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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머리와 몸에 득시글대던 이를 잡으려고 허연 DDT 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DDT는 1939년 스위스 화학자 폴 뮐러가 만든 것으로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라는 긴 화학명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DDT라는 세 글자를 따 쉽게 부르고 있다. DDT가 이, 진드기, 모기 같은 해충의 신경 계통에 해를 주는 기적의 살충제임이 밝혀져 뮐러는 1948년 노벨 생리 · 의학상을 받았다.

DDT는 가루로 만들어져 조제하기 쉬울 뿐 아니라 값이 싸고 지속성도 매우 우수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1970년에는 20여 만 톤이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에 의하면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페스트 등의 전염병으로부터 DDT가 구한 인명이 2000만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농작물로부터 직접 인체에 축적되거나 우유나 고기, 그리고 그 가공식품에 함유되어 인체에 이행됨으로써 만성중독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1972년 미국 환경보호청은 DDT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의사의 처방이 있을 때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특효 살충제 농약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DDT가 살충제로 좋은 까닭은 지방에 잘 녹아 해충에 쉽게 흡수되며, 잘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즉 동물에게 흡수된 후 8년이 지나야 흡수된 양의 반 정도가 체내에서 분해되며, 자연계에서는 이 반감기가 15년이나 될 만큼 지속성이 길다. 결국 DDT의 맹독성과 인체에 대한 피해도 오랫동안 잔류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밖에도 DDT는 이로운 벌레와 해로운 벌레의 균형을 깨뜨렸다. 예컨대 과수원이나 목화밭에서 꿀벌을 찾아볼 수 없게 된 대신 천적인 해충이 만연하여 과수와 면화에 큰 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했다. 더욱이 DDT에 살아남은 해충들이 점점 강한 내성을 갖게 되어 효능이 약해진 탓이다.

따라서 근래에는 DDT 같은 지속성 농약이나 살충제를 생분해성 농약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그 외에도 천적의 활용, 해충을 죽이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이용, 수컷 해충의 불임화, 인공 호르몬 사용 등 진보된 방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환경친화적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그 가운데 세계적으로 연구가 한창인 성유인(性誘引) 물질 사용법도 일부 성공했다. 암컷이 수정기에 이르러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분비하는 성유인 물질을 통틀어 페로몬이라 부른다. 합성 페로몬으로 수컷을 유인해 잡는 것은 아주 좋은 환경친화적 해충 구제 방법이다. 미국 동부 농촌에 가보면 이 합성 페로몬을 넣은 깡통을 여기저기 매달아놓고 풍뎅이를 잡는다. 하지만 아직은 값싼 합성 페로몬의 생산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식물들이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살충성 화합물의 구조를 밝히고,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사용하는 방법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 모두가 인류와 자연을 보호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제 과학자의 개인적인 호기심과 지적 도전만을 위한 과학은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인류와 자연을 위한 과학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