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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오랫동안 배를 타야 했던 항해사나 탐험가, 그리고 군인들은 주로 저장식을 먹어야 했고, 이로 인한 비타민 부족으로 괴혈병에 걸려 죽기까지 했다. 16세기에 들어와서야 네덜란드와 영국의 항해사들이 비로소 신선한 과일과 레몬주스가 뱃사람들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임을 알았다. 그 후 1795년에 영국 해군은 함대에 반드시 레몬을 공급하도록 했다. 비타민 C의 공급이 공식화된 것이다.

비타민 C는 결합 조직인 콜라겐 생성에 필수적이며 신속하게 괴혈병을 치료해준다. 다른 병에 대한 저항력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노벨 화학상과 평화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 박사가 강력히 주장했지만 감기에 대한 약효는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비타민 C는 물 3밀리리터에 1그램이 녹을 정도로 물에 대한 용해도가 좋아, 과량 섭취해도 곧 소변으로 배출되며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로 인한 문제가 아직 분명하게 규명된 건 아니다. 흔히 비타민 C를 고온에서 오랫동안 요리하면 파괴된다고 하는데, 화학적으로 볼 때 파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로는 산화되기 때문이다. 오렌지주스를 종이팩에 넣은 채 냉장고에 3주만 두어도 비타민 C의 절반이 산화되며, 냉동 오렌지 농축액도 1년이 지나면 원래 비타민 C의 10퍼센트를 잃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비타민 C의 산화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타민 C의 산화물도 어느 정도는 비타민 C와 같은 생리 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타민 C의 10퍼센트를 잃어도 생리 활성은 약 3퍼센트밖에 잃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미국 과학아카데미가 권장하는 비타민 C의 1일 섭취량은 연령과 남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략 60밀리그램 정도이며, 이는 오렌지주스 반 잔 정도에 포함되어 있는 양이다. 따라서 채소를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충분한 양의 비타민 C를 섭취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천연 비타민 C와 합성 비타민 C는 똑같이 아스코르브산이므로 천연 제품이 더 좋다는 광고는 과학적으로 볼 때 근거가 약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진화된 동물인 인간과 가장 진화가 덜 된 무척추동물, 그리고 물고기는 체내에서 비타민 C를 만들지 못한다. 반면에 진화의 역사 가운데에 있는 양서류와 파충류는 체내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있다. 일찍부터 과일과 열매를 따먹으며 살아온 인간은 음식물로부터 얻는 비타민 C의 공급량이 충분하여 자체 합성 능력을 잃어버린지도 모른다. 감기에 걸려 기침하는 개구리를 본 기억이 없는 것도 역시 그런 까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