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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상에서 가
장 비싼 그

치천이거도

다른 표기 언어 稚川移居圖
요약 테이블
제작시기 1350년
가격 $65,632,000(688억 6000만 원)각주1)
작가 왕몽(王蒙, 1308~1385)
왕몽, 〈치천이거도〉, 수묵 채색화 / 120×5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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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몽은 옛 전서와 예서의 필법을 끌어와 자신의 그림에 섞어 넣었으나
금 송곳으로 돌을 조각하고 학의 부리로 모래에 선을 긋는 것 같아서
조금도 그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다.”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청나라 때 간행된 화보집)

왕몽은 중국 원나라 역사상 산수화에 가장 뛰어난 4명을 뜻하는 ‘원사대가(元四大家)’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외할아버지 조맹부 역시 ‘원육대가’에 꼽힐 만큼 뛰어난 화가였다. 왕몽은 원나라와 그 뒤를 이은 명나라에서 관직에 있었다. 그런데 명나라 초기 좌승상이던 호유용의 모반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을 쓰고 5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죽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에 나온 비싼 화가들의 공통점은 과거의 미술을 거부하고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중국 화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에 나오는 다른 중국 화가인 치바이스, 리커란, 쉬베이훙 모두 중국 전통 수묵화의 변화를 추구한 사람들이다.

왕몽은 이들보다 훨씬 앞선 시대 사람이지만 그 역시 기존의 산수화와 다른 화법을 추구했다. 우선 그의 시대에는 그림을 비단에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는 종이 위에 그렸다. 그리고 이 그림에서 보다시피 필선을 중첩해서 화면을 빡빡하게 꽉 채운 구도를 썼다. 산수화에서 산, 바위 등의 입체감이나 질감 등을 표현하기 위한 화법을 ‘준법(皴法)’이라고 하는데, 왕몽은 ‘우모준법(牛毛皴法)’이라는 자신만의 기법을 만들었다. 소털처럼 짧고 가는 선을 겹쳐 그리는 방식으로, 둥근 모양의 바위나 나무가 자라지 않는 바위산을 그릴 때 사용했다. 왕몽의 그림은 수많은 필선이 다양한 모양으로 화면을 가득 채워서 산수화지만 역동적으로 살아 있는 듯 보인다.

〈치천이거도〉는 진(晉)나라 때 도학자인 갈홍이 말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도교의 명산인 나부산으로 거처를 옮긴 뒤 명약을 만들었다는 일화를 소재로 그린 것이다. 치천은 갈홍의 호이다. 갈홍은 신선 사상을 집대성하고 도교의 학문적 틀을 세운 《포박자》라는 유명한 저서를 남겼다. 이 그림은 그 일화 가운데 갈홍 가족이 소를 몰고 계곡을 지나 나부산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작가의 눈은 그림 어느 곳 하나 빈틈없이 닿아 있다. 소 두 마리의 등에 타고 가는 일가족의 상기된 표정, 지쳤지만 정겨운 모습의 소들, 건너편 냇가에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남자, 깊은 산속 가옥에서 홀로 마당을 쓸고 있는 사람 등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이다. 그림 위쪽에는 왕몽의 스승이던 한성, 앞서 언급한 예찬을 포함해 그 시대 유명 문인 7명이 쓴 시가 곁들여 있다.

획기적인 왕몽의 화법은 문징명, 동기창 같은 중국의 후대 화가들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 화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김홍도의 스승이던 강세황은 왕몽에게서 산수화 화법을 배웠다고 말한 바 있고, 조선 시대 4대 화가로 꼽히는 장승업 역시 왕몽의 작품을 좋아하여 그의 작품을 자주 따라 그렸다.

왕몽의 주요 작품들은 주로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서 프리미엄이 있다. 특히 왕몽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갈치천이거도(葛稚川移居圖)〉는 〈치천이거도〉처럼 갈홍의 이사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현재 베이징 자금성 박물관(고궁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중국 최대의 개인 컬렉션 중 하나인 ‘궈윈루 컬렉션’의 소장품이어서 더욱 좋은 점수를 받았다. 궈윈루 컬렉션은 쑤저우에 있는 고씨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청나라 말기부터 중국 최대의 개인 컬렉션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2012년 6월에는 궈윈루 장서가 중국 서적 사상 최고가인 2억 1620만 위안(368억 원)에 낙찰되었는데 이를 두고 베이징 대학교와 난징 대학교, 그리고 낙찰가를 제시한 펑황(鳳凰)출판사 간에 소유권 다툼이 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치천이거도〉는 중국 국내 경매 회사인 바오리에 의해 낙찰되었다. 중국 국내에서 고급 미술품의 60퍼센트는 베이징에 위치하고 중국 국내 경매 회사 1, 2위를 다투는 바오리와 자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경매 회사 바오리와 자더
베이징에 있는 바오리 경매 회사는 바오리 그룹의 자회사다. 바오리 그룹은 미사일 및 군무기를 취급하는 바오리 테크놀로지에 사업의 주요 기반을 두고 있는 국영 기업이다. 중국 작품들이 중국 내 경매에서 하도 높은 가격에 낙찰되니까, 중국 미술품을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격을 의도적으로 높인다는 의혹도 제기되곤 했다. 국제 미술 시장 분석 기관인 아트프라이스닷컴(artprice.com)의 ‘2013년도 미술 경매 총거래액 자료’를 보면, 전 세계의 미술 경매 회사들 가운데 거래 총액을 통한 실적 순위에서 중국의 자더 경매 회사가 3위, 바오리 경매 회사가 4위에 올라 있다. 1993년에 설립된 자더와 2005년에 생긴 베이징 바오리는 말 그대로 ‘신생아’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장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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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 원화 환산 환율은 외환은행에서 제공하는 2014년 1월 1일~6월 30일의 평균환율(고시 회차 최종, 매매 기준 환율)을 따랐습니다.

이규현 집필자 소개

미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미술 시장에 대한 현장 경험을 동시에 갖춘 미술 전문가. 《조선일보》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아트 마케팅 회사인 이앤아트를 설립하여 미술 전시 기획과 홍보, 아트 마케..펼쳐보기

출처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 저자이규현 | cp명알프레드 도서 소개

미술품 거래 역사상 가장 비싼 그림들을 정리하고 각 작품의 예술사적 가치와 비싸게 거래된 이유들을 소개한다.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한 내용과 각 작..펼쳐보기

전체목차
1.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부터 100위까지! (2014년 기준) 1위. 폴 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2위. 파블로 피카소, 〈꿈〉 3위.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 4위. 잭슨 폴록, 〈넘버 5〉 5위. 윌렘 드 쿠닝, 〈여인 3〉 6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 7위. 에드바르 뭉크, 〈절규〉 8위. 재스퍼 존스, 〈깃발〉 9위. 파블로 피카소,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 10위. 앤디 워홀, 〈실버 카 크래시(이중 참사)〉 11위. 파블로 피카소, 〈파이프를 든 소년〉 12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남자 I〉 13위. 앤디 워홀, 〈여덟 개의 엘비스〉 14위. 파블로 피카소, 〈고양이와 있는 도라 마르〉 15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I〉 16위. 마크 로스코, 〈오렌지, 레드, 옐로〉 17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18위. 바넷 뉴먼, 〈블랙 파이어 I〉 19위. 빈센트 반 고흐, 〈가셰 의사의 초상〉 20위. 프랜시스 베이컨, 〈존 에드워즈 초상 습작 삼부작〉 21위. 클로드 모네, 〈수련 연못〉 22위. 재스퍼 존스, 〈부정 출발〉 23위. 앤디 워홀, 〈청록색 매릴린〉 24위. 파블로 피카소, 〈비둘기를 안고 있는 아이〉 25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악타이온〉 26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 27위. 페테르 파울 루벤스, 〈유아 대학살〉 28위. 마크 로스코, 〈넘버 1(로열 레드와 블루)〉 29위. 마크 로스코, 〈화이트 센터〉 30위. 앤디 워홀, 〈그린 카 크래시(녹색의 불타는 자동차 I)〉 31위. 한스 홀바인, 〈다름슈타트의 성모(마이어 가족과 함께 있는 성모)〉 32위. 빈센트 반 고흐, 〈턱수염이 없는 자화상〉 33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칼리스토〉 34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의 초상〉 35위. 치바이스, 〈송백고립도 전서사언련〉 3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침대 의자에 앉아 있는 누드(아름다운 로마의 여인)〉 37위. 토머스 에이킨스,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 38위. 마크 로스코, 〈무제〉 39위. 왕몽, 〈치천이거도〉 40위. 프랜시스 베이컨, 〈말하고 있는 조지 다이어의 초상〉 41위. 윌렘 드 쿠닝, 〈가제트 형사〉 42위. 앤디 워홀, 〈그녀의 남자들〉 43위. 앤디 워홀, 〈인종 폭동〉 44위. 클리퍼드 스틸, 〈1949-A-넘버 1(PH-89)〉 45위. 폴 세잔, 〈커튼, 주전자, 그리고 과일 그릇〉 46위.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구성 회화〉 47위. 제프 쿤스, 〈풍선 개(오렌지색)〉 48위. 잭슨 폴록, 〈넘버 19〉 49위. 빈센트 반 고흐, 〈조제프 룰랭의 초상〉 50위. 앤디 워홀, 〈코카콜라(3)〉 51위. 빈센트 반 고흐,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52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꽃 모자를 쓴 여인〉 53위. 파블로 피카소, 〈팔짱을 끼고 있는 여인〉 54위. 빈센트 반 고흐, 〈붓꽃〉 55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고 좁은 두상〉 5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두상〉 57위. 프랜시스 베이컨, 〈이노센트 10세 습작〉 58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59위. 파블로 피카소, 〈피에레트의 결혼〉 60위. 파블로 피카소, 〈앙헬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 61위. 마크 로스코, 〈넘버 15〉 62위. 파블로 피카소, 〈정원에 앉아 있는 젊은 여인〉 63위. 장-미셸 바스키아, 〈더스트헤즈〉 64위. 앙리 마티스, 〈후면 누드 4〉 65위. 라파엘로 산치오, 〈젊은 사도의 두상〉 66위. 파블로 피카소, 〈요, 피카소〉 67위. 빈센트 반 고흐, 〈밀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촌부〉 68위.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 〈양손을 허리에 대고 있는 남자〉 69위. 라파엘로 산치오, 〈뮤즈〉 70위. 마크 로스코, 〈넘버 11〉 71위. 리커란, 〈만산홍편〉 72위. 앙리 마티스, 〈뻐꾸기, 푸른색과 분홍색의 카펫〉 73위. 프랜시스 베이컨, 〈투우 습작 1번 두 번째 버전〉 74위.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근대 로마:캄포 바치노〉 75위. 파블로 피카소, 〈검은 팔걸이의자에 누워 있는 누드〉 7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잠자는 여인〉 77위. 프랜시스 베이컨, 〈거울에 비친 글 쓰는 형상〉 78위. 파블로 피카소,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 79위. 바넷 뉴먼, 〈원먼트 6〉 80위. 앤디 워홀, 〈1달러 지폐 200장〉 81위. 클로드 모네, 〈수련〉 82위. 앤디 워홀, 〈자유의 여신상〉 83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방이 다 보이는데!···아무도 없어!〉 84위. 프란체스코 과르디, 〈베네치아:카르본 거리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리알토 다리〉 85위. 프랜시스 베이컨, 〈자화상〉 8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아···알았어···〉 87위. 구스타프 클림트, 〈카소네의 교회(사이프러스가 있는 풍경)〉 88위. 쉬베이훙, 〈세상이 평화로워 농사가 즐겁다〉 89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90위. 폴 세잔, 〈사과〉 91위. 파블로 피카소, 〈튤립이 있는 정물화〉 92위.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의 철도교〉 93위. 앤디 워홀, 〈흰색 매릴린〉 94위. 파블로 피카소, 〈라팽 아질에서〉 95위. 파블로 피카소, 〈책 읽는 여인〉 96위. 빈센트 반 고흐,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97위. 에드워드 호퍼, 〈위호켄의 동풍〉 98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테제 호숫가의 리츨베르크〉 99위. 잭슨 폴록, 〈넘버 4〉 100위. 프란츠 클라인,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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