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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6 1
2가지 트렌

게으른 소비자, 더욱 스마트해지는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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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가명)는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생활하며 유명 IT기업에서 일하는 27세의 전형적인 싱글 도시남이다.

오전 7시, 그는 전날 인스타카트(Instacart)각주1) 로 배달받은 유기농 베이글과 사과주스로 아침을 먹고, 옷장을 살피던 중 빨랫감이 쌓였다는 걸 알아채고 워시오(Washio)각주2) 앱을 통해 세탁물 픽업을 예약한다. 출근 전 방안을 둘러본 그는 핸디(Handy)각주3) 앱으로 내일 오전 집 청소와 아직 박스 상태로 있는 이케아(IKEA) 침대 조립도 신청한다.

스미스는 우버(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를 통해 첼시마켓 옆에 위치한 사무실에 도착해 오전 업무를 시작한다. 어제 잠을 잘못 잤는지 온몸이 뻐근한 그는 언와인드(Unwind)각주4) 앱으로 마사지를 예약하고, 스푼로켓(Spoonrocket)각주5) 으로 주문한 샐러드 파스타로 점심을 해결한다. 식사 후 예약한 마사지를 받던 스미스는 문득,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여자 친구와의 1주년 기념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것을 깨닫는다. 그는 태스크래빗(TaskRabbit)각주6) 앱을 통해 오늘 세일이 끝나는 백화점에서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목걸이를 구입한 뒤, 십(Shyp)각주7) 앱에서 근사한 선물 포장과 배송을 예약한다. 블룸댓(BloomThat)각주8) 앱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장미꽃 배달을 신청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스미스는 스타일비(StyleBee)각주9) 앱에서 예약한 헤어케어를 받으면서 팬시핸즈(Fancy Hands)각주10) 의 문자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스케줄에 맞는 샌프란시스코행 항공편 예약을 부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스미스는 집과 사무실만 오가며 지갑 한 번 열지 않았음에도, 장보기, 집 청소, 식사, 빨래, 가구 조립, 선물 구입, 마사지, 미용, 항공편 예약 등을 모두 해결했고, 다정하고 로맨틱한 남자 친구가 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스마트폰 덕분이었다.

현실이 된 온디맨드 경제

물론 스미스와 그의 하루는 허구다. 그러나 그가 이용한 온디맨드 서비스는 모두 현실에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과연 오늘날 스미스의 모습을 18세기의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바라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노동의 분업화를 통한 효율성을 강조했던 자본주의의 아버지는 아마 온디맨드를 통한 개인 일상의 분업화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란 모바일 기술 및 IT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애덤 스미스와 헨리 포드(Henry Ford)가 주창한 노동 분업화가 제품의 대량 생산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도 자동차, 컴퓨터 등을 소유할 수 있게 했다면, 온디맨드 경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개인 운전기사, 비서, 집사까지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뿐 아니라, 시간 절약까지 도와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온디맨드 앱

ⓒ 워싱턴 무역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기반으로 하는 온디맨드 경제는 미국에서는 모든 것의 '우버화(Uberification)'라는 말로 일컬어진다. 물론 카 셰어링(Car Sharing) 같이 1가지의 물건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의 잉여 자원 공유를 통한 효율성 증대를 목적으로 한다는 면에서는 공유경제라고 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나의 자동차와 소파에서 허비되고 있는 누군가의 시간과 노동력을 결합해 돈을 벌 수 있고, 밀린 빨랫감과 돌고 있지 않은 세탁기를 연결함으로써 잉여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온디맨드 경제는 실리콘밸리의 막대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2013년 창업한 메디캐스트(Medicast) 사는 온디맨드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디캐스트는 스마트폰 앱 또는 PC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의료 서비스를 신청하면 환자의 위치와 교통 상황을 살펴본 뒤 성별, 언어 등의 선호도를 고려하여 환자에게 의사를 보내준다. 보험처리 등 진료비 계산도 앱을 통해 진행되며 원할 경우, 원격 진료(telemedicine)도 가능하다.

메디캐스트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 메디케스트 홈페이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미국에 새롭게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는 대리주차(Valet Parking) 서비스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대리주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 및 매장들이 많지만, 미국에는 일부 고급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리주차 서비스가 없다. 이제 온디맨드 스타트업인 바틀러(Vatler)와 지륵스(ZIRX)는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서 차를 픽업하여 원하는 가격대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준다. 또한 앱을 통해 차를 되돌려받을 시간 및 장소도 예약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온디맨드 경제가 단순히 서비스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숙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와 비슷하지만 조용한 휴식 장소나 회의 공간을 30분 또는 시간 단위로 예약할 수 있는 브리더(Breather)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 일부 도시에서 시행 중인데, 낮 시간에 비어 있는 주거공간을 대여할 수 있어 활용도가 늘고 있다.

IT 기술 혁신과 사회구조 변화

대부분의 온디맨드 및 공유 서비스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동수단, 숙식, 미용 등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었으며 배달 및 출장 서비스도 오래전부터 활성화되었다. 단, 온디맨드 경제는 이러한 서비스를 소비자가 원하는 위치에 빠르고 즉각적으로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모바일과 IT 기술이 온디맨드 경제의 핵심이다. 창업가들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이러한 기술과 결합하여 편의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트위터(Twitter)의 창업자인 에번 윌리엄스(Evan Williams)는 "인터넷은 인간의 욕망을 성취하기 쉽게 한다. 지금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것들을 연구하면 그 모두가 무엇인가를 빠르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적게 하도록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인간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키는 인터넷은 초창기 시절 한정된 정보 제공자와 다수의 이용자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수의 정보 제공자와 다수의 이용자로 발전하면서 소셜미디어를 등장시켰다. 다수의 이용자들이 서로 상품 및 서비스를 사고팔 수 있는 e-커머스(e-commerce)도 주요 매매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인터넷 인프라와 더불어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GPS 기술, 모바일 결제 기술, 모바일 메시지 기술 등이 융합되어 온디맨드 경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개발로 인해 기존 산업에서 출장, 대여, 배달 서비스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감축되었고, 동시에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공유경제와 결합되면서 서비스 공급자의 자산(자동차, 청소도구, 의료기기 등) 및 노동력(운전 능력, 각종 자격증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온디맨드 기업들은 막대한 초기자본이 필요 없게 되었다.

저렴한 가격의 즉각적인 서비스는 소비자에게는 당연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서비스 공급자에게는 소득 및 혜택이 안정적이지 않으며, 매번 이동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런데도 왜 서비스 공급자들은 온디맨드 경제에 뛰어드는 것일까?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지는 안정보다는 융통성을 중요시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개인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경제가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밀레니얼(Millennial)세대들 또한 이전 세대와 다르게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융통성 있는 업무 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CNN이 실시한 2015년도 대학 졸업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대기업 취직을 희망하는 학생은 15%에 불과했으며 37%가 유연성 있는 업무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안정적인 직장이 있으면서도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용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마이애미 돌핀즈(Miami Dolphins)의 A.J. 프랜시스(Francis) 선수는 51만 달러(한화 약 6억 원)의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시즌 기간에는 우버 택시로 돈을 벌고 있다. 그는 비시즌 기간엔 월급이 나오지 않고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운전을 한다고 대답했다. 이렇듯 노동자들이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온디맨드 경제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향상됨으로써 기업들 또한 예전처럼 고용을 창출하지 않으며 상근(Full time) 직원의 필요성도 낮아졌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전체 근로자들 중 비상근(Part time) 직의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2010년 20.1%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서히 감소해 18%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집계 최초 연도인 1968년에 13.5%였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갤럽(Gallup)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상근 근로자들의 주 평균 근무시간도 2001~2012년 35.4시간에서 2013~2014년에 25.9시간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상근 근로자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며 46.7시간을 기록해 규정시간인 40시간을 훌쩍 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변화가 인간을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과 '시간은 있지만 돈이 필요한 사람'으로 이분화시킴으로써 온디맨드 경제를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근로자의 주별 평균 근무시간(단위 : 시간)

자료원 : 갤럽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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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온디맨드 경제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유명한 창업기업들은 이미 렌트카 대기업 허츠(Hertz)나 글로벌 호텔체인 하야트(Hyatt)보다 높은 기업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온디맨드 사업들은 아직 신생단계이며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현재 온디맨드 경제에 대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는 소셜미디어 산업이 같은 성숙단계에 있었을 때보다 월등히 높다고 분석했다.

온디맨드 업계의 경영진이 모여 만든 '디 온디맨드 이코노미(The On-Demand Economy)'의 2015년 모바일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 우버를 제외한 온디맨드 기업들의 인지도는 매우 낮게 나타났다.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스타카트는 많은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서비스 내용에 대해 아는 사람이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자 중 자신이 새로운 모바일 앱 서비스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50% 이상인 데다, 이들 중 연령대가 높은 여성들이 많았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비교적 모바일 기술과의 친화성이 낮고, 여성들이 낯선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홍보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다. 헤어숍에 가려면 일단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젊은 주부들의 경우엔, 온디맨드 헤어, 네일, 마사지 서비스가 줄 수 있는 편의성이 상당할 것이다. 향후 홍보와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검증시스템들이 개선된다면, 미국 온디맨드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지속성장할 수 있을까?

온디맨드 경제의 선두주자 우버가 그랬듯, 기업이 성장함으로써 기존 산업을 위협할 경우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디맨드 기업들이 스스로를 서비스 공급자의 고용주가 아닌 소비자와의 연결 매체로만 생각한다면,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2015년 6월 캘리포니아 주 노동위원회는 우버가 운전자들을 정규 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만약 이 판정이 확정된다면, 우버는 캘리포니아 내 모든 운전자들에게 평균 연 5,000달러(한화 약 580만 원) 이상의 건강보험을 비롯한 혜택을 지원해야 한다. 모든 온디맨드 기업들이 이런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온디맨드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적절한 혜택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향후 온디맨드 경제가 더욱 성장함에 따라 고객을 찾으려는 경쟁도 심화되겠지만, 서비스 공급자를 찾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혜택을 통해 서비스 공급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평가에 합당한 혜택을 줌으로써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온디맨드 플랫폼 내에서 발전시키고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확립될 경우, 서비스의 품질 및 고객 만족도 역시 향상될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온디맨드 경제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발달된 모바일 및 IT 기술, 소비자의 모바일 친화력 등 온디맨드 경제가 활성화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3월 기준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3%로 세계 4위를 기록했으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통계에 따른 인터넷 이용률도 84.1%로 미국(81.03%)이나 일본(79.05%)보다 앞서 있다. 또한, 2014년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 설문 대상의 약 49%(북미 지역은 43%)가 온디맨드 경제의 주요 기반인 공유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국에 크라우드 펀딩 규제 완화 등 창업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핀테크(Fin Tech)각주11) 발달로 창의적인 온디맨드 서비스가 활성화될 전망이기에, 한국 온디맨드 경제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 정부 규제 등 실제 오프라인 환경을 고려한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온디맨드 서비스들이 성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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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집필자 소개

KOTRA 워싱턴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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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가지 트렌드
2016 12가지 트렌드 | 저자KOTRA | cp명알키 도서 소개

전 세계 85개국에 흩어진 KOTRA의 주재원들이 2015년 한 해 지구촌 곳곳에서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생생한 정보들을 12가지 트렌드로 분류하여 담은 책이다. 각..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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