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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의 꼬모가 10번지

편집매장은 최근 패션 매장의 가장 두드러지는 트렌드다. 한 가지 브랜드만을 진열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비슷한 콘셉트의 여러 브랜드를 한 매장에서 전시 판매한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소비의 경향에 맞춰 진화한 방식이다.

10꼬르소 꼬모는 2008년 청담동에 문을 연 복합 편집매장이다. 개장 때부터 트렌디세터들 사이에 유명세를 탔다. 『뉴욕 타임즈』에 소개되기 전부터 청담동을 상징하는 편집매장이었다. 물론 10꼬르소 꼬모만의 매력이 더해졌다. 이곳은 우선 다채로운 패션 브랜드의 편집매장이다. 100여 개가 넘는 패션 브랜드가 입점했다. 동시에 서점·갤러리·레스토랑 등이 갖춰진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편집매장이다. 멀티플레이가 이루어진다.

그 시초는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다. 전직 패션 에디터인 카를라 소짜니가 밀라노의 꼬모가 10번지에 1990년 문을 열었다. 그래서 10꼬르소 꼬모(꼬모가 10번지)다. 그녀는 예술과 패션을 한그릇에 담고자 했다. 하나의 잡지처럼 꾸미고 싶었다. 갤러리와 서점, 패션 매장과 카페 등을 마치 한 권의 잡지를 펼쳐서 읽듯 천천히 누리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기존의 패션 매장과는 다른 개념의 공간이었다. 그 자체로 거대한 패션 잡지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이제는 밀라노를 상징하는 패션 명소다.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트렌드의 최첨단이다. 그럼에도 공간을 누리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서울에는 밀라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열었다. 제일모직에서 운영한다. 더 트리니티 플레이스 빌딩의 세 개 층을 사용한다.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다. 출입로에 따라서는 지상 1층에서 3층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세 개 층을 순환하듯 서점과 액세서리·패션 의류·레스토랑이 차례로 들고난다는 사실만은 다르지 않다.

쇼핑도 하고 책도 보고

10꼬르소 꼬모 서울은 특유의 상징 로고가 외관을 장식한다. 손으로 그린 원들의 반복이 정감 있으면서도 감각적이다. 그래서 ‘땡땡이 건물’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미국의 아티스트 크리스 루스가 디자인한 무늬다. 로고뿐이랴. 매장의 인테리어까지 그의 솜씨다. 이제는 10꼬르소 꼬모의 편집력을 보증하는 휘장이나 마찬가지다.

공간의 첫 장은 계단을 내려가 만나는 1층의 서점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천장을 이루는 흑백 기하학 무늬의 반복이 율동감 있다. 공간이 넓어 보이고 분위기도 한결 경쾌하다. 서점은 입구의 오른쪽을 중심으로 자리했다. 편집매장에 서점이 들어선 건 이례적이다. 10꼬르소 꼬모 서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지만 소중한 장소다. 패션 매장답게 예술이나 사진, 패션 관련 전문서적이 많다. 건축과 문학 등도 아우른다. 수입서적이 많아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본들도 눈에 띈다. 음반도 갖췄다. 책들은 서가에 꽂는 대신 테이블 위에 가지런하게 정리했다. 공간을 꾸미는 인테리어와 상품의 진열 등이 돋보인다. 액세서리나 리빙 아이템 등도 1층의 한 코너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로고숍을 주의 깊게 살피면 알뜰한 쇼핑이 가능하다. 질 좋은 제품을 좀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서점은 곧장 카페와도 이어진다. 10꼬르소 꼬모 카페는 크리스 루스의 블랙앤화이트(black&white)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무늬와 반복이 공간을 마치 하나의 완결된 작품처럼 구성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현대적인 감성을 잔뜩 뽐낸다. 패션 매장과도 통일성을 갖는다. 요리는 주로 이탈리안 스타일이다. 재료의 맛을 강조한다. 리조또나 파니니, 티라미수 등이 맛깔스럽다. 점심과 저녁에는 세트 메뉴가 나온다. 길과 접한 바깥으로는 야외 좌석도 마련했다.

ⓒ 웅진리빙하우스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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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내고 묶어내는 편집력!?

2층은 의류 매장이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선정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국내에서 기존에 만나기 어려웠던 브랜드도 여럿이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한다. 현대(contemporary)에서 고전(classic)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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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 의류 매장은 하나의 건물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독립해 존재한다. 건물의 진입로에서 계단을 올라와 로비로 들어서는 필로티가 경계다. 남성 의류 매장은 필로티에서 곧장 출입문으로 이어지지만 여성 의류 매장은 지하 서점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내부에는 두 공간 사이를 잇는 별도의 통로가 났다. 그저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뷰티나 향수 제품 등을 진열한 3층 매장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전시도 10꼬르소 꼬모 서울의 특징이다. 2008년 문을 연 후 전시와 런칭 행사들이 수시로 열린다. 에그 체어 탄생 50주년 특별전, 오트쿠튀르 컬렉션, 앵거스 맥빈의 사진전 등은 패션 편집매장의 성격과도 잘 어우러진다. 주목할 만한 예비 디자이너의 작품도 전시해 등용문 역할도 한다. 쇼핑과 더불어 문화와 여가 생활을 겸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요소는 10꼬르소 꼬모라는 일관성을 갖는다. 수많은 브랜드 가운데 하나를 찾아내는 감각이다. 그 하나하나를 묶어 색깔을 부여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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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매장의 경쟁력도 거기서 나온다. 덕분에 패션리더는 물론 평소 패션이나 쇼핑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안목 높은 코디네이터가 갖춰 놓은 거대한 옷장이나 다름없는 까닭이다. 못해도 ‘기본’은 할 수 있다. 『뉴욕 타임즈』가 2010년에 꼭 가봐야 할 ‘세 번째 도시’의 서울에서 10꼬르소 꼬모 서울을 거론한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