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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홍차 수업

보이차 가공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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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일단 초벌 차 혹은 모차라고 불리는 원료 차를 만들기 위한 1차 과정과 이를 보이차로 만드는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모차 가공

채엽–살청–유념-건조의 네 단계로 나누는데, 녹차의 제다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즉 반드시 윈난 대엽종 차나무에서 채엽해야 하며, 녹차와 달리 살청하기 전에 일정 시간 통풍이 잘되는 곳에 차를 얇게 펴서 널어놓는 과정이 있다. 홍차의 위조보다는 짧은 시간을 들이지만, 아마도 이 과정을 통해 찻잎의 화학 성분의 변화가 일어나 맛과 향이 좋아지는 듯하다.

널어놓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찻잎을 뜨거운 솥에서 덖어 살청한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쓰지만 기본적으로 산화효소를 불활성화시켜 더 이상의 산화를 막고 유념하기에 편하게 한다는 목적은 동일하다.

유념의 목적 또한 익히 알고 있듯 찻잎 속의 세포를 파괴해서 차의 맛을 내는 화학 성분이 잘 우러나게 하는 것과 찻잎의 부피를 줄이는 목적이 있다.

유념 후 찻잎을 말린다. 보이차의 정의에서 보듯이 반드시 햇볕에서 말려야 한다. 윈난 지역은 햇볕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하루 정도면 말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흐린 날씨 등 부득이한 경우라면 홍배기라는 건조기에서 말리는데, 이 방법으로 건조한 모차를 가지고 만든 보이차는 오랜 기간 보관하기 어렵다.

이 건조 과정까지 완료된 차는 아직 보이차가 아니고 보이차를 위한 원료 차로 초벌 차, 즉 모차라고 부른다. 이 모차로 생차와 숙차를 만드는 것이다.

생차 가공

햇볕에서 말린 쇄청차는 부피가 매우 크며 부서지기 쉽다. 357그램의 차를 아래에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 양동이 같은 곳에 넣고 뜨거운 증기를 쐬면 차가 습기를 머금어 나긋나긋해지면서 부피가 확 줄어든다. 이 차를 하얀 자루에 넣어 뭉친 다음 평평하게 모양을 갖춰 압차석이라는 무거운 돌을 올려놓고 위에서 사람이 올라가 밟는다. 균형을 잡아 잘 밟아야만 예쁜 비행접시 같은 형태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생긴 것을 병차(병차 외에도 직사각형으로 만든 전차, 오목한 그릇처럼 만든 타차, 정사각형으로 만든 방차, 버섯 모양으로 만든 긴차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라고 부른다. 뭉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똬리의 자리가 보이차 뒷면에 있는 홈 부분이 된다. 요즘은 사람이 밟는 대신 대형 공장 등에서 프레스로 누르곤 한다.

차가 식은 후 자루를 벗겨내고 통풍이 잘되는 시렁 같은 곳에서 말리거나 대형 공장에서는 건조실에 넣고 말린다.

이렇게 건조가 잘된 병차를 종이에 포장해서 일곱 편씩 죽순 껍질 등으로 묶으면 완성된다. 이 생차를 바로 음용할 수도 있고, 좋은 찻잎으로 잘 만들었다면 온도와 습도 등이 적당하고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보관해 시간이 흐름과 더불어 점점 더 훌륭한 보이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숙차 가공

갓 가공된 생차도 마실 수 있지만 숙성된 차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오랜 시간을 거쳐 숙성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또 개개인이 숙성을 잘 시킨다는 보장도 없다. 특히 보이차의 가장 큰 시장인 홍콩에서는 1850년경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할 때부터 숙성된 차를 선호했다. 이런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찻잎이 숙성시킨 효과를 내게끔 만드는 것이 인공 발효 숙차다.

오랜 연구 끝에 윈난 사람들이 이 발효법을 개발한 것은 1973년이다. 이 발효 기술은 중국이 여전히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중국 밖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도 않다. 다만 포도즙에 효모가 작용하여 와인이 되는 것처럼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찻잎에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략적인 방법을 보면 건조된 모차를 발효실의 바닥에 쌓아 평평하고 넓은 더미를 만드는데, 보통 10톤 정도의 규모나, 적어도 톤 단위를 넘어서는 많은 양이 필요하다. 여기에 찻잎 무게의 30~40퍼센트 되는 물을 뿌리고 커버를 덮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인공 발효 숙차 가공의 핵심 기술인 악퇴(渥堆)다. 악퇴의 악은 물을 뿌린다는 의미이고 퇴는 쌓아놓는다는 의미이니, 악퇴는 물을 뿌려 쌓아놓는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생물이 생기고 이 미생물이 찻잎의 화학 성분들을 급속히 변화시킨다. 미생물의 활동에 가장 중요한 것이 습도와 온도인데, 적정한 온도를 만들려면 찻잎의 양이 많아야 하고 또 이 온도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래서 적정량 이상의 찻잎이 필요하며 이를 커버로 덮는 것이다. 이 상태로 40~60일이 지나면 숙차가 된다.

보이차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제각기 주장과 견해가 있어 필자가 견해를 내놓기 매우 조심스럽기도 하고, 여전히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주장이 나오고 있으므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가능한 한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필자가 처음 보이차를 공부할 때 가장 궁금했던 생차와 숙차의 개념에 대해서만 간단히 정리했다.

그럼에도 숙성 과정에서 생차의 변화를 (후)발효라 하는 것이 맞는지 등 오랫동안 통용된 사실에 대해서도 새로운 주장이 끊임없이 나와 혼란스럽기도 하다.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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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 집필자 소개

경남 창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중앙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하여 16년 동안 마케팅부서에서 핫초코, 녹차,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P..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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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수업
홍차 수업 | 저자문기영 | cp명글항아리 도서 소개

생산부터 소비까지, 홍차에 대한 모든 것!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는 홍차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서다. 홍차의 종류, 홍차를 즐기는 나라, 홍차의 장..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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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산지(産地)를 찾아서 4장. 왜 생산지가 중요한가 5장. 아삼 6장. 다르질링 7장. 닐기리 8장. 스리랑카 9장. 오늘날의 중국 홍차 10장. 케냐와 인도네시아, 홍차 생산의 숨은 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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