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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는 3500년 전 건물을 지을 때 역청을 사용했다. 바벨탑 건축에도 같은 접착제를 사용했는지 모를 일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가구를 만들 때 아라비아 껌, 계란 흰자와 동물성 아교를 사용했다. 또 밀가루 반죽으로 파피루스를 만들기도 했다. 중세엔 이런 접착 기술을 잃어버렸으나, 16세기 들어 가구에 다시 동물성 아교를 접착제로 사용하게 됐다.

그후 20세기까지 접착제의 기술 발전은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배나 비행기 제조에 사용하는 합판을 만들 때 카세인과 혈액 알부민이 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접착제의 사용량과 종류가 급증했다. 구두를 꿰매고 못질해 만들던 시절이 지나 지금은 90%를 접착제에 의존한다.

끈적거리는 물질이라고 모두 접착제로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씹는 껌이 접착제로 신통치 못한 것은 누구나 잘 안다. 접착제로 쓰이려면 자기들끼리보다 접착시키려는 표면에 더 강하게 들러붙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응집력보다 접착력이 커야 한다. 흔히 쓰이는 에폭시 접착제는 에폭시 수지와 경화제가 각각 다른 튜브에 들어 있어 사용할 때 이 둘을 섞어야 하는데, 금속과 나무, 콘크리트, 유리, 세라믹스, 플라스틱 등 여러 가지에 좋은 접착제다. 그러나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폴리초산비닐 접착제는 우유같이 유화된 액체여서 대개 짜낼 수 있는 플라스틱 튜브나 병에 담아 시판하고 있으며, 종이나 마분지 같은 다공성 표면에서는 응고 시간이 짧지만 연마한 나무 표면이나 세라믹처럼 매끈한 표면에서는 응고 시간이 길다. 그러나 이 접착제는 가열하면 물러진다. 이밖에 고무류의 접착제도 자주 눈에 띈다. 요소-포름 알데히드 접착제는 합판 제조에 사용하며, 페놀-포름 알데히드 접착제는 선박 및 세간 제조와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제조에 쓰인다.

뭐니 뭐니 해도 지하철이나 버스 안의 잡상인들이 많이 파는 순간 강력 접착제가 으뜸이다. 도대체 그 투명하고 맑은 물 같은 액체가 접착제라니, 어떻게 해서 순간적으로 경화될 뿐 아니라 그렇게 아무것이나 강력하게 접착시킬까? 사실 용기 속 액체 자체는 접착력이 없는 화합물에 불과하나 그 액체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공기 중 수분과 반응을 하여 접착력이 큰 고분자를 만드는 화학 반응을 한다. 짧게는 10초, 길어야 2분 안에 접착이 끝난다. 이는 주로 2-시아노아크릴산 메틸이라는 화합물이며, 2-시아노아크릴산 에틸이나 부틸을 사용하기도 한다. 접착제 두께가 0.5mm 이하일 때 접착력이 매우 강하며 어디든지 잘 붙지만 접착 부분이 깨지기 쉽고, 열과 수분에 강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사실 용기 속 액체 자체는 접착력이 없는 화합물에 불과하나 그 액체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공기 중 수분과 반응을 하여 접착력이 큰 고분자를 만드는 화학 반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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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액체는 증발하면 독성 기체가 되고 경화가 너무 빨라 위험한 점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 화합물은 공기 중 2ppm 이하만 허락된다. 또한 이 접착제는 피부에 강하게 들러붙어 없애기 어려운데, 미국에서는 이 접착제를 갖고 놀던 어린 소녀의 눈에 접착제가 뿜어들어가 눈이 붙어버리는 사고가 났을 정도이다.

알게 모르게 접착제가 인류에 가져다준 편리함이란 참으로 놀랄 만하다. 더구나 모든 접착제가 고분자 재료임을 생각하면 고분자 재료가 얼마나 고마운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