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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오랫동안 하나의 통일 국가가 아니라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었다. 15세기경 북쪽 밀라노 지역은 스포르차 공작이 지배하고 있었고, 베네치아는 공화국 체제였으며, 중부 도시인 피렌체는 겉은 공화국이었지만 실제로는 상인 출신의 거부 메디치 가문이 이끌고 있었다. 로마는 교황령에 속했고, 남쪽의 나폴리 왕국은 스페인 왕가의 지배를 받았다. 각 도시가 자치권을 가지고 있어 지역이 골고루 발전하는 이점은 있었으나 강대국의 침략에는 속수무책이 되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었다.

루카스 크라나흐 〈카를 5세〉

패널에 유채 / 51×36cm / 1533년 제작 /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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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의 강대국으로 떠오른 프랑스는 현재의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스페인까지 통치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신성로마제국과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힘을 확장하기 위해 수시로 이탈리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1526년 교황 클레멘스 7세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카를 5세(Karl V, 1519~1556 재위)를 견제하기 위해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피렌체 · 베네치아 · 밀라노 등과 합세해 신성로마제국과 전쟁을 불사했지만, 이는 결국 1527년의 로마 약탈이라는 엄청난 사태로 이어졌다. 스페인과 독일, 오스트리아 지역 군인들로 구성된 신성로마제국의 병사들은 로마를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황제는 급히 산탄젤로로 몸을 숨기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한편 1517년 레오 10세 시절, 로마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비롯해 그간의 갖가지 부정과 부패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루터의 종교개혁은 기독교 사회를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의 양 진영으로 분리시켰다. 면죄부 판매 사건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톨릭교회의 타락상은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치닫고 있었다. 이미 교황은 영적 세계를 이끌어가는 신앙의 전도사라기보다는 세속적 부와 명예, 권력을 추구하는 군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 〈클레멘스 7세〉

캔버스에 유채 / 145×100cm / 카폰디몬테 국립미술관, 나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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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스 7세가 〈최후의 심판〉을 주문한 것은 결국 가톨릭교회가 스스로를 정화하려는 의지 차원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성스러운 로마를 약탈하고 황폐화한 카를 5세와 그 용병들이 앞으로 치러야 할 고통의 순간들을 경고하고, 진정한 종교인 가톨릭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종교개혁 추종자들의 죗값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반종교개혁’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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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집필자 소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림수다>,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산책> 등 미술관련 서적을 20여 권 저술하여 대중이 미술에 쉽게 접..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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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바티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 저자김영숙 | cp명휴머니스트 도서 소개

바티칸 시국에는 피나코테카를 비롯해 키아라몬티와 브라치오누오보 미술관, 에트루리아와 이집트 미술관 등 총 24개의 미술관과 기념관이 있다. 바티칸 미술관에서 놓치지 말..펼쳐보기

전체목차
피나코테카 니콜로와 지오반니 〈최후의 심판〉 시모네 마르티니 〈축복을 내리시는 구세주 예수〉 조토와 제자들 〈스테파네시 삼면화〉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 〈성 니콜라오의 탄생〉 외 프라 안젤리코 〈성 니콜라오 이야기〉 외 프라 필리포 리피 〈성모의 대관식〉 멜로초 다 포를리 〈바르톨로메오 플라티나를 바티칸 도서관장으로 임명하는 식스토 4세〉 멜로초 다 포를리 〈프레스코화들〉 루카스 크라나흐 〈피에타〉 카를로 크리벨리 〈피에타〉 외 페루지노 〈성인들과 함께하는 성모자〉 라파엘로 산치오 〈성모의 대관〉 라파엘로 산치오 〈폴리뇨의 성모〉 라파엘로 산치오 〈변용〉 조반니 벨리니 〈죽은 예수를 애도함〉 레오나르도 다빈치 〈성 예로니모〉 티치아노 베첼리오 〈성인들과 함께하는 성모자〉 파올로 베로네세 〈성녀 헬레나〉 페데리코 피오리 바로치 〈이집트로의 피난 중 휴식〉 카라바조 〈매장〉 니콜라 푸생 〈성 에라스모의 순교〉 발랑탱 데 볼로뉴 〈성 프로체소와 성 마르티니아노의 순교〉 귀도 레니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 게르치노 〈의심하는 토마스〉 외 도메니키노 〈성 예로니모의 마지막 영성체〉 외 오라치오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들고 있는 유디트와 하녀〉 다니엘 제거스와 헨드리크 판 발렌 〈성 이냐시오와 화관〉 주세페 마리아 크레스피 〈교황 베네딕토 14세〉 외 페터 벤첼 〈사자와 호랑이의 싸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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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반종교개혁바티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김영숙,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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