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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6 1
2가지 트렌

3D 푸드 프린팅

다른 표기 언어 3D food printing 동의어 21세기 인류의 불?

불의 발견은 인간의 식생활을 크게 변화시켰다. 음식 재료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식생활을 다시 한 번 크게 뒤흔들 수 있을 만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바로 3D 푸드 프린팅 기술이다.

최근 산업 트렌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3D 프린팅이다. 3D 프린팅의 기본 원리는 3차원으로 만든 설계도와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의 원재료를 조형하여 실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는데, 지금까지는 그 대상이 시제품, 의료 및 건축용 제품들에 한정되어 있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프린팅 기술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자, 그다음으로 이 기술을 '먹는 음식'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하는 새로운 질문이 나왔다. 몇 가지 재료를 3차원 형태로 조합하여 특정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프로세스가 3D 프린팅 기술의 핵심이라면, 그 재료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올 뿐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과연, 다른 물건과 같이 프린팅될 수 있는 것일까?

음식을 프린팅하고자 했던 시도들

사실, 음식과 인쇄를 합한 푸드 프린팅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가장 기초적인 푸드 프린팅은 2차원 평면에 식용색소를 이용해 이미지를 프린트하는 것이다. 기념일에 주문 제작하는 '포토 케이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2차원에서 좀 더 발전한 형태로는 일정한 두께와 원하는 모양대로 음식 이미지를 프린트해 2.5차원의 푸드 프린팅을 한 것이다. 완전 평면 형태의 2차원보다는 두께감이 있긴 했지만, 이를 입체적이라고 표현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2011년에 이르러, 영국의 엑스터 대학(Exeter Universtiy) 연구진들은 초콜릿을 재료로 하는 3D 프린터를 개발했다. 컴퓨터에서 디자인된 3차원 설계에 따라, 초콜릿을 녹이고 짜내서 얇은 층을 쌓아가는 방식이었다. 3D 프린팅을 음식에 적용한 초기의 성공적 사례였지만, 원료로 초콜릿만 쓸 수 있고, 프린팅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을 바탕으로, 이후 세계 곳곳의 연구기관과 IT기업, 식품기업들이 협력하여 다양한 종류의 3D 푸드 프린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3D 푸드 프린터 개발 과정

ⓒ TNO, 푸드젯(Foodjet), 엑스터 대학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반 3D 프린터와 마찬가지로 3D 푸드 프린팅에도 여러 가지 기술이 활용된다. 가장 흔히 쓰이는 기술은 '압출적층조형(Fused Deposition Modeling, FDM)' 방식이다. 압출기가 노즐을 통해 원료를 밀어 얇게 짜면서 이를 층층이 쌓아올리는 것을 말한다. 원료가 나오는 노즐과 원료가 쌓이는 플랫폼이 함께 움직이면서 3차원의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일반 3D 프린터는 ABS나 PLA와 같은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원료로 사용하지만 3D 푸드 프린터는 초콜릿, 크림, 반죽 등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선택적레이저소결조형(Selective Laser Sintering, SLS)'이라는 방식도 있다. 이는 원료가 되는 고운 가루를 얇게 뿌린 다음, 형상을 만들 지점을 레이저로 소결시키는 방식이다. 즉, 레이저가 닿는 부분에 열이 가해져 가루가 점차 구워지면서 결합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파우더베드프린팅(Powder Bed and inkjet head 3D Printing, PBP)'은 원료가 되는 고운 가루를 얇게 뿌린 후, 바인더라고 불리는 접착제와 컬러잉크를 설계대로 뿌려서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광경화성물질적층조형(Stereolithography Apparatus, SLA)' 방식은 액체 원료에 레이저를 분사해 만들고자 하는 형상대로 고체화시키면서 3차원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FDM 방식은 보다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지만, 프린트하는 데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PBP와 SLS 방식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음식을 완성할 수 있지만, 표면이 거칠고 탄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는 원료에 따라 설탕처럼 가루로 만드는 음식에는 PBP나 SLS 방식을 사용하고, 퓨레나 페이스트, 반죽 등의 물질이 재료일 때는 FDM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3D 푸드 프린팅 기술의 현주소

2012년,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는 3D 푸드 프린터의 개발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3D 푸드 프린팅 프로젝트인 '스파이스 바이트(Spice bites)'를 진행했다. 이는 밀가루, 설탕, 지방으로 이루어진 파우더에 각각 카레, 계피, 파프리카, 생강을 첨가해 정육면체, 정사면체, 원기둥, 오각기둥 모양의 과자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SLS 방식이 사용됐다. 레이저가 파우더에 열을 가하면 파우더 속의 설탕과 지방이 녹아 층층이 결합하는 방식이므로 조형이 끝나면 굽는 과정 없이 겉의 가루만 털어내고 먹을 수 있었다.

TNO는 최근 밀라노 엑스포에서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회사인 바릴라(Barilla)와 함께 3D 파스타 프린터를 선보였다. 시제품으로 전시된 이 프린터는 FDM 방식으로 2분에 파스타 4개를 프린트했다. 특히, 다른 첨가제 없이 듀럼 세몰리나 밀가루(Durum wheat semolina)와 물만으로 일반 파스타와 똑같은 3차원 모양을 표현해냈다.

TNO의 스파이스 바이트

ⓒ TNO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TNO의 파스타

ⓒ TNO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편, 3D 프린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3D 시스템즈(3D Systems)는 설탕을 정교한 모양의 사탕으로 만들어내는 프린터, 셰프젯(Chefjet)을 개발했다. 사진에 보이듯이 어떤 모양이라도 설계된 대로 프린트하는 것이 가능하며, 고급형의 경우 색상도 다양하게 입힐 수 있다. 2014년과 2015년 세계가전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 전시됐는데, 이르면 2015년 하반기에는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일반형이 1,000달러(한화 약 120만 원), 고급형은 5,000달러 선이다. 이 밖에도 3D 시스템즈는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인 허쉬와 협력해 초콜릿 3D 프린터인 코코젯(Cocojet)도 개발했는데, 이는 FDM 방식이며 다크, 화이트, 밀크 초콜릿 중 원하는 맛을 선택할 수 있다.

3D 시스템즈의 셰프젯과 코코젯으로 만든 사탕

ⓒ 3D 시스템즈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3D 시스템즈의 셰프젯과 코코젯으로 만든 초콜릿

ⓒ 3D 시스템즈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페인에서도 3D 푸드 프린터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계는 내추럴 머신(Natural Machine) 사의 '푸디니(Foodini)'다. 이는 반죽이나 페이스트를 넣어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와 빵을 만들 수 있는 3D 푸드 프린터로, 보통의 3D 푸드 프린터들은 음식의 재료가 프린터 안에 장착되는 반면, 푸디니는 음식의 재료를 프린터 안의 캡슐에 채워 넣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원하는 재료나 영양을 고려해 자유롭게 반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사용자가 반죽을 직접 만들고 프린트된 재료를 다시 조리해야 하는 단점도 존재한다. 즉, 요리 과정에서 손으로 빚기 어려운 모양을 대신 만들 순 있지만, 그 자체로 크게 일거리가 줄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푸디니는 2015년 하반기 제작을 시작해 2016년 1분기에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약 1,500달러(한화 약 180만 원)이다.

내추럴 머신 사의 푸디니로 만든 과자

ⓒ 내추럴 머신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내추럴 머신 사의 푸디니로 만든 빵

ⓒ 내추럴 머신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3D 푸드 프린팅의 다양한 활용법

이처럼 3D 푸드 프린터는 약 5년 사이에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3D 푸드 프린터가 좀 더 발전된다면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단순히 신기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놀라움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효성을 가진 기계로서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걸까?

3D 푸드 프린터가 정교화될 때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장점은, 음식을 보다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3차원 형태의 구상 및 설계를 바탕으로 이전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음식의 구성, 구조, 질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3D 푸드 프린터를 이용한 자유로운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 디자이너 끌로에 루저벨트(Chloe Rutzerveld)의 '먹을 수 있는 성장, 이더블 그로쓰(Edible Growth)' 프로젝트다. 루저벨트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포자와 효모, 씨앗의 혼합물을 담은 구멍 뚫린 동그란 형태의 과자를 개발했다. 약 5일 정도가 지나면, 이 과자 안에서 씨앗이 새싹을 틔우고, 이후 버섯이 자라나기 때문에 고객은 새로운 풍미와 영양을 즐기며 과자를 먹을 수 있게 된다. TNO와 아인트호벤 공대가 협업해 이 콘셉트를 개발했는데, 실제 프린트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혼합물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끌로에 루저벨트의 이더블 그로쓰 구상

ⓒ 끌로에 루저벨트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3D 푸드 프린팅은 개인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외적인 부분뿐 아니라 내용물과 영양소, 맛이 완전히 다른 개별적인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령 특정 영양소나 물질에 취약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3D 푸드 프린팅을 통해 이를 정교하게 제거해내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음식을 먹고 싶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몇몇 재료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지 못했던 사람 역시 해당 재료만 말끔히 제거해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현재 TNO는 신선 식품을 공급하는 네덜란드의 후스케스(Huuskes)와 3D 프린터로 환자의 특성에 맞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TNO는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 어려운 노인과 환자를 위해 개별적인 영양식을 개발하는 퍼포먼스(Performance) 프로젝트에도 참가하고 있다. TNO에서 3D 푸드 프린팅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 키엘드 반 보멜(Kjeld van Bommel)은 씹거나 삼키는 데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3D 푸드 프린팅이 대안적인 음식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씹거나 삼키는 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대개 퓨레 형식의 음식을 섭취하는데, 죽 같은 모양은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기 같은 성분을 씹기 수월한 형태를 가진 닭다리 모양으로 프린트하거나, 당근 퓨레를 당근 모양으로 만든다면, 음식을 훨씬 친숙하게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모양뿐만 아니라 칼로리, 단백질, 비타민 오메가 3 등의 영양소를 얼마나 넣을지 정하는 것은 물론, 음식의 농도 역시 조절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3D 푸드 프린터는 '재료'로는 훌륭하지만 '음식'이 되기 어려운 것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류(Algae)나 곤충의 경우 있는 그대로 조리해 먹기엔 아직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재료들을 먹기 좋은 형태로 프린팅해낼 수 있다면 이들 역시 훌륭한 대안적 영양 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3D 푸드 프린팅 기술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들이 완벽하게 같은 질과 맛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조리법이 동일하다고 해도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요리했는가에 따라 음식의 질과 맛은 천차만별이 된다. 하지만 3D 푸드 프린팅 기술을 통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라도 정확한 조리법, 즉 동일한 설계를 바탕으로 같은 수준의 질과 맛을 가진 음식을 만들어 여러 사람이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D 푸드 프린팅을 둘러싼 우려와 기대

먹는 것을 기계로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손에 들고 사용하는 물건과 달리, 몸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이 프린트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수많은 재료와 음식들이 대량공정을 거쳐 기계에 의해 제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긴 하지만, 3D 푸드 프린팅 기술은 오히려 다양한 음식에 대해 개별적 차원의 접근성을 높여 재료와 음식에 대한 투명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마트와 시장에서 반조리된 음식을 구입해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처럼, 조만간 프로그래밍된 조리법을 프린터에 다운로드받고, 재료를 투입해 요리로 프린트하는 기계를 가정마다 구비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3D 프린터로 음식의 맛을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특성을 이용해 파리의 유명 음식을 한국에서 똑같이 누릴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한식이 가지고 있는 '손맛'과 '정성'까지 3D 프린트하기는 어렵겠지만, 한국 유명 식당의 소스를 그대로 재현한 불고기를 암스테르담의 어느 식당에서 그대로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일상이 된다면, 우리는 불이 발견되었던 그 옛날과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다시 한 번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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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아 집필자 소개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출처

2016 12가지 트렌드
2016 12가지 트렌드 | 저자KOTRA | cp명알키 도서 소개

전 세계 85개국에 흩어진 KOTRA의 주재원들이 2015년 한 해 지구촌 곳곳에서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생생한 정보들을 12가지 트렌드로 분류하여 담은 책이다. 각..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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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3D 푸드 프린팅2016 12가지 트렌드, KOTRA, 알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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