산 양탄자 같다. 이것은 강한 위조와 짧은 산화의 영향이며, 여기에 더하여 다양한 복제종이 재배되는 다르질링의 특성상 각 복제종의 특징들이 각각의 찻잎에 미친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강한 위조와 짧은 산화는 차로 우려낸 뒤의 잎에도 흔적을 남긴다. 퍼스트 플러시의 우린 잎은 홍차에서는 예외적으로 푸른 기가 많이 남아 있다. 전체적으로 연푸른색과 연갈색의 조합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녹차도 이른 봄 첫 번째로 채엽한 잎을 가지고 만든 것을 최고로 꼽듯 이른 봄 차가 좋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겨울 동안 차나무가 동면하면서 뿌리에 저장해놓았던 많은 영양분을 봄이 되면서 새 잎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로 새싹에 내보낸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차가운 봄 날씨는 찻잎들을 느리게 자라게 하는데, 이 동안 찻잎에 좀더 맛있는 성분 등을 다양하게 농축시킨다. 다르질링 퍼스트 플러시는 농축된 맛과 향을 가진 이른 봄의 찻잎과 강한 위조 및 짧은 산화의 합작품이며, 퍼스트 플러시의 이런 특징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홍차 애호가들의 관심을 다시 다르질링으로 끌어들였다.

지난 10여 년 동안 가장 빨리 생산된 퍼스트 플러시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마치 티 클리퍼 시대의 영국에서처럼 가장 먼저 그해의 퍼스트 플러시를 맛보길 원하는 것 같다. 특히 일본인들이 다르질링 퍼스트 플러시에 열광한다고 한다. 비록 가장 빠른 퍼스트 플러시가 귀하기는 하지만, 맛은 좀 약할 수도 있다. 따라서 퍼스트 플러시라도 가장 처음 수확한 것보다 1~2주 지난 것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필자는 가장 빠른 퍼스트 플러시에 대한 선호는 차의 초기 역사에서부터 남아 있는 일종의 과시욕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첫 차를 마셔봤다는 자기 만족감……. 물론 이것도 중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