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2

인체성장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성조숙증, 키 걱정 이젠 굿바이

“떡볶이는 신당동, 족발은 장충동, 내 키는 아동!”

매주 한 프로그램에서는 개그맨 허경환이 한국 남성 평균보다 작은 자신의 키(167cm)를 내세워 관객을 웃기고 있다. 대개 자기가 겪었던 사례를 고백하는데, 상황이 웃기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동정심과 더불어 키 작은 사람에게는 은근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몇 년 전에는 TV에서 한 여성이 180cm가 안 되는 남성들을 루저(looser)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방송에서만 큰 키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소개팅을 주선하거나 이상형을 말할 때 꼭 빠지지 않는 특징이 키다. 시중에는 키 크는 영양제부터 키 크는 운동화, 키 크는 운동기구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이렇게 ‘키가 몇이냐’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예민하다.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자녀들을 크게 키우기 위해 책과 인터넷, 잡지, TV 등에 나오는 온갖 과학적, 비과학적 비법에 관심을 갖는다.

한국인은 키작남, 키작녀가 아니다!

키가 작은 남자와 여자를 줄여서 우스갯소리로 ‘키작남’ 또는 ‘키작녀’라고 말한다. 이런 웃지 못할 은어가 탄생할 만큼 키가 고민인 나라이지만, 놀랍게도 한국인의 키는 작은 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대한민국 성인 남녀의 평균 키는 남성(19~24세)이 175cm, 여성(19~24세)이 162cm다. 170cm대 초반인 남성과 160cm대 초반인 여성이 결코 작은 키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전 세계에서 18위, 아시아에서 1위다. 바로 이웃 나라 중국만 해도 남성이 169.4cm, 여성이 158.6cm, 일본은 남성이 171.2cm, 여성이 158.8cm로 우리보다 훨씬 작다.

ⓒ 하라미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성인의 평균 키가 아니다. 깜짝 놀랄만한 사실은 예전에 비해 우리들의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즘 어린이들을 보면 마치 다 자란 어른처럼 다리가 길고 덩치가 크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키가 몇 cm까지 자랄 수 있을까? 커다란 어린이들은 많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의 키, 즉 최종 키는 과거에 비해 지금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서 1998년과 2007년 청소년의 평균 키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과거와 현재 남녀의 키는 출생 당시 약 50cm로 비슷하지만 만 13세 남자어린이의 평균 키가 1998년 155.3cm에서 2007년 159.0cm로, 만 11세 여자어린이의 평균 키가 1998년 142.2cm에서 2007년 146.7cm로 훌쩍 늘어났음을 볼 수 있다. 대략 4~5cm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종 키에 다다른 만 18세를 보면 남자가 1998년 172.5cm에서 2007년 173.4cm로, 여자가 1998년 160.5cm에서 2007년 160.7cm로 거의 변화가 없음을 볼 수 있다. 초등학생 때는 과거보다 덩치가 훨씬 크지만 중고등학생 때는 키가 많이 자라지 않아 결국 비슷한 수치에서 멈춘다는 얘기다.

무엇이 우리나라 청소년의 키를 방해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꼽고 있다. 키가 크려면 성장호르몬을 원활하게 분비해 작용해야 하는데, 스트레스가 이 생체리듬을 깨뜨린다.

키 크는 비법 1

꾸준한 운동으로 스트레스는 없애라

성장호르몬은 대뇌 아래에 있는 콩알만 한 크기의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호르몬이다. 뼈, 연골을 자라게 해 청소년기에 키가 크도록 돕는다. 또 척추의 골밀도를 높여 골절의 위험을 줄이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키는 작용도 하며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해 혈당을 높여 근육에 힘을 공급한다.

TV나 인터넷에서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키가 크는 비법으로 온갖 것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중에는 잘못된 것도 많다고 전한다. 키가 크는 올바른 비법으로 전문가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먼저 규칙적인 운동과 즐겁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운동을 하면 기분전환이 되어 스트레스를 해소할 뿐 아니라 근육량을 늘려 키가 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유산소운동만 고집하며 ‘하루에 줄넘기 1000번은 기본’이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단순 동작만 반복하는 지루한 운동을 억지로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성장에 방해가 되는 역효과를 줄 수 있다. 또 농구처럼 즐겁게 하는 운동이더라도 단기간에 훌쩍 크겠다는 욕심을 부려 무리하면 오히려 성장판(뼈가 자라는 부분)이 망가질 수도 있다.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 박미정 교수는 손쉽게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추천했다. 그는 “스트레칭은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움직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되풀이 동작이 많아 근육 탄력성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은 서서 허리를 구부렸을 때 손이 바닥에 닿지 않거나 다리를 크게 벌리기 어려운,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3개월 동안 매일 하는 것이 좋다. 근육을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구부리거나 펴 당기는 느낌이 사라질 때까지(30초~1분) 유지하는 것이다. 격렬한 운동을 하기 전이나 후에 스트레칭을 하면 관절 주변의 피로해진 근육과 인대 같은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피로를 푸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맑은코 키자람 한의원 윤광섭 원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루에 30분~1시간씩 하라”고 조언했다. 중요한 요소는 운동 종류가 아니라 ‘근육을 쓰는 정도’기 때문이다. 온몸에 있는 근육을 골고루 쓰는 운동이 좋고, 하나만 계속하기보다는 시간을 나눠 여러 가지를 하는 편이 좋다. 예를 들면 30분 동안 유산소운동을 하고, 남은 30분 동안 근력운동을 할 수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서상훈 원장은 “평생 꾸준히 할 수 있는 즐거운 운동 찾으라”고 조언했다. 또 “운동을 생활 속에 녹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짧은 거리는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걷거나 뛰고, 3~4층 정도는 엘리베이터를 타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볼 때 훌라후프를 돌리거나 ‘하늘자전거(누워서 허리를 두 손으로 받쳐 엉덩이를 들고 페달을 밟듯이 하늘을 향해 발 구르기)’를 하는 것도 좋은 운동이 된다.

서 원장은 “혼자 운동하는 것이 재미없다면 축구나 야구, 농구처럼 여러 명이 함께하는 단체 운동을 하라”고 말했다. 운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또 단체 운동은 정당한 승부욕을 기를 수 있고,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사회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신체적인 건강에서 더 나아가 정신적인 건강과 사회적인 건강을 두루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 동아일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성장호르몬 작용 메커니즘

뇌 시상하부에서는 ‘성장호르몬 방출 호르몬(GHRH)’이 분비돼 뇌하수체 전엽에서 성장호르몬(GH)이 분비되도록 촉진한다.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된 GH는 두 가지 경로로 이동해 성장을 촉진한다. 뼈 말단에 있는 연골조직인 성장판에 도달해 성장을 직접 촉진하거나, 간에 도달해 ‘인슐린성 성장인자(IGF)’를 만든다. IGF는 성장판에서 세포 분열을 촉진해 뼈를 자라게 한다. 분비되는 GH의 대부분이 간을 거쳐 IGF를 만드는 경로로 성장을 촉진한다.

성장호르몬 작용 메커니즘

ⓒ 강선욱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키 크는 비법 2

단백질이 풍부한 ‘골고루 식습관’이 중요

뼈에는 근육이 붙어 있고 근육을 구성하는 성분은 바로 단백질이다. 근육량이 적으면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돼도 제 기능을 못한다.

윤광섭 원장은 “근육이 적고 몸이 마른 사람은 키가 원활하게 자라지 못 한다”며 “어느 정도 살집이 있어야 키가 쑥쑥 자란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는 일반적으로 키가 10cm 크는 동안 체중은 평균 5kg 증가한다. 그래서 청소년기 때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량이 부족하고 당연히 성장에 방해가 된다.

최근에는 덩치는 커도 허약한 청소년은 많은데, 이것은 근육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식사로 단백질을 섭취해 근육량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근육의 힘을 기르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뼈가 자라나는 성장판을 자극하려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근육량을 늘리려면 단백질도 많이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키가 크려고 우유나 멸치처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습관적으로 먹는 어린이들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단백질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꼭 섭취해야 할 단백질 음식으로 우유와 등 푸른 생선, 된장이나 두부 같은 콩 식품 그리고 고기를 꼽았다. 특히 고기는 삼겹살이나 갈비처럼 기름진 부위보다는 닭 가슴살처럼 지방은 거의 없고 단백질로 이뤄진 부위가 좋다.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이 대부분인 고기는 성장을 돕는다.

ⓒ 동아일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유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키가 자라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박미정 교수는 “칼슘은 하루에 700mg만 섭취해도 뼈를 만드는 데 충분하다”며 “칼슘 섭취량과 성장 속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유를 많이 마시면 동시에 칼슘을 과잉 섭취하게 되는데, 사람의 몸은 필요 없는 칼슘은 소변을 통해 바깥으로 내보낸다. 만약 지속적으로 칼슘을 과잉 섭취하면 칼슘 흡수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우유를 하루에 400~500cc를 마셔야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음식을 다양하게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식탁은 밥과 밑반찬이 기본이고 날마다 주요리가 바뀌는데, 밑반찬에는 시금치나 콩나물 같은 채소가 많아 상대적으로 고기 섭취량이 적다.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고기 요리를 먹는 습관이 좋으며 간식으로 달걀을 먹어도 좋다.

키 크는 비법 3

밤마다 9시간씩 푹 자야 해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이어 청소년들이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이유로 꼽히는 것이 수면 부족이다. ‘하루에 4시간 자면 (시험에서)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무시무시한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면 시간과 학업 성취와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는 적어도 9시간 이상 자는 편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기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성장호르몬은 대부분 자는 동안 분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9시간 이상 잠을 자도 피곤한 사람이 있다. 잠이 든 순간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까지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기를 3번 이상 반복한다면, 또는 9시간 이상 잤는데도 몸이 개운치 않고 여전히 피곤하다면 수면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학업 외에도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친구와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청소년도 많다. 잠들기 직전까지 밝은 불빛 아래에서 있거나 전자파가 나오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두뇌가 쉬지 못하고 계속 각성 상태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피곤해도 바로 잠에 들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잠들기 전에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새벽까지 친구들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대화하지 말고,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거나 가족과 대화하면서 두뇌의 긴장을 풀어주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미정 교수는 “수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수면의 질은 더 중요하다”며 “얕은 잠을 오래 자기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깊게 자야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숙면을 해야 근육이 이완돼 긴장이 풀리고 몸이 편안해져 성장호르몬도 잘 분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를 고민하는 청소년 가운데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밤을 새고 낮잠을 오래 자는 것도 키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장호르몬 총 분비량 중 90%가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 사이에 분비되므로 일찍 자야 한다. 낮잠을 오래 자면 밤에 잠이 안 오는 불면증이 반복되고 생활패턴이 깨져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을 수 있다.

청소년기에 수면이 부족하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면 성장판이 일찍 닫히기 때문에 키 성장이 비교적 빨리 멈춰버린다.

성장판 일찍 닫히는 성조숙증 증가

최근 성조숙증으로 고민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났다. 초등학교 저학년 반마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아이들을 셀 수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키가 자라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성조숙증을 지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성조숙증으로 진료 받은 어린이 환자 수가 6400명에서 2만 8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5년간 4.7배나 증가한 것이다. 환자는 대개 여자(92.5%)어린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신나고 즐겁게 뛰어노는 대신, 사춘기 언니오빠가 겪고 있는 신체 변화가 나타나 남몰래 고민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어른처럼 꾸미고, 어른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는 요즘 아이들. 그런데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전문가들이 성조숙증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빨리 멈추기 때문이다. 또래에 비해 큰 아이라도 중간에 성장이 멈추면, 성인이 되었을 때에 오히려 ‘작은 키’로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또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몸이 지나치게 일찍 어른처럼 변하면 어린이가 정서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는 초등학교 4~5학년에서 중학교 1~2학년 사이다. 유전적 요인이나 영양상태, 사회 경제적 수준, 인종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됐다고 모두 성조숙증은 아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최근에는 사춘기를 시작하는 나이가 빨라지고 있다.

성조숙증은 의학적으로 여자어린이가 만 8세 미만, 남자어린이가 만 9세 미만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2차 성징이란 성을 판별하는 데 근거가 되는 형질로 태어날 때부터 결정돼 있는 1차성징과 달리 호르몬에 의해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모습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2013년 1월을 기준으로 2005년 1월 이후에 태어난 여자어린이가 가슴 몽우리가 발달했거나 초경을 경험했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남자어린이는 2004년 1월 이후가 대상이다).

사춘기 때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은 뇌에서 분비한 호르몬 때문이다. 잠자는 동안 황체형성호르몬(LH)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성선) 축’에 사춘기가 시작된다는 종을 울린다. 시상하부는 간뇌의 일부분으로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시상하부에 달린 자그마한 주머니인 뇌하수체를 자극해 성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게 시킨다.

뇌하수체가 성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면 생식기관에서는 성호르몬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여성은 난소에서 에스트로겐(난포호르몬)이나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같은 여성호르몬이, 남성은 정소에서 테스토스테론 같은 남성호르몬이 나온다.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여자는 유방이 발달하거나 초경을 하고 남자는 고환이 커진다.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

사춘기 때 2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은 뇌(시상하부와 뇌하수체)와 생식기관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은 생식기관이 성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자극한다. 성호르몬이 나오면 2차성징이 나타나는데, 충분히 분비되면 생식기관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도록 뇌로 ‘반대신호’를 보낸다.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

ⓒ 이지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고기랑 콩 많이 먹으면 성조숙증 온다?

어떤 이유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이 너무 빨리 활성화되면 그만큼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성조숙증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특발성 성조숙증).

남녀 모두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키가 일시적으로 빨리 자랐다가 시간이 지나 성장판이 닫히면서 키가 멈춘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나이에 비해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날 뿐 아니라, 처음에는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성인이 되었을 때의 키)가 남들보다 작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친구들보다 몸이 일찍 발달하는 것 때문에 창피함을 느끼거나 수영장과 목욕탕에서 옷 갈아입기를 꺼려하는 것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식습관이나 영양상태가 성조숙증을 유발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1970년대 말 이탈리아와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성조숙증이 집단으로 나타났다. 1976년부터 8년간 ‘가슴이 지나치게 일찍 발달한’ 여자어린이가 482명이나 발견된 것이다. 그중 60%는 만 2세 이전에 이미 2차 성징이 나타났다. 당시 그 지역 의사들은 그곳에서 생산되는 소고기와 닭고기, 우유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섭취하지 않도록 처방을 내렸다. 그 결과 2~6개월 이내에 증상이 사라졌다.

지금도 일부 학자들은 고기나 콩처럼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식품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정 식품이 성조숙증을 직접적으로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나온 바가 없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신혜정 전문의는 “영양 불균형과 편식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음식은 골고루 먹으라”면서 “비만한 어린이에게 성조숙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섭취량은 적당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 대부분이 꼽는 성조숙증 주원인에는 환경호르몬(몸속에서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교란시키는 물질)도 있다. DDD(디클로로디페닐 디클로로에탄)나 PBB(폴리브로미네이트 바이페닐) 같은 화학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되거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어린이에게서 성조숙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에서 성조숙증이 늘어난 원인을 무엇이라고 설명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소아비만이 증가했고, TV와 인터넷을 통해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에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됐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성적 자극을 자주 받으면 뇌신경을 자극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신혜정 전문의는 “성조숙증이 왜 일어났는지 정확한 원인 한 가지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비만과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인이 불분명하고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특발성 성조숙증

대부분의 성조숙증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뇌하수체-시상하부-생식기관 축이 지나치게 일찍 활성화돼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난다.

특발성 성조숙증

ⓒ 이지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기질적 성조숙증

대뇌나 생식기관, 부신에 어떤 질환이 있을 때 생긴다. 뇌하수체-시상하부-생식기관 축이 활성화되지 않아도 성호르몬이 과다분비돼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난다.

기질적 성조숙증

ⓒ 이지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키 크는 비법 4

성조숙증이라면 성장판 닫히기 전에 치료!

만 8세 미만인 여자어린이가 가슴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성조숙증은 아니다. 비만 어린이들은 몽우리가 생기지 않아도 가슴살이 찔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성조숙증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신혜정 전문의는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어린이가 소아청소년과를 찾으면 먼저 어린이의 몸을 살펴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확인한다. 여자어린이는 가슴 몽우리를 살피고 남자어린이는 고환의 크기를 재어본다. 2차 성징이 나타났다면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이 활성화됐는지 관찰한다. 또 다른 질환은 없는지, 사춘기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2차 성징을 촉진하는 영양제나 약을 먹고 있지 않은지 고려해 성조숙증인지 판단한다.

ⓒ 홍승표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호르몬 농도나 뼈나이를 관찰하기도 한다. 호르몬 검사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을 투여한 뒤 15~30분 간격으로 2시간 동안 혈액에 들어 있는 성호르몬의 농도를 측정해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이 얼마나 활성화됐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뼈 나이는 왼손을 X선으로 촬영해 알 수 있다. 자기 나이에 비해 사춘기가 빠를수록 뼈가 많이 성숙해 있다.

하지만 성조숙증이 나타났다고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조숙증이 불임이나 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빠른 사춘기를 정신적으로 견뎌내기 힘들거나 뼈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2살 이상 앞선 경우,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가 지나치게 작을 것(150cm 미만)으로 염려될 때에만 치료한다. 치료는 약물이나 호르몬제를 쓴다. 약물은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기관 축 활성을 억제하고 호르몬제(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유사체)는 기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 사춘기가 나타나는 평균 나이가 될 때까지 생식기관이 자극받지 않도록 억제한다.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사춘기 진행 속도를 관찰한다. 전문의들은 “성조숙증 치료는 일찍 받을수록 좋으며,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사춘기 진행속도도 늦추고 키도 많이 큰다”고 조언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아 집필자 소개

이정아 기자는 프랑스 파리소르본6대학교(UPMC)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과학동아와 어린이과학동아를 거쳐 현재 수학동아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음악과 미술, 요리 등 일상생활에서 호기심을 많이 ..펼쳐보기

출처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2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2 | 저자강석기 외 | cp명과학동아북스 도서 소개

과학기술의 성과와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과학매체의 편집장들과 과학전문기자, 과학칼럼니스트, 연구자들이 모여 집필하였다. 진화론 논쟁부터 애니..펼쳐보기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Daum백과] 인체성장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2, 강석기 외, 과학동아북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