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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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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모

다른 표기 언어 Venmo 동의어 '벤모해!'로 통하는 뉴요커들

누구나 한 번쯤은 직장 동료들과의 점심식사나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즐긴 후, 눈앞에 놓인 계산서에 어느 누구도 선뜻 손을 뻗지 않아 어색해진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카드 결제가 일반화되어 현금을 소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자리에서 여러 사람이 비용을 나누어 계산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벤모해!"라는 신조어가 주문처럼 등장했다. 벤모(Venmo)는 개인 간 모바일 결제(Peer to peer mobile payment)와 소셜네트워크의 기능이 통합된 모바일 앱인데,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식사 후 더치페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는 풍경은 매우 익숙하며, '지급해야 할 돈을 모바일 앱으로 송금하라'는 뜻을 담은 "벤모하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이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이 우리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 녹아들어 편리함을 제공해주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뜨거운 모바일 결제 시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계산대 앞에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결제하는 것은 결제 수단의 혁신을 추구하는 IT기업들의 꿈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타벅스에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커피를 사고, 상점의 점원이 QR코드 리더를 이용해 결제를 돕는 모습을 볼 때면 전자지갑 시대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시장조사기업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 따르면, 2014년 520억 달러 규모였던 미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향후 5년간 빠르게 성장해 2019년에는 1,420억 달러(한화 약 168조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단연 모바일 기기 보급의 증가가 있다. 2009년 19%에 불과하던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4년 66%로 눈부신 성장을 보였고, 소비자 행동과 상거래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들은 항상 소지하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해결하는 데 익숙해졌고, 기업들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의존도와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데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는 앱이나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결제하는 원거리 모바일 결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 웹사이트의 활용은 이제 소매업체들의 필수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될 정도다. 반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직접 결제의 경우 이제 막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애플, 구글과 같은 거대 IT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전자지갑 시장에 뛰어들면서 향후 5년간 가장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은 개인 간 금전 거래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벤모, 스퀘어캐시(Square Cash), 페이팔(PayPal), 구글 등이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시장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무궁무진한 영향력으로 인해 그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지갑의 시대가 오고 있다

개인 간 모바일 결제를 활용한다면, 개인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해 수표를 쓰거나 현금 지급기를 찾아 인출할 필요가 없어진다. 모바일 앱을 통해 계좌이체 방식으로 송금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수료가 적고 빠르고 간편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3년 기준 글로벌 개인 간 결제 송금액이 1조 달러(한화 약 1,200조 원)에 이르는데, 이 중 모바일 결제 규모는 미국을 기준으로 50억 달러(한화 약 5조 9,200억 원)에 불과해 성장의 여지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에서 개인 간 모바일 결제는 편리성에 힘입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2018년까지 그 규모가 860억 달러(한화 약 101조 7,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간 모바일 결제시장 성장 전망(단위 : 10억 달러)

자료원 :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BI Intelligenc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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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빠른 성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까지 전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비교적 적은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것이 소비자 행동과 상거래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소매업체의 모바일 결제 방식 제공 여부, 모바일 보안의 발전, 편리성, 로열티 프로그램 또는 리워드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모바일 결제 활용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은 소비자들이 폭넓은 모바일 상거래와 추가적인 모바일 결제 경험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함으로써 모바일 직접 결제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 결제의 확대가 언젠가 스마트폰이 지갑을 대체하는 순간을 불러올 것이고, 개인 간 모바일 결제가 이를 위한 촉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바일 결제는 소비자들에게 편리성과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 중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딜레마에 빠진 것도 사실이다. 소매업체는 소비자들이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지급 방식이나 리워드 제공 방식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소매업체가 모바일 결제 방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모바일 결제를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개인 간 결제를 위한 모바일 거래를 시작한다면 모바일 결제 방식을 제공하는 소매업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소매업체들에게는 개인 간 모바일 결제 활용의 증가가 소비자들이 모바일 상거래를 폭넓게 활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개인 간 모바일 결제의 활성화는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한 결제를 좀 더 편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나아가 매우 사적인 거래에도 모바일 결제를 활용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 간 결제 소셜네트워킹의 기능 = 벤모

미국의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선두주자는 모바일 앱 벤모다. 벤모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이 모바일 결제 플랫폼은 지인 간 소액 거래를 돕고 거래 내역을 온라인에 공유하게 한다. 대학생들은 이를 통해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식사한 후 더치페이를 할 때도 벤모를 많이 활용한다.

벤모 외에도 구글 월렛(Google Wallet), 페이팔, 스퀘어캐시 등 개인 간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모바일 앱은 다양하다. 모두 대동소이한 기능을 제공하는 가운데, 구글, 페이팔과 같은 탄탄한 브랜드를 제치고 벤모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게 된 데는 벤모가 지닌 소셜네트워킹 기능이 한몫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Nielsen)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앱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71%의 소비자들이 '여러 사람이 모여 비용을 계산할 때, 지급해야 할 금액을 나누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불편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앱의 용도에 대해 물었을 때 외식 시 사용한다는 응답 비율이 49%로 가장 많았으며, 이 외에도 선물(44%), 엔터테인먼트(43%)와 같은 사교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비중도 높았다.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앱 용도(단위 : %)

자료원 : 닐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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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결제 앱을 활용하면 몇 번의 스마트폰 터치만으로도 청구와 지급이 신속히 이루어지므로 직접 지인들에게 돈을 되갚으라고 청구하거나, 현금 지급기를 찾아다닐 때, 또는 잔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색함과 마음의 갈등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벤모는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처럼 사용자 간 친구를 맺고 사용자의 거래가 공개적으로 뉴스피드에 업데이트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친구에게 돈을 청구하거나 지급하는 것은 부수적인 서비스로 볼 수 있다. 벤모는 결제 과정에서 메시지 입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결제가 이루어지면 결제 금액을 제외한 내용이 뉴스피드에 업데이트된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 지출한 비용을 정산할 때, '잊지 못할 파리의 추억'과 같이 나누고 싶은 메시지를 입력하면 뉴스피드로 결제 내역을 접한 지인들이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개인 간 결제가 단순한 금전 거래를 넘어서 비용을 지급했던 이벤트에 초점을 맞추는 소셜네트워킹의 목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비용 청구와 지급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감정이 사라진다. 이것이 소비자들이 벤모를 선택하는 이유다.

벤모의 뉴스피드 창

ⓒ 벤모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개인 간 모바일 결제의 초점은 경험 공유

한국에도 2014년 말 뱅크월렛카카오와 같이 벤모와 유사한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생겼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금융결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11월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가 시작하던 시점에 48만 4,000명이던 신규 회원수는 12월 10만 3,000명으로 줄었으며 2015년 1월 또다시 4만 8,000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거래 횟수도 2014년 11월 11만 8,000건에서 2015년 1월 7만 4,000건으로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급감했다.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등장해 한국의 결제 및 송금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뱅크월렛카카오의 시들한 인기는, 기존 인터넷 뱅킹 서비스와의 차별성 결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은행 송금 수수료가 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은행의 스마트 뱅킹 앱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따라서 단순한 무료 송금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송금 방식을 바꾸면서까지 새로운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앱을 사용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더치페이가 일반적이고 비교적 자연스러운 미국과 달리, 정情 문화가 강한 한국인들은 식탁 앞에서 돈을 계산해 주고받는 일을 불편해한다.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말한 친구에게 뒤늦게 청구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맥킨지(Mckinsey)의 2015년 디지털 뱅킹 침투율 조사에서 한국이 아시아 1위를 차지한 것만 보면, 소액 모바일 송금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말로 하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든 친구에게 돈을 청구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성공적인 벤모의 사례는 정체된 국내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시장에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이 발생한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돈 거래보다 경험 공유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소셜네트워킹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비용과 경험을 공유한 이벤트를 뉴스피드로 지인들과 나누는 일은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 간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든 소셜네트워크 시장의 영향력을 힘입는다면, 전자지갑 시대의 개막을 여는 단초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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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현 집필자 소개

KOTRA 뉴욕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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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가지 트렌드
2016 12가지 트렌드 | 저자KOTRA | cp명알키 도서 소개

전 세계 85개국에 흩어진 KOTRA의 주재원들이 2015년 한 해 지구촌 곳곳에서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생생한 정보들을 12가지 트렌드로 분류하여 담은 책이다. 각..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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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벤모2016 12가지 트렌드, KOTRA, 알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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