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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얼그레이 홍차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홍차 종류가 몇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각주1) 얼그레이를 팔듯, 가향차이면서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아삼, 실론, 다르질링 같은 클래식 반열에 오른 홍차다. 베르가모트 향이 잘 조화된 약간 새큼한 맛이 홍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조차 부담 없이 다가가는 장점이 있다. 베이스가 되는 홍차의 다양함과 더해진 베르가모트의 성질 및 양에 따라 수많은 버전이 있어 더욱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전설이 있다.
영국의 유명한 차 회사 트와이닝이 이 블렌딩을 처음 만들었으며, 여기에 당시 수상이었던 얼그레이 2세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시기 영국 장군으로 큰 공을 세운 얼그레이 1세는 영국 왕 조지 3세로부터 백작 작위를 받았고[얼(earl)은 백작 작위를 뜻한다] 그 아들 얼그레이 2세는 나중에 영국 수상을 역임했다. 수상 재임 때 중국 관리가 그에게 가향차를 선물했는데, 이 차를 마음에 들어한 수상이 차가 떨어져가자 트와이닝 사에 똑같은 것을 생산하도록 요청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전설의 맹점은 베르가모트가 이탈리아 산이며, 중국은 베르가모트 향으로 가향된 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마케팅용으로 꾸며낸 전설일 가능성이 높다.
베르가모트는 이탈리아 토착의 밀감류 과일로, 모양은 서양의 배와 비슷하다. 이 과일의 상업적 가치는 추출 오일을 함유하고 있는 껍질이다. 허브에 주로 쓰이는 비밤(bee bam)이라는 식물과 혼동하기 쉬운데, 이와는 다른 것이다.
거의 모든 차 회사는 얼그레이 제품을 갖추고 있고 또 각자의 블렌딩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베이스가 되는 홍차에 따라서, 즉 단일 지역 홍차냐 혹은 블렌딩이냐, 단일 지역이라면 어느 국가와 지역의 것이냐, 블렌딩이면 어떤 찻잎으로 블렌딩했느냐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다르다. 베르가모트 오일도 천연인가 합성인가, 사용한 양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그야말로 다양한 수준의 베르가모트 맛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프로파일(profile)의 얼그레이도 등장하고 있다. 랍상소우총을 넣은 스모키 얼그레이, 라벤다와 콘 플라워를 넣은 얼그레이, 베이스가 되는 차가 홍차 이외의 녹차뿐 아니라 우롱차, 심지어 디카페인 얼그레이까지 있다.
특히 얼그레이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종류의 얼그레이 차를 판매하는 회사는 프랑스의 마리아주 프레르(Mariage Frères)로, 약 15종의 얼그레이를 갖고 있다.
윈난 차를 베이스로 한 것[로이 얼그레이(Roi des Earl Grey)], 일본의 센 차 베이스[얼그레이 센차(Earl Grey Sencha)], 보이차를 베이스로 한 것[얼그레이 보이차(Earl Grey Pu’er)], 그리고 특히 다르질링 퍼스트 플러시를 베이스로 한 얼그레이 임페리얼(Earl Grey Imperial)은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얼그레이 차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마음껏 확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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