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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환경을 위생적으로 바꿔 질병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점점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비누에도 살균 소독제가 들어가고, 락스 제품은 이제 거의 모든 가정에서 사용하는 살균 소독제인 동시에 훌륭한 표백제다. 우리는 예로부터 빨래를 햇볕에 말렸다. 눅눅한 이불을 햇볕에 말려 먼지를 깨끗이 털어낸 후 덮을 때의 신선함을 느껴본 사람은 누구나 우리 조상들의 지혜롭고 간단한 소독법에 감탄했을 것이다. 이불을 햇볕에 말리면 우리가 자면서 흘린 땀과 공기에서 흡수한 수분을 증발시키므로 촉감이 좋아진다. 더구나 태양의 빛은 살균력이 있기 때문에 소독 작용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빛의 살균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태양으로부터 따뜻한 열 외에 또 무엇을 받는지 알아야 한다. 태양은 열 외에도 우리에게 파장이 다른 여러 빛, 즉 적외선과 가시광선, 자외선을 쪼여준다. 또한 우주선도 쪼여준다. 지구 성층권 위에서 태양의 빛을 측정해보면 53퍼센트는 열 에너지원으로 지구를 따뜻하게 해주는 적외선이고, 나머지 37퍼센트는 가시광선이며, 자외선은 8퍼센트 정도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는 이 자외선이 생명체에는 매우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인류가 오존층 파괴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오존층이 없으면 자외선이 훨씬 많이 지상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자외선은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검게 만들며, 피부암을 일으키지만 한편으로는 살균 작용도 한다. 자외선이 어떻게 살균 작용을 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세균은 동물과 달리 세포수가 매우 적고, 박테리아는 대부분 세포 한 개로 이루어진 생물이다. 그런데 이 세포 속에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과 효소의 합성 및 유전정보 전달을 통해 후손 유지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DNA(디옥시리보핵산)와 RNA(리보핵산)가 들어 있다. 특히 DNA는 유전 정보의 보고다. 따라서 이 DNA 분자에 이상이 생기면 그 생물은 생명 유지는 물론 후손 번식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불을 햇볕에 말리면 이불에 붙어 있던 세균 세포 속의 DNA에 커다란 화학 변화가 일어난다. 정상적인 DNA는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이라는 네 가지 염기가 수소결합을 이루면서, 리보오스라는 당 성분과 결합하여 인산 에스테르 꼴로 길게 이어진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네 가지 염기의 결합 순서가 바로 DNA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 합성을 위한 열쇠이며, 자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유전정보이다. 어떤 요인으로 이 순서나 염기의 구조가 달라지면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유전정보를 잃어버리게 된다. 다시 말해 그 세포나 생명체가 죽거나 돌연변이 되는 것이다. 마치 잘 돌아가던 컴퓨터 프로그램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컴퓨터가 멈춰버리는 경우와 같다. 이때 컴퓨터 바이러스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자외선이다.

DNA가 자외선을 흡수하면 네 개의 염기 중 티민이 다른 사슬에 있는 티민과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DNA 구조에 변화가 생긴다. 그 결과 본래 있던 DNA 유전정보 프로그램은 깨지게 된다. 결국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나 세포수가 적은 세균에 이와 같은 티민의 2합체가 형성되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생명을 잃게 된다. 이처럼 어떤 화합물이 빛을 흡수하여 일으키는 화학 반응을 광화학 반응이라고 한다. 즉 태양광선 중 자외선이 DNA에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세균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다. 다행히 고등동물들은 일부 손상된 DNA를 다시 고치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나친 노출은 피부암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쨌든 빛의 여러 화학 반응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도 ‘태양과학’이라는 말을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상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